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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홍성남 신부 “갈등 속 내 부족함 인정이 치유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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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중 기자

승인 : 2022. 02. 07.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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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부정적 투사, 트라우마 보는 게 수행"
홍성남 신부 인터뷰
서울 중구 명동성당 인근 가톨릭회관 사무실에서 한국인의 심리를 설명 중인 홍성남 신부. 그는 세대별로 나타나는 불안 증상을 이야기 하면서 내 안의 ‘어둠’을 직시할 것을 당부했다./김현우 기자 cjswo2112@
“한국인의 심리 밑바닥에는 트라우마로 인한 ‘불안’이 깔려있어요. 이런 불안과 트라우마 즉, 내 안의 어둠을 볼 때 치유가 시작됩니다. 개인과 사회의 어둠을 보게 하는 것, 이게 종교가 해야 할 일입니다.”

연초 서울 중구 명동성당 인근 가톨릭회관에서 만난 홍성남 신부는 한국 사회에서 종교가 해야 할 일을 이렇게 설명했다.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인 그는 ‘특이한’ 신부에 속한다. 신부가 되기 전 신앙을 버리고 무속인이 되려고 했고 신부가 된 이후에는 재개발터의 본당 신부로 부임해 철거 위협 속에서 수년 간 성당을 지켜내기도 했다. 상담심리를 공부한 데다가 파란만장한 체험까지 하다 보니 타인의 아픔에 대한 촉각이 예민해졌다. 그래서인지 인터뷰 내내 내면의 어둠을 보는 용기를 가질 것을 당부했다. 내 안의 어둠을 깨닫고 스스로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게 영성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홍 신부는 갈등이 나타나지 않는 겉으로 평화로운 사회보다 시끄러운 한국 사회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갈등을 숨기지 않는 탓에 때로는 교단의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그의 말속에는 동료 신부들에 대한 믿음과 천주교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정치적 갈등이 심화되는 것 같다.

“제가 볼 때 가장 중요한 건 좌파우파를 떠나 심리적으로 건강하냐다. 우리나라 좌우는 둘 다 병적인 면이 있다. 지나치게 영성적이고 도덕주의를 부르짖는 사람, 자신을 피해자라고 코스프레하는 사람은 위험하다. 심리학에 반동형성(받아들일 수 없는 충동이나 욕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그와는 정반대되는 행동을 하는 것)이라는 게 있다. 한때 정의구현사제단에게 ‘지나치게 정의를 부르짖는 건 너희가 부도덕하기 때문’이라고 했다가 ‘선배 맞냐’는 소리도 들었다. 자기 문제를 인정하는 사람이 건강하다.”

-사회 속 인간에 관심을 두고 많이 관찰한 걸로 안다. 심리적 건강 수준이란 게 있는가

“관찰해보니 상중하로 나눠지더라. 하급들은 자신이 정의고 신이다. 아프리카 독재자들이 대표적인 예다. 이 사람들은 권력이 주어지면 자기를 감추질 못한다. 하급 중에서 특히 사악하다고 할 수 있는 게 미얀마 군부다. 불심(佛心)이 깊다고 하면서 국민을 노예로 부리는 것에 대한 죄의식은 없다. 중하급은 히틀러 같은 사람들이다. 자기를 감추고 연출하는 사람들. 히틀러는 채식주의자에 음주도 안 하고 예술품 애호가였다. 당시 여자들이 제일 좋아하는 모습을 연출한 것이다. 중급은 서로 윈윈(win-win)하는 사람들이다. 가족과 지역사회를 챙기는 마피아부터 일반 비즈니스맨, 정치인 등이다. ‘너가 좋다면 나도 좋겠다’로 사는 데 가장 무난하다. 상급은 자신의 것을 내놓는 사람이다. 북한이 무너지지 않는 이유는 김정은 때문이 아니라 정말 인민들을 위해 일하는 공무원들 때문이라고 한다.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공무원이 있어야 국가가 유지된다. 모든 나라를 관찰해보면 이런 공무원 때문에 나라가 유지된다. 종교계도 비슷하다. 종단이 타락해도 자신을 내놓고 사는 종교인들이 있어서 종교가 유지된다. 이게 정신적 귀족의 삶이다. 프란치스코 성인이 대표적이다. 최소한의 소유만으로도 충분하고 나머지는 거추장스러운. 그래서 놓을 수 있는 삶. 프란치스코 성인도 따지고 보면 버릴 게 없는 ‘웰빙한 삶’을 산거다.”

-천주교 신부로 영성과 수행이 뭐라고 생각하나

“싫어하는 상대를 보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 이게 가장 큰 수행이라고 본다. 성경에서 예수님이 ‘원수를 사랑하라’고 했는데 그 뜻은 부정적 투사를 가리키는 거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건 사실 내 안에 있다. 사람에게는 연쇄살인마의 악성유전자가 조금씩은 있다. 이걸 키웠냐 안 키웠냐가 중요하다. 그래서 교육과 종교가 중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멘토 또한 중요하다. 멘토가 스스로 자신의 어둠을 보지 않으면 사람들을 이상한 길로 안내하게 된다. 자기 안의 어둠을 봐야 하는데 많은 멘토들이 자기 안에 밝은 면만 보려고 한다. 혼자 있으면 자신이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공동생활하면 이게 금방 깨진다. 그래서 신부들이 공동생활하는 거다. 내가 신학교 들어갈 때는 날개 없는 천사들만 있는 줄 알았다. 막상 와서 보니 진상에 성질 안 좋은 애들만 있더라. 그런데 신학교 졸업할 때쯤 되니까 그제서야 내 문제가 보이더라.”

