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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보통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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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2. 02. 22.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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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황석 문화평론가
영화 ‘보통 사람들(ordinary people)’은 로버트 레드포드 감독의 데뷔작이다. 미국 영화의 황금기라고 할 수 있는 1970년대 ‘아메리칸 뉴 시네마’의 명배우로 이미 이름을 떨친 감독은 1980년 메가폰을 잡은 이 작품으로 연출자로서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이에 대한 응답이라도 하듯, 당해 아카데미영화제에서 ‘보통 사람들’은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그리고 남우조연상 4개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된다.

영화는 미국 중산층의 한 평범한 가정에 들이닥친 우환으로 인해 그 가족 구성원들이 해체되는 과정을 담담하게 따라간다. 어느 날, 십 대인 두 형제가 함께 요트를 타고 바다에 나갔다가 형이 죽는 사고가 발생한다. 혼자 살아남은 동생 콘래드는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자살을 시도한다. 그러나 큰아들을 잃은 상실감이 컸던 탓인지 그의 엄마는 둘째 아들인 콘래드에게 더욱 냉정하게 대한다.

사실 엄마인 베스는, 큰아들을 잃은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안정을 되찾고 일상으로 돌아오려는 노력이 지나치다 못해, 정신적으로 강박적인 모습을 보이던 터였다. 그런데 둘째 아들마저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니 그녀는 분노가 치밀어 올라있는 상태다. 어쩌면 전통적인 모성을 기대하는 우리네 정서와는 괴리가 있지만 형언할 수 없는 슬픔을 극복하려는 또 다른 선택이라는 점에서 달리 볼 것은 없어 보인다.

연장선상에서 엄마와 아들의 화해를 기대하던 관객은 끝내 해피엔딩을 목도하지 못한다. 이들 모자의 감정의 골은 깊어만 가고, 종국에 가서는 결국 극복하지 못하고 결별을 선택함으로써 막을 내린다. 대가족이 해체된 현대사회에서의 실제 우리네 삶에서도 어린 자식을 먼저 보낸 가정이 붕괴되는 경우는 다반사이다. 그 이유는 가족 구성원 서로가 기억의 키(memento)가 되기 때문이다. 살아남은 자식을 위해서 끝까지 가정을 지킨 부모들일지라도 그 치유의 과정은 지난한 일이 될 수밖에 없는 까닭이기도 하다. 감독은 이러한 점에 포인트를 두고 이들 가족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돌이켜보면 우리네 보통 시민의 평범한 삶 역시 이렇게 취약하기 그지없다.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하는 수많은 사건·사고는 한사람의 삶은 물론 그가 속한 가정 자체를 붕괴시킬만한 위협적인 요소로 가득 차 있다. 때문에 우리는 일상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제도를 정비하고 만에 하나 있을지도 모를 문제에 대한 대비책과 사후 구제책에 대해 매뉴얼을 만들어나간다. 그러나 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민주주의국가는 입법기관이라는 대의제도를 두고 끊임없이 기존의 법을 수정하고 새로운 법을 만들어 정부를 통해 실행하게 한다.

영화에서 큰아들의 죽음은 안일한 생각에 기상 조건을 무시하고 요트를 타다 돌아올 때를 놓쳐 벌어진 사고에서 기인했다. 영화적 상상력을 동원하면 슈퍼 히어로가 나타나 가볍게 이들 형제를 구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제도와 시스템이라는 현실적인 차원에서의 상상력을 동원하면, 요트를 타는 이들은, 아무리 작은 배라도 위성항법장치와 위급상황에서 자동으로 송신되는 장치를 의무적으로 완비해야 한다고 하면 화를 피해갈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1980년대는 이러한 상상력이 미치지 못하겠으나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얼마든지 가능한 고도의 과학과 기술이 이미 구비되어 있는 시대다. 산이나 바다에서 조난당한 이들은 개인 휴대폰을 이용해 지체 없이 119나 해양경찰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세상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엔 할 수 있으면서 그러지 못한 일이 허다했다. 비근한 예로 지금, 이 순간에도 산업현장에서 많은 이들이 사고로 다치고 심지어 목숨을 잃는다.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채 안되었지만, 그 사각지대는 여전하다. 아직 개혁이 채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평범한 우리네 삶과 보통의 가정이 안전과 행복을 추구하고 나아가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혁명은 진행형이어야 한다. 사실 평범한 우리 보통 시민들은 정치에 관심이 아주 많다. 우리네 보통 사람들은 이미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쟁취했고 2016년의 촛불혁명을 통해 국정농단을 단죄하지 않았던가.

/이황석 문화평론가·한림대 교수(영화영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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