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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증권 박정림·김성현 체제 지속…위기를 기회로 만든 ‘각자대표’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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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소영 기자

승인 : 2021. 12. 16. 18:21

KB금융 대추위, 두 대표 '1년 연임' 결정
고비 넘고 '최대 실적 경신' 시너지 뚜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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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림·김성현 대표의 연임이 결정되면서 KB증권이 ‘투톱 체제’를 이어가게 됐다. 사모펀드 사태 등 위기를 거치면서도 각자 분야에서 최대 실적을 경신하는데 성공한 것을 인정받은 것이다.

증권업계에선 KB증권의 성공 사례로 전문성을 갖춘 각자 대표 체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거란 예측이 나온다. 테크핀 증권사로 새바람을 일으키겠다고 의욕을 다지고 있는 카카오페이증권은 최근 이승효 프로덕트 총괄 부사장(CPO, Chief Product Officer)을 신임 공동대표로 내정했다.

16일 KB금융지주는 계열사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를 열고 박정림·김성현 대표의 1년 연임을 결정했다. 대추위는 이달 중 최종심사를 거쳐 주주총회에서 1년 임기 연장을 최종 확정하게 된다.

◇동갑내기 두 대표, “위기를 기회로”
이번 연임으로 1963년생 동갑내기인 두 대표는 2019년부터 이어온 ‘투톱 시너지’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두 대표는 지난 2019년 1월 각각 KB증권의 대표로 취임했다.

증권업계 최초 여성 최고경영자(CEO)란 타이틀을 거머쥔 박정림 대표는 국민은행에서 WM(자산관리)본부장과 WM그룹 부행장을 역임했다. 김성현 대표는 2008년 KB투자증권 기업금융본부장(전무), IB(투자은행) 총괄 부사장 등을 거치며 KB증권의 IB를 도맡아 관리했다.

KB금융이 이번 연임 결정을 내린 배경으론 뚜렷한 실적 성장이 꼽힌다. 2018년 4분기 59억84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던 KB증권은 두 대표 취임 직후인 2019년 1분기 911억9500만원 규모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면서 단숨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후 2019년 2분기(879억5200만원), 3분기(758억8400만원), 4분기(344억8700만원) 등 2019년 한 해에만 2895억1800만원의 순익을 거뒀다. 2018년 전체 실적인 2434억5600만원 대비 18.9%(460억6200만원) 늘어난 규모다.

두 대표의 시너지는 지난해 더욱 빛났다. KB증권은 지난해 1분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확대된 증시 변동성 여파로 주가연계증권(ELS) 부문에서 발생한 대규모 마진콜 사태를 막기 위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면서 102억42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3개월 만인 2분기엔 분기별 역대 최대 순익인 1549억6400만원을 기록하면서 곧바로 정상궤도로 복귀했다. 이후 재정비된 사업의 수익성을 확대하면서 지난 한 해에만 3742억6800만원 규모의 역대 최대 순익을 거두는데 성공했다.

◇지주내 위상 강화…“시너지는 지금부터”
하지만 갑작스러운 위기가 닥쳤다. 대규모 사모펀드를 운용하던 라임자산운용의 펀드를 판매했던 KB증권이 해당 펀드의 환매중단 사태에 연루된 것이다.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는 WM부문을 이끄는 박정림 대표에게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내렸다.

박 대표는 라임 사태가 터진 이후 금융상품 심사와 리스크를 대폭 강화하는 등 사모펀드 사태에 발빠르게 대응했다. 조직 개편을 통해 리스크심사부를 리스크심사본부로 개편하고, IB 및 대체투자 관련 전문 심사부서를 새로 꾸려 WM 고객 관련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전문적인 심사체계를 마련했다.

지속된 피해자 구제 방안도 돋보였다. KB증권은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가 결정한 60~70% 비율의 배상안을 업계 최초로 받아들였고, 손해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라임 펀드로 인해 피해를 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배상 협상에 나서기도 했다.

KB증권은 또 전통적인 채권자본시장(DCM) 강자답게 대규모 채권발행을 주관·인수하면서 IB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올해 1~11월 간 KB증권이 인수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은 2조460억원 규모다. 같은 기간 1조4755억원 규모의 채권인수 실적을 기록한 NH투자증권을 크게 뛰어넘는 실적이다. KB증권은 올해 LG화학, 현대제철, 신용보증기금 등의 채권 발행을 맡았다.

WM사업도 라임사태를 딛고 안정적인 성과를 보였다. 올해 3분기까지 35조6000억원에 달하는 WM금융상품자산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 2019년의 28조4000억원 대비 25.4%(7조2000억원) 늘어난 규모다. 수탁수수료도 올 3분기 5161억원으로 전년 동기 4278억원 대비 20.6%(883억원) 증가했다.

증권가에선 KB증권의 각자 대표 체제의 성과를 눈여겨 보고 있다. 각자대표 체제의 ‘안착’으로 KB증권의 WM, IB 모두 실적 고공행진의 날개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KB증권이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하면서 KB금융 내 두 번째 계열사가 손해보험에서 증권으로 바뀌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며 “각자 대표 체제를 처음 실시해 안착시킨 KB증권의 시너지 효과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출범한 카카오페이증권은 최근 김대홍 현 대표이사와 이승효 신임 대표의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하다고 밝혔다. 김 대표가 경영 전반과 개인금융 서비스 부문(리테일사업)을 총괄하고, 이 신임 대표가 채널 전략 고도화, 플랫폼 전략 등을 맡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KB증권처럼 전문성을 갖춘 CEO의 역량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겨냥한 것이다. 교보증권도 지난해 박봉권·김해준 사장을 각자 대표로 선임했다.
설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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