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개사 선정 '스타 팹리스'로 육성
기술개발 지원, 글로벌 기업 육성
업계 "생산능력 확대 내용 긍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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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경기도 화성소재 동진쎄미켐에서 '산업전략 원탁회의'를 마치고 나선 한 참석자의 평가다. 이번 정책이 선명하고 속도감 있게 추진 돼야 한다는 취지다. 원탁회의는 정부의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전략' 발표 후 곧바로 각 계 의견을 듣는 자리로 진행됐다. 행사가 열린 동진쎄미켐은 수입에 의존해 온 EUV 포토레지스트를 국내 처음으로 개발한 반도체 소재 선두업체다.
이번 전략은 삼성과 SK를 중심으로 5년간 총 340조원이 투자 되는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는 게 핵심이다. 미국과 중국, 일본과 대만 등 주요 국가에서 초강력 지원책이 쏟아지는 데 대응하는 의미도 있다. 전략대로라면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소부장 공급망과 고급인력 풀이 국내에 갖춰지게 된다.
발표대에 선 이창양 장관은 "산업현장이 계속 진화하듯, 이번 정책 발표가 전략의 완결은 결코 아니며 앞으로 긴밀히 소통해 대책을 지속 보완하겠다"고 했다. 아직 구체적 논의가 없는 미국의 '팹4 동맹'이 이번 정책에 반영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제2판교의 반도체 아카데미 설립을 비롯해 대부분의 계획을 각부처가 또다시 머리를 맞대고 구체화 해야 한다. 국가 첨단전략산업 특별법 개정 등 국회에 맡겨야 하는 입법 관련 일도 산적했다.
팹4 동맹에 대해 이 장관은 "반도체 관련해선 미국과 다양한 채널로 협력 중이기 때문에 실제 팹4가 어떤 실익이 있는지, 다른 장치산업에 어떤 영향을 줄 지 등을 종합적으로 실무 수준부터 회의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도체를 키워 다른 첨단산업까지 성장시키겠다는 반도체 플러스 정책은 정부가 '시리즈'로 전략을 구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디스플레이, AI, 로봇, 배터리, 전기차 등의 산업이 반도체와 어떻게 더 연결될 수 있는 지를 따져보겠다는 거다. 특히 일각에선 AI는 반도체가 핵심이라 삼성전자도 하반기 중 관련 조직을 만들 거란 얘기가 흘러 나온다.
이날 경계현 사장은 '경기 악화에 맞춰 삼성전자도 생산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생각이냐' 등의 기자 질문이 이어졌지만 답하지 않았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는 '반도체 산학협력 MOU'에는 참석했지만 급한 일정 상 회의 중 자리를 떠나기도 했다.
SK하이닉스 청주공장 투자 보류와 관련, 이창양 장관은 "기업 입장에선 인플레이션 심하고 금리 올라서 투자 부담이 당초보다 늘었을 뿐 아니라 시황 불확실성이 있어 투자 시기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반도체는 공장을 짓는 데 오래 걸리기 때문에 일시 업황에 따르기 보단 중장기 트랜드에 따라 투자하는 움직임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 세액공제가 해외보다 떨어진다는 지적엔 "국가 경쟁에 뒤쳐지지 않게 정부내에서 협의 할 생각"이라고 했다.
회의에서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는 팹리스 기업을 도와주는 데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국내 팹리스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스타 팹리스' 30개사를 선정하고 기술개발·시제품제작·해외 판로 등을 집중 지원할 계획이다. 행사가 열린 동진쎄미켐의 이준혁 대표는 "소재는 혼자 개발한다고 바로 쓸 수 있는 게 아니라 검증이 필요한데, 정부가 테스트베드에 대한 적극적인 정책을 내줬다"면서 "부족한 인력을 보완 해 줄 소부장 육성책도 반갑다"고 평가했다.
반도체 업계는 전반적으로 환영하고 있다. 생산 캐파(생산능력)를 최적화 및 최대화 하는 게 공동의 과제인 점을 고려하면, 발표 내용 중 용적률 상향 등의 내용은 기업 자체가 보유할 수 있는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긍정적이라는 의견이 다수다. 전인식 대한상공회의소 산업정책실장도 "반도체 전문인력 확보, 시스템반도체 선도기술 확보, 소부장 생태계 구축 등 그간 산업계가 요구한 내용들이 대부분 포함돼 실질적인 정책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현실적인 문제를 예상했을 때 보다 폭넓은 지원을 바란다는 희망사항도 나온다. 전력·용수에 국비 지원을 검토한다는 내용과 관련해선 각 지자체들의 불만이 예상치 못하게 터져나올 수 있는데, 이런 부분은 기업들 뿐 아니라 정부도 측면지원을 해주면 좋겠다는 목소리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은 "반도체 관련 인력 양성을 위해 대학 정원 규제를 완화하고, 노동·환경 규제도 반도체 산업 특성에 맞게 대폭 개선해나가겠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고 논평했다. 다만 유 본부장은 "세제지원 규모 측면에서 대기업의 설비투자에 대해 8∼12%를 적용하겠다는 것은, 미국이 반도체 설비투자액의 최대 40% 세액공제를 추진 중임을 감안할 때 이에 상응하는 상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발표된 지원대책이 지연되지 않고 조기에 실행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합심해 이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