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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삼성전자 글로벌 톱인데, 이사회는 아직 로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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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은 기자

승인 : 2022. 04. 06. 18:56

사외이사 지적했던 주주 질문 인상 깊어
글로벌 기업 이사회 구성 찾아보니 큰 차이
삼성전자, 아람코·애플 등과 어깨 견주는데
이사회는 로컬 기업에 가까워…경영코치 기능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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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기 삼성전자 주주총회장./사진=박지은 기자 @Ji0016
“이분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훌륭하신 분들이지만 (삼성전자 이사회의) 감사위원 후보라 하기엔 약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달 16일 제53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서 마지막 안건이었던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에 대한 한 주주의 발언입니다. 감사위원 후보였던 김한조 사외이사는 하나금융공익재단 전 이사장, 김종훈 사외이사는 키스위모바일 회장인데요. 감사위원은 통상 회계전문가가 1명은 포함되기에 나온 지적이었습니다.

이 주주의 질문이 인상깊었던 이유는 이사회 멤버들에 대해 ‘약하다’고 표현했기 때문입니다. 세계 최대 종합 전자기업을 감독하고 경영진에 의미있는 조언을 해줄 수 있는지 의문을 표한 셈이죠.

한국에서는 ‘거수기 이사회’라는 오명이 따라다니지만, 사실 이사회는 기업 지배구조(거버넌스)의 핵심입니다. 주주를 대신해 회사의 업무집행에 관한 의사를 결정하고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사내이사를 감독, 장기전략 등을 자문해주는 상설기구가 이사회입니다. 미국 기업들은 이사회가 CEO를 포함한 최고경영진을 선임, 평가, 해임할 수도 있고요.

일종의 내부 감시자이자 경영진의 코치들인만큼 글로벌 기업일수록 이사회 구성에 심혈을 기울입니다. 스타벅스 이사회에는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가 사외이사로 참여합니다. MS는 애플과 전 세계 시가총액 순위 1, 2위를 다투는 최대 기업인데요. 그만큼 공을 들여 사외이사로 모셨다는 의미일겁니다. 스타벅스가 이사회에 IT 전문가 혹은 금융 전문가를 꼭 영입하는 이유는 애플리케이션(앱) 내 금융 서비스 등에 조언을 받기 위함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반도체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 TSMC의 이사진도 화려합니다. TSMC는 이사회 10명 중 6명이 사외이사 인데요. 라펠 리프 MIT대 총장, 모쉬 가브리엘로브 자일링스 전 회장, 마이클 스플린터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전 회장 등 반도체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이 참여합니다. 사내이사는 1~2명 정도로 적고 외부 기업인, 전문가들이 포진해있죠.

삼성전자 이사회를 살펴볼까요? 삼성전자는 이사 11명 가운데 사내이사가 5명, 사외이사가 6명입니다. 미국 기업들은 대부분 경영진 1~2명의 사내이사인 것과 비교하면 일단 많은 편입니다. 사외이사는 국내 기업 중에선 최고 수준이긴한데 글로벌 기업들과 비교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김한조 전 이사장, 김종훈 회장, 한화진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 석좌교수, 김준성 전 싱가포르투자청(GIC) 매니징 디렉터, 김선욱 포스코 청암재단 이사장, 박병국 서울대 공대 교수로 구성돼있는데요. 삼성전자가 어깨를 견주는 글로벌 톱 기업들과 다르게 100% 한국계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다시 주총장으로 기억을 돌려보면 삼성전자의 고충도 엿보입니다. 삼성전자는 2019년 회사측의 사외이사 추천권을 포기(?)한 상태라 외부 추천을 받는데요. 삼성전자에 신규 사외이사를 추천한 주주가 없었다고 했거든요. 현재의 사외이사들은 이사회 내에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후보추천위원회에서 나름 고민해 짜낸 라인업이라고 하고요. 주주들도 배당에만 환호할게 아니라 회사에 더 관심을 보여야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박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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