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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하는 삼성증권 실적…업계가 주목하는 ‘장석훈式 공격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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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영 기자

승인 : 2021. 08. 13. 06:10

'중위험·중수익' 상품 승부수
취임 3년간 순익 증가폭 66%
업계 최초 중개형 ISA 선보여
6개월 새 60만명 잔고 4110억
유튜브로 주식·ETF 상품소개
젊은층 신규 고객으로 유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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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는 무거운 걸음으로 출근길에 나섰다. 유령주식 배당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구성훈 전 사장의 자리를 이어받았기 때문이다. 당시 회사 매각설이 끊이지 않았고 위기를 돌파할 선택지는 협소해 보였다. 이때 장 대표는 ‘과감한 정면돌파’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보수적인 조직 문화와 경영 스타일에서 벗어나 ‘중위험·중수익’ 쪽으로 잰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올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276% 늘어난 553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이는 지난해 연간 순이익 대비 9% 초과한 수치로, 한 해 장사를 상반기 만에 끝낸 셈이다. 장 대표가 취임한 2018년에 견줘 증가폭은 66%에 달한다.

◇새로운 도전, “IB와 ISA 시장을 공략하라”
장 대표는 올 2월 중개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증권업계 최초로 내놨다. ISA란 하나의 계좌에서 주식, 펀드, 파생결합증권, 예적금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운용할 수 있게 한 절세계좌다. 증권사 중 가장 먼저 진출해 시장을 선점한 덕분에 삼성증권을 통해 ISA를 개설한 투자자는 8월 1일 기준 60만명에 달한다. 계좌 잔고에도 4110억원가량의 자금이 몰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계형 ISA에 대한 각 사의 관심이 매우 높다”면서 “장 대표가 경영에 나선 이후 삼성증권이 전보다 적극적인 고객 유치에 나섰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또 개인 투자자들의 공모주 시장 유입을 늘리기 위해 초대형 IB 중 최초로 온라인 공모주 청약시간을 오후 10시까지로 확대했다. 올 상반기에만 IB부문 인수 및 자문 수수료로 거둬들인 수익이 1194억원으로 지난 한 해를 통틀어 번 1594억원과의 차이가 400억원에 불과하다. 여기에 하반기에는 카카오페이, 일진하이솔루스, 차백신연구소 등 굵직한 기업의 상장을 진행할 예정이어서 IB부문 수익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장점을 키우되 변화의 흐름을 주도하라”
장 대표는 기존 삼성증권의 강점인 자산관리 분야에 주목했다. 자산 1000억원 이상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자산관리 서비스 ‘패밀리오피스’를 앞세워 1년 만에 10조원이 넘는 자산을 끌어들였다. 패밀리오피스는 고객 전담팀을 구성해 특화된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1년여 만에 60여건에 가까운 계약을 성사시켰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예상보다 많은 고객들이 상품에 가입했다”면서 “서비스에 더욱 집중하기 위해 상품 가입에 제한을 둘까 내부에서 고민할 정도”라고 밝혔다.

장 대표는 지난해 신년사에서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비대면 자기주도형 투자자를 위해 핀테크 기반의 온라인·모바일 자산관리 서비스를 확대하자”고 천명했다. 그가 선택한 카드는 유튜브였다. 유튜브를 통해 주식상품 및 ETF(상장지수펀드) 상품 등을 소개하면서 상대적으로 재테크에 관심이 덜한 젊은층을 신규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이달 12일 기준 삼성증권의 공식 유튜브 채널 ‘Samsung POP’의 누적 조회수는 약 1억546만회를 기록중이다. 지난해 이승호 경영지원실장을 디지털부문장(부사장)에 앉힌 것도 디지털 부문을 더욱 강화하려는 장 대표의 포석이었다.

◇경영은 ‘공격 앞으로’…조직에선 ‘친근한 CEO’
장 대표는 일선 직원들과의 소통에 방점을 찍었다. 취임한 이후 창립 기념식과 시무식의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직원들과 일일이 눈을 맞추며 대담 형식의 토크쇼를 열어 회사 방향을 논의한다고 한다. 최근엔 코로나19로 대면이 어려워지자, 사내 방송을 통해 회사 소식과 교육 프로그램, 이벤트 등을 공유하고 있다. 화상회의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진 직원들을 배려해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해 재미를 더한 것도 그의 아이디어다.

이 같은 실적향상이 이어지자 증권업계에서 삼성증권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증권이 장 대표 취임 이후 눈에 띄게 공격 경영을 펼치며 다른 회사들을 긴장시키고 있다”며 “배당 사태 등으로 흔들렸던 민심도 이제 다 잠재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선 신중하고 꼼꼼한 성격의 원칙주의자로 평가받는 장 대표의 리더십을 주목하고 있다. 과감한 공격 경영과 탈권위적 소통 중심의 조직관리가 맞물려 실적 수직상승이란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장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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