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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청부살인’ 죄값…주범 K 징역 22년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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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영 기자

승인 : 2021. 07. 20.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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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 2015년 9월17일 오전 필리핀 앙헬레스시티의 한 부동산 사무실에서 5차례 총성이 울렸다. 사무실에 난입한 한 남성은 ‘Who is Mr. Park?(미스터 박이 누구냐)’고 묻고는 ‘내가 미스터 박이다’라고 답한 한국인 피해자 박모씨(당시 60세)의 목, 옆구리, 엉덩이 등에 5발의 탄환을 발사했다.

총을 쏜 성명불상자는 그 자리에서 도주했고 박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살인자의 신원을 특정하지 못해 미제로 남을 뻔한 사건은, 그러나 한국 경찰과 필리핀 경찰의 공조로 사건 배후에 ‘교사범’이 있었음이 확인되며 전모를 드러냈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은 살인교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국인 김모씨와 권모씨에게 각각 징역 22년과 징역 19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0일 밝혔다. 범행이 발생한지 약 6년여 만이다.

살해된 박씨와 김씨, 권씨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사건의 전말은 2015년 피해자 박씨가 필리핀 앙헬레스시티에서 호텔을 운영하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씨는 박씨가 운영하는 호텔에 5억원을 투자한 투자자였고, 권씨는 박씨가 운영하던 호텔에서 식당 영업을 했다.

김씨와 박씨를 모두 알고 있던 주변인들은 이들이 채무관계로 상당한 갈등을 겪었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박씨가 사망할 때까지 투자금 5억에 대한 수익금은커녕 원금마저 손해 볼 처지였다. 이런 상황에서 박씨에게 모욕적인 말을 듣게된 김씨는 주변인들에게 “돈보다도 자존심이 너무 상한다”, “(박씨와)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없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했다. 김씨는 종종 박씨를 ‘돼지’라고 부르며 “돼지를 잡아야 죽여야 한다”는 말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권씨 역시 김씨의 지인이었다. 권씨는 김씨로부터 “킬러를 구해주면 호텔식당 운영권을 주거나 5억원을 주겠다”는 살인 의뢰를 받았고, 연인 관계인 필리핀 국적 A씨에게 킬러 소개를 부탁했다. 김씨는 A씨에게 착수금 명목으로 현금 2500만원 상당을 전달했다.

착수금을 준 지 5개월이 지나 권씨는 김씨에게 “내일 킬러가 박씨를 살해할 거다”라는 소식을 전했고, 박씨는 바로 다음 날 총에 맞아 사망했다. 김씨는 박씨가 사망한 뒤 세 차례에 걸쳐 2500만원을 권씨 계좌로 송금했다.

다양한 증언과 송금 내역이 있었음에도 김씨와 권씨는 재판과정에서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실제 살인을 저지른 ‘건맨’이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살인교사의 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었다. 송금한 돈 역시 사업자금을 나눠 보낸 것일 뿐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살해 전날 살해 모의 계획이 전달됐고 전달된 일시에 피해자가 살해된 점, 킬러가 권씨 식당으로 찾아왔고 인상착의와 신체적 특징이 현장을 직접 목격한 자의 진술과 일치하는 점 등을 보면 피해자는 시청 공무원인 현지인이 고용한 킬러에 의해 살해된 점을 넉넉히 추단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김씨와 권씨에게 각각 징역 18년과 12년을 구형했지만 1심은 구형량보다 크게 높은 징역 22년과 징역 19년을 각각 선고했다.

판결에 불복한 김씨 등은 항소했지만 항소심도 1심의 판단이 옳다고 보고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타인을 시켜서 살인을 교사한 행위는 엄하게 처벌할 수밖에 없다. 김씨 등에게 내려진 형량이 적절하다”고 봤다.

대법원도 하급심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한편 박씨를 살해한 ‘건맨’은 아직 신원조차 특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한 목격자는 “건맨은 얼굴이 하얗고 잡티가 없어 한국인으로 추정된다. 절대 필리핀인은 아니다”라고 진술했다.
이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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