5년간 연구개발 등에 약 5000억원 투자
매그나칩 이사회 매각 승인 이유 : 와이즈로드캐피털 자금 중국 외에서 와
산자부 기술안보과 "기술+제재 가능성 검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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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 매그나칩 대표는 “이번 미래 성장 5개년 투자 계획은 ‘매그나칩 3.0 성장 전략’ 및 노동조합과 임직원들의 요구를 반영해 회사가 기존 고객에게 차별화된 경쟁력을 제공하고, 임직원들에게 보다 향상된 근무 환경과 기업문화를 제공할 것”이라며 “급변하는 미래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판공비까지 포함…의아한 2조원 투자 발표
매그나칩반도체는 20일 ‘미래성장 5개년 투자 계획’을 통해 서울·청주 R&D 센터와 구미 공장에 오는 2025년까지 약 5000억원을 포함해 국내에 2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5000억원 가운데 3400억원은 R&D센터에 투입한다. R&D센터에서는 OLED 구동칩을 설계, 연구하는 곳이다. 지난해 380억원을 투자한 구미 공장에는 향후 5년간 930억원을 더 투입한다. 구미 공장은 전력반도체와 배터리 필드 이펙트 트랜지스터(FET) 등을 생산한다. 투자금은 국내 임직원의 급여와 복리후생 개선을 위해서도 쓰인다.
나머지 1조5000억원은 국내에서 쓸 판공비 등이다. 매그나칩반도체 홍보 담당자는 “향후 5년간 국내에서 쓸 판공비 등을 포함한 것”이라며 “각 기업마다 투자 규모를 정하는 기준이 다르다”고 했다. 다만 일반적으로 기업에서 투자발표를 할 때 판공비까지 아우르는 설명을 내놓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의아한 구석이 많다.
구미공장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930억원 역시 의아한 금액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반도체 업계에 30년간 종사한 한 전문가는 “반도체 공장에 5년간 930억원 투자는 결코 많은 금액이 아니다”라고 귀띔했다. 매그나칩반도체가 기술 유출 논란을 의식해 국내 투자를 발표했다는 인상을 주는 이유다.
◇중국계 사모펀드 와이즈로드캐피털=순수 자본투자자 강조
마이클 장 와이즈로드캐피털의 매니징 파트너는 “글로벌 사모펀드로서 와이즈로드캐피털은 매그나칩이 한국 내에서 생산능력과 R&D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지원하겠다”며 “와이즈로드캐피털은 매그나칩의 현재 경영진을 유지하고 임직원과 생산시설 그리고 지적재산권(IP) 등을 모두 한국에 그대로 유지할 것을 보장한다”고 말했다.
매그나칩반도체 매각을 둘러싼 기술유출 논란을 염두한 발언도 눈길을 끈다. 마이클 장 매니징 파트너는 “이번 미국 매그나칩 본사와의 주식 거래는 미국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공시자료에서 언급했던 대로 중국 외 지역에서 모으는 글로벌 펀드로 진행된다”고 덧붙였다. 중국 외 지역에서 온 자금으로 매그나칩반도체를 인수하는 만큼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와이즈로드캐피털은 지난 3월말 매그나칩반도체를 약 14억달러(약 1조5828억원)에 샀다. 단순히 보면 매그나칩반도체를 소유한 사모펀드들이 회사 가치가 가장 높을 때 또 다른 사모펀드에 지분을 넘겨 투자금을 회수한 것이지만, 국가적으로 보호해온 OLED에 필요한 구동칩을 다루는 회사라는 점에서 기술유출 우려가 커졌다. 매그나칩반도체가 와이즈로드캐피털이 ‘순수 자본 투자사’라는 점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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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그나칩반도체는 이날 회사를 둘러싼 OLED 구동칩 기술 유출 우려를 의식한 설명도 내놨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산자위) 소속 야당 의원들이 매그나칩반도체의 중국 매각 발표 직후 이를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상임위원들은 매그나칩반도체 매각이 중국의 OLED 기술 발전 속도를 앞당길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매그나칩 측은 “OLED 패널 구동을 위한 디스플레이 구동칩(DDIC)은 일반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블록과 패널 특성의 핵심이 되는 고객 IP 블록으로 구성된다. 고객 IP 블록은 모두 패널 업체가 보유하고 있고, DDIC 업체에는 암호화된 블랙박스 형태로 제공된다”며 “디스플레이 구동칩을 만드는 DDIC 업체에서 원천적으로 정보에 접근할 수 없어 보안이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암호화된 블랙박스 형태로 데이터를 제공받는 것은 일반적인 방식 중 하나라는 반응이 나왔다. 한 반도체 부품업계 관계자는 “암호화된 블랙박스 형태로 기술 데이터를 보관하는 것은 일반적인 업무 형태”라며 “특별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국내 기업 인수의사 없자 중국에 매각한 듯
매그나칩반도체는 2004년 하이닉스 반도체의 시스템 반도체 사업부가 분리된 곳이다. 미국 씨티그룹벤처캐피탈(CVC) 에퀴티 파트너스와 CVC 아시아퍼시픽, 프란시스코 파트너스 등이 약 8억2800만달러에 매그나칩반도체를 인수해 미국 델라웨어주에 본사를 세웠다. 한국에 있는 연구시설, 생산시설은 그대로 유지했다. 일부 제품은 팹리스 형태로 설계 후 대만과 독일에서 생산하며, 전력 반도체는 구미 공장에서 직접 생산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2004년부터 매그나칩반도체는 한국 기업이 아니었던터라 정부 차원에서 막을 방법이 없을 것”이라며 “매그나칩반도체가 보유한 기술을 이제와서 분석한다는 것도 정말 많이 늦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생각하면 매그나칩반도체를 국내 기업이 사는 것이 최선의 시나리오였겠지만, LG는 실리콘웍스가 DDI 설계를 하고 있고 그 외에는 딱히 살 곳도 없었다”며 “관심을 보이는 곳이 중국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과거 하이디스가 BOE로 매각될 때도 기술 수준이 낮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지만 결과는 BOE가 LCD 시장을 잠식했다”며 “국가간 기술 확보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보다 세밀하게 이 문제를 들여다 봐야한다. 중국의 OLED 관련 기술 발전 속도를 앞당겨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정부는 매그나칩반도체가 보유한 기술의 핵심 가치를 살펴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기술안보과 관계자는 “매그나칩반도체가 보유한 기술의 가치와 제재 방안 등에 대해서 검토 중”이라고 했다. 산자부, 국가정보원 등 산업기술 안보 담당자들도 최근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