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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2] 노래만 흐르는 LG전자관·제품 자랑 없는 SK관 ‘머선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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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선미 기자

승인 : 2022. 01. 06.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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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의 CES 2022 전시관./사진=홍선미 기자
“You deserve it all~ You deserve it all~”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센트럴홀 15502. LG전자가 무인 전시관을 운영한다는 이야기에 궁금증이 발동해 찾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 걸. LG전자 전시관엔 사람만 없는 것이 아니라 제품도 없었습니다.

집을 형상화한 나무모양의 뼈대 위에 LG 마크가 커다랗게 자리하고 있었지만, 넓은 장소 대부분은 빈 공간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전시관에 있는 유일한 제품인 스피커에서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존 레전드의 “You deserve it all” 노래가 2000㎡가 넘는 커다란 공간에 크게 울릴 뿐, 전시관이라고 보기엔 너무나 휑하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무심코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공간이지만 LG전자는 이 곳에 4개의 구역을 꾸몄습니다.

LG전자의 가장 대표적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CES 전시 역사를 보여주는 1구역, 올해 CES에서 혁신상을 받은 LG전자 제품들을 전시하는 2구역, LG전자의 미래 비전 등을 소개하는 ‘LG 월드 프리미엄’을 보여주는 3구역, LG전자의 올해 온라인 전시를 볼 수 있는 4구역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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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CES 전시관에서 전용 앱을 통해 실행 해 본 가상현실(VR)./사진=홍선미 기자
특히 관람객들은 LG전자의 제품을 가상현실(VR)로 보는 2구역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스마트폰에 LG전자의 CES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깔고 앱에 제품 이미지를 사진 찍듯이 인식시키면 해당 제품이 VR로 뜹니다. VR로 뜬 제품을 터치해 좌우로 돌려보고 확대도 할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등 SK그룹 6개 계열사가 꾸민 전시관 역시 CES 현장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제품 전시 형태가 아니었습니다.

자작나무를 가득 채워 마치 숲을 산책하는 느낌을 주는 SK 전시관에는 배터리 등 일부 제품이 전시됐지만, 모두 제품의 개념 등을 설명하는 키오스크 형태의 기계 속에 들어가 있어 만지거나 체험할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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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의 친환경 반도체를 설명해 주는 기계./사진=홍선미 기자
설명 자체가 제품의 기술력보다는 오롯이 환경 보호에 집중돼 있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SK하이닉스 반도체가 1초에 수십 기가바이트(GB) 영화를 몇편을 다운 받을 만큼 빠르다” 같은 설명이 아니라,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생산공정, 반도체 포장 등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줄이기 위해 이러 이러한 노력을 하고 있다” 같은 설명이 주를 이뤘습니다.

전력 사용량이 기존 그래픽 처리장치(GPU)대비 80% 수준인 SK텔레콤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사피온(SAPEON), 이산화탄소 감소에 앞장서는 SK온의 배터리 등 모든 제품 소개는 철저히 SK가 강조하는 ‘넷-제로(Net-Zero)’, 환경에 대한 깊은 고민을 소개하는 데 집중됐습니다.

커다란 참나무와 초대형 스크린으로 환경에 대한 SK의 고민들을 보여주는 ’트리 오브 라이프(Tree of life) 존’의 경우 관람객에게도 그룹의 이 같은 고민에 공감하고 동참해달라는 제안을 하고 있었습니다.

SK 그룹 전시관을 나올 때 쯤 “SK가 환경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구나. 나 역시 환경 보호에 동참해야겠다”라는 생각을 강하게 한 것을 보면 전시관을 꾸민 SK의 의도는 제대로 전달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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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인 ‘CES 2022’ 이 개막한 5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관람객이 SK의 탄소 감축 노력을 담은 SK 전시관 ‘그린 포레스트 파빌리온’을 보고 있다./연합뉴스
물론 아쉬움이 남는 부분도 있습니다.

특히 LG전자의 경우 디자인이 세련되고 품질이 뛰어난 제품을 VR에 담아 내기에는 한계가 너무 크다고 느껴졌습니다. 일부 관람객은 앱 사용법을 인지하지 못해 앱이 고장 난 것 같다고 기자에게 말해주기도 했습니다.

LG전자가 올해 CES 오프라인 전시장을 무인으로 꾸린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특히 오미크론 변이가 급증하는 미국 상황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전면 취소가 아닌 VR 등을 활용해 크게 전시관을 꾸민 이유에는 CES 주최측이 그 해 전시에 참가 하지 않으면 이듬 해 자리 선정 시 불이익을 주기 때문에 내년을 기약하기 위해서라도 자리는 지킬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도 들려옵니다.

개인적으로는 LG전자의 웅장한 올레드 터널이나 협곡 등을 보지 못한 부분이 아쉽습니다.

그럼에도 혁신, 새로운 도전정신과 과감한 실험, 환경에 대한 깊은 고민 등으로 CES 전시장을 빛낸 한국 기업들에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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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전시관 모습./사진=홍선미 기자
홍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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