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개월 사이 지분가치 1692% 이상 뛰어
토스뱅크 투자도 '초대박'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7일 종가 기준 한화투자증권 주가는 올 초(1월 4일) 대비 187% 급등했다. 같은 기간 한화투자증권 우선주 역시 268% 뛰었다. 투자로 대박을 낸 것이 시장에 호재로 작용하며 주가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단 분석이다.
◇족집게 선구안…투자했다 하면 ‘대박’
올 2월 한화투자증권은 암호화폐 거래사이트 업비트의 운영사인 두나무 주식 6.15%(206만9450주)를 583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두나무의 기업가치는 약 1조원이었다. 이어 불과 몇개월 만에 수익률이 대박을 쳤다. 전 세계적으로 가상화폐 붐이 불면서 업비트의 기업가치가 급등한 덕이다.
이날 장외가 기준 두나무의 시가총액은 17조5084억원에 올라 한화투자증권이 보유한 두나무의 지분가치도 1조451억원으로 1692% 이상 뛰었다. 이는 한화투자증권 시가총액인 1조3881억원을 뛰어 넘은 수준이다. 또 최근 이석우 두나무 대표가 밝힌 계획대로 두나무가 나스닥 상장까지 성공하면 더 큰 투자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인터넷 전문은행인 토스뱅크에 투자한 것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2월 토스뱅크 지분 7.5%(150만 주)를 75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지난 10월에는 300억원 규모의 토스뱅크 주식을 추가 취득해 지분을 8.86%까지 확대했다. 토스뱅크의 성장성을 믿고 추가 베팅까지 나선 것이다.
아직 상장 전인 토스뱅크의 정확한 기업가치를 가늠하긴 어려우나 업계에선 5조~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쟁사인 카카오뱅크(30조3627억원)와 케이뱅크(장외시장 기준 7조 631억원)의 기업가치를 토대로 내린 평가다.
이와 함께 3분기에는 음악 저작권 거래 플랫폼 뮤직카우 지분 1.5%를 20억원에 인수했다. 뮤직카우는 음악저작권 지분을 여러 개로 쪼개 누구나 사고 팔 수 있도록 금융상품화해 거래 시스템을 만들었다. 특히 최근 증시 입성을 목표로 기업공개(IPO) 작업에 시동을 걸며 몸집이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증권업계는 이 기업의 시장 가치를 최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 성공의 주역…김승연 회장·권희백 대표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모 회사인 한화그룹은 최근 그룹의 핵심 경영 키워드로 글로벌 확대와 디지털 영역 강화를 꼽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올 신년사를 통해 그룹 임직원들에게 이를 적극 강조한데 따른 것이다. 권 대표는 올 들어 미래 먹거리인 핀테크와 블록체인 쪽에 과감하고 신속한 투자를 잇따라 단행했다.
한화투자증권이 늘 투자를 잘했던 건 아니다. 지난 2016년 지디케이 화장품 지분 0.38%를 6억원에 사들였으나, 이 회사는 2018년부터 줄곧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같은 해 5억원을 들여 지분 0.69%를 취득한 콘텐츠 플랫폼 기업인 리디 역시 적자기업이다. 투자도 지금처럼 적극적이지 않았다. 그러다 2017년 권 대표의 취임 후 사뭇 달라졌고 올들어 빼어난 투자와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권 대표가 직접 투자의 방향과 목표 설정 등을 제시하고 최종 결정을 내리고 있다”며 “앞으로도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사업이 있다면 언제든 투자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한화투자증권은 내년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분야에 지분을 투자할 것으로 점쳐진다. 최근 한화투자증권이 해상풍력에 투자하거나, 탈석탄 금융선언을 하는 등 ESG에 공을 많이 들이고 있어서다. 특히 이 달엔 글로벌 ESG 사업부를 새로 만들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한화투자증권이 내년엔 디지털 역량 강화에 더해 ESG 경영에 더욱 신경 쓸 것으로 보인다”며 “때문에 신재생 에너지 쪽에 투자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