-내 안의 어둠을 보는 것에 대해 자세히 말해 달라

“사람들을 돌보는 건 내 능력이 아니라 당신(하느님)의 능력이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 자기의 한계를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 혼자 수행해서는 이 수준에 도달하기 어렵다. 공동생활을 해야 이게 보인다. 공동생활하면서 요만한 것도 용서못하는 자기 자신 안에 ‘쪼잔이’를 봐야 한다. 이 쪼잔이를 보고 승복해야 한다. 하느님 앞에서 죄인이라고 이야기하는 건 죄인이라서가 아니라 우리가 하자 많은 인간이라는 걸 인정한다는 의미다. 정말 신앙심이 깊은 사람은 하느님 앞에서 자기가 약한 사람이란 걸 인정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이 조직을 맡으면 아랫사람을 괴롭히지 않는다. 그런데 내가 깨달았다, 내가 하느님의 뜻을 대변한다는 사람은 칼을 어디에, 어떻게 휘두를지 모른다. 탈레반(신학생이란 단어서 유래)을 봐라. 이 사람들의 전신은 성경에 나오는 바리새인이다. 정치·종교 안의 괴물을 찾아내는 작업을 모두가 해야한다.”

-한국인이 갖는 심리적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한국 사람들이 갖고 있는 불편한 감정은 ‘불안’이다. 적당한 불안은 필요하다. 다만 트라우마에서 온 불안은 문제가 된다. 한국인에게는 선조들에게 물려받은 일본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다시 우리나라를 식민지로 만들 것이란 불안이다. 고령층에게는 6·25에 대한 트라우마, (가족이 학살당한) 인민재판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트라우마가 심하면 판단력을 상실한다. 나를 불편하게 하는 건 다 없애도 된다는 망상에 빠진다. 6·25 이후 민간인 학살도 이런 맥락에서 발생했다. 그다음 세대는 군부독재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반공을 부르짖는 사람들에게 적대심을 갖는다. 그다음 세대는 ‘IMF외환위기’ 트라우마가 있다. 이 사람들은 이념에 관심없다. 이 세대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 지배한다. 이 사람들은 도망갈 생각부터 한다. 다른 사람이 나를 해칠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조금만 건들여도 고발한다. 마지막 세대가 코로나 세대다. 이 세대들은 접촉을 안하려고 한다. 접촉에 대한 불안이 있다. 대면 대화를 하면 대본대로 하지 않는다. 돌발적이기에 서로에 대한 정보가 더 증가한다. 영상 등 비대면으로 모든걸 처리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하기 쉽다.”

-한국 사회의 남녀갈등도 여성이 군대에 대한 남성의 트라우마를 이해하지 못한 것에서 비롯 된 것 아닌가

“존재의 무가치함을 남자들은 군대에서 겪는다. 집에선 귀한 아들이었지만 어느 순간 소모품인 사병이 돼버린 거다. 전쟁 지휘는 장군이 하지만 소모품으로 학살되는 건 사병이다. 군대 내 복종과 구타 등 ‘내가 얼마나 무가치한가’ 뼈저리게 경험해보지 않은 젊은 여성들은 남성의 군대 트라우마를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신부가 되기까지 방황이 길었는데 얻은 게 있다면

“사람을 느끼는 폭이 커졌다. 과거의 나한테 나던 냄새들이 상담받러 오는 사람에게 난다. 오는 사람 얼굴만 봐도 그가 얼마나 처절한지 느껴진다. 내가 그래봤으니까. 우울한 사람이 오면 마치 비에 젖은 걸래 같은 느낌을 받는다. 처음 성당을 간 것도 정갈한 느낌 때문에 왔는데 성당에 오니까 여기는 지옥 불을 강조하더라. 그래서 종교도 버리고 군대를 갔더니 군대는 사람을 동물을 만들더라. 그렇게 돌고 돌아서 왔다. 가좌동 재개발터에서 신부생활을 하면서 많은 걸 배웠다. 늘 가난한 사람을 돕겠다고 다짐했는데 극단적인 상황에 몰리니까 그런 다짐이 얼마나 피상적이었는지 깨달았다. 천민자본주의를 책에서만 봤는데 현장에서 보니 이건 미친 거다. 사위가 돈을 위해 고령의 장모를 모신다고 했다가 이권을 얻으니 장모를 골방에 몰아넣고 나중에는 밥도 안 주는 걸 봤다. 이런 일이 수두룩했다. 돈이 중심이 되면 사람이 괴물이 되더라. 종교가 해야 하는 일은 이런 괴물 자본주의의 폐해를 없애는 것이라고 느꼈다.”

-끝으로 한국 사회의 희망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한국 사람들은 그래도 살아있다. 내 탓이 아니라 남 탓을 하면서 쌓였던 분노를 해소할 줄 안다. 일종의 갈등 해소 과정이다. 독재국가는 평화롭다. 유럽인이 동남아의 독재국가에 가서는 평화롭다며 좋아한다. 그런데 이들은 껍데기만 본 거다. 삶을 개선할 수 없기 때문에 자족하는 것뿐이다. 한국인은 만족하지 않는다. 스스로 상처받고 포기하기보다 삶과 사회를 개선하려고 한다. 비록 지금은 갈등 속에 있지만 이건 과정이고 더 나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믿는다.”

홍성남 신부 인터뷰
다양한 에피소드를 설명하면서 중간 웃으시는 홍성남 신부./김현우 기자 cjswo2112@
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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