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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 70만대 목전 ‘제네시스’, 독립 법인 길 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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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 기자

승인 : 2022. 04. 06. 18:29

글로벌 누적 판매량 70만대 '눈앞'
완전한 프리미엄 브랜드 도약에
마케팅·영업망 등 차별화 필요성
노조문제·대규모 자금 부담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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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의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글로벌 판매가 연 20만대를 넘어서면서 독립 법인으로의 분리 가능성이 솔솔 나온다. 전문가들은 진정 프리미엄 브랜드로 가기 위해선 모든 마케팅과 영업·정비망을 분리해야만 기존 현대차가 가진 가성비 브랜드 이미지를 지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수년 새 국내시장서 경쟁력을 입증 받았고 세단과 SUV로 탄탄한 라인업이 꾸려졌을 뿐 아니라 미국 등 해외시장에서 새 기록을 써 나가고 있는 지금이 분리 적기라는 시각이다. 다만 분리시 발생할 노조 대립과 대규모 자금 부담까지 고려한다면 인력 재편이 예상되는 2025년까지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6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 2월까지 약 7년간 제네시스 글로벌 판매량은 총 66만4565대다. 여기에 지난 3월 국내 판매량 1만1016대와, 미국 판매량 4603대를 합하면 68만184대로, 이달 중 누적 70만대 돌파가 유력해 보인다.

지난해 연간 글로벌 판매량은 처음으로 20만대를 넘어섰다. 7만대 수준에서 불과 2년새 3배 가까이 실적이 늘었다. 특히 베스트셀링카 G80는 지난 1월 5501대가 팔려 그랜저를 제치고 국내서 가장 많이 팔린 차로 기록되기도 했다. 1분기 국내 전체 판매량이 뒷걸음 쳤음에도 제네시스는 G80 단일 모델만으로 1만4000대 판매량을 올리는 등 선방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015년 제네시스를 최초 론칭하며 ‘럭셔리 브랜드’로 독립을 지향점으로 내세웠다. 결국 완전한 브랜드 독립이 결국 법인 분리로 연결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다만 지금이 독립 법인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 올려야 할 시점이냐는 데에선 의견이 갈린다. 막대한 비용과 조직 분리시 나올 노사간 불협화음을 감내할 수 있는 지에 대한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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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제네시스 브랜드를 소개하는 모습/사진=현대차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렉서스는 처음부터 토요타로부터 법인을 분리해 사업을 시작했다”며 “미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단순히 토요타의 비싼 차가 아니라 원래 럭셔리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강조한 게 먹혔다”고 운을 뗐다.

김 교수는 “제네시스가 국내에서 대성공을 거뒀고, 차량의 완성도가 이미 글로벌 수준에 있다는 점, 세단과 SUV 라인업이 완성돼 가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면서 “이제 중국과 유럽에 본격적으로 달려들어야 하는 상황이라, 독자적인 법인 분리를 결정할 시점이 왔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제네시스만의 마케팅과 고객관리 시스템, 서비스망을 갖추고 차별화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겠지만, 이렇게 해야 고객 충성도를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한 대 팔아서 남는 게 일반 보급형 차량 수십대 수익과 맞먹는다”며 “지난해에도 현대차 영업이익률을 높이는 데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아직 시기 상조일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찮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박사는 “최근 글로벌 추세가 전기차 브랜드 등으로 분리하는 추세이긴 하다”면서도 “제네시스가 연 20만대를 넘긴다 해도 국내 비중이 커서 해외 성적표는 아직 더 지켜봐야한다”고 했다. 독립에 성공하려면 제품 경쟁력·마케팅 전략과 판매망, 정비망과 서비스까지 기업을 새로 세워야 하는 정도의 일이라 신중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박사는 “고급차라서 수익을 더 높일 수는 있겠지만, 분리시 현대차는 양산차만 남는건데 얼마나 경쟁력이 있을 지 그 입장도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현대차와 기아의 성적표에서 제네시스를 제외하면 기아가 더 앞서고 있다는 분석이 많아지고 있다. 이 박사는 또 “현대차와 제네시스를 분리하면 현대차 수익성이 확 떨어질 수 있는데, 자칫 민감한 ‘노조’ 벌집을 건드리는 게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제네시스 독립법인 고민 시점으로는 2025년 이후를 간접적으로 지목했다. 이 박사는 “2025년엔 정년 퇴직이 많아지면서 근로자 자연감소로, 조직 재편이 지금보다 수월해 질 수 있다”면서 “벌써부터 독립 법인 얘기를 꺼내어 공론화 해 발생할 득실은 잘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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