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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채수근 상병 순직사건 진실게임 점입가경…문제 풀 열쇠는 국방부차관·해병대사령관 휴대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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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종 국방전문기자

승인 : 2023. 08. 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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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대전현충원내 고(故) 채수근 해병대 상병 묘비./제공 = 유족
고(故)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 조사 결과 경찰이첩 과정을 두고 진실게임이 가열되고 있다. 9일 이번 사건으로 보직해임되고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를 받고 있는 전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은 입장문을 내고 결백을 주장했다. 이에 대응해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은 국방부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박 대령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방부는 채 상병 사망 사건 조사를 해병대 수사단에서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관해 재검토에 들어갔고, 국가인권위원회는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자료 일체를 남김없이 곧바로 경찰로 다시 이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부 시민단체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윗선' 개입 의혹을 거듭 제기하며 국회 국정조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주장들이 다 정확하지 않다'며 국방부가 설명할 일이라고 뒤로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항명' 혐의 박 대령 실명 입장문 발표 vs 국방부·해병대사령관 박 대령 주장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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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를 받고 있는 전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 입장문.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전 해병대 수사단장 박 대령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채 상병 사망사고를 수사함에 있어 법과 양심에 따라 수사하고 그 죽음에 억울함이 남지 않도록 하겠다는 유가족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며 "사건발생 초기 윤석열 대통령께서 엄정하고 철저하게 수사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고, 그 지시를 적극 수명했다"고 밝혔다.

특히 박 대령은 "수사결과 사단장 등 혐의자 8명의 업무상 과실을 확인했고, 경찰에 이첩하겠다는 내용을 해병대사령관, 해군참모총장, 국방부장관에게 직접 대면 보고했다"며 "장관 보고 이후 경찰이첩때까지 그 누구로부터도 장관의 이첩 대기명령을 직·간접적으로 들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 대령은 "다만 법무관리관의 개인의견과 차관의 문자내용만 전달 받았을 뿐"이리고 강조했다.

이어 박 대령은 "지난 30년 가까운 해병대 생활을 하면서 군인으로서 명예를 목숨처럼 생각하고 항상 정정당당하게 처신하려고 노력했다"며 "해병대는 정의와 정직을 목숨처럼 생각한다. 그런 해병대 정신을 실천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은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사망사건 관련 자료 이첩시기 연기에 대해 명시적으로 지시한 바가 있다"고 밝혔다. 또 김 사령관은 "신범철 국방부 차관으로부터 채 상병 사망사건과 관련한 문자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국방부도 전날(8일) 신 차관이 김 사령관에게 보낸 문자메시지가 존재한다는 일부 매체 보도에 대해 부인한 바 있다.

국방부의 부인에 이어 해병대 사령관까지 박 대령의 주장을 부인하면서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에 대해 군 안팎에서는 엇갈리는 주장의 진실을 가리기 위해 신 차관과 김 사령관이 휴대전화 문자·메신저 등의 송수신 내역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방부, 조사본부서 재조사 vs 인권위, 당장 경찰 이첩해야

고 채수근 상병 사건 수사 관련 발표하는 김용원 군인권보호관
9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인권교육센터에서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군인권보호관이 고(故) 채수근 상병 사건의 수사와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방부는 이날 "국방부 법무관리관실의 해병대 수사단 조사결과에 대한 법적 추가 검토 결과,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결과에는 관련자들의 과실이 나열돼 있지만 과실과 사망 간에 직접적이고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이 없어 범죄 혐의 인정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또 국방부는 "중대한 군기 위반행위로 수사단장이 보직해임된 해병대 수사단이 사망사건 및 이첩업무 처리를 계속하기에는 제한 사항이 있다"며 "이런 점들을 고려해 국방부장관은 채 상병 사망사건을 오늘(9일)부로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관하고 법령에 따라 재검토할 것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결국 국방부는 군사경찰의 최상급 부대인 국방부 조사본부가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결과를 재검토해 그 결과를 경찰에 이첩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다만 국방부 조사본부가 어떤 결론을 내더라도 논란은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방부 조사본부가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결과를 뒤집어 범죄 혐의를 제외하는 결론을 낸다면 부실·봐주기 조사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고, 반대로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결과를 그대로 인정한다면 이번 논란을 자초한 국방부에 비판의 화살이 쏟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예비역 군 관계자는 "국방부가 자기 발등을 강하게 찍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국방부의 이 같은 조치에 국가인권위원회는 수사자료 일체를 즉시 경찰에 넘겨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용원 인권위 군인권보호관은 이날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현 상황에 크게 우려한다"며 "국방부 검찰단은 경찰로부터 회수해 보관하고 있는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자료 일체를 남김없이 곧바로 경찰로 다시 이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인권보호관은 "국방부 검찰단이 즉시 경찰에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자료를 보내지 않는다든가 수사자료 중 일부를 취사선택해 보내면 사건의 축소·은폐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김 인권보호관은 "국방부 장관이 보류를 지시하고 수사 결과에서 혐의사실을 빼라고 했던 것, 국방부 검찰단이 수사단장을 수사한 것 등 두 가지 사실관계를 확인했다"며 "경찰로 이첩하기로 했다면 범죄로 인지가 됐기 때문일텐데 범죄 사실 부분만 빼고 (경찰로) 이첩하라는 것이 말이 되냐"고 반문했다.

이어 김 인권보호관은 "해병대 수사단장 등에 대한 해병대의 보직해임 절차 진행과 집단항명죄, 직권남용죄 및 비밀누설죄 등에 대한 수사는 즉각 보류돼야 한다"며 "수사의 결론이 확정되지 않은 시점에서 군사법경찰 관계자의 보직을 해임하거나 직권남용죄 등으로 수사를 개시하는 것은 독립성을 크게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윗선 개입 의혹 지속 … 국정조사 필요 vs 주장 정확치 않아

눈물 흘리는 해병대 사령관
지난달 22일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 체육관인 '김대식관'에서 열린 고 채수근 상병 영결식에서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왼쪽)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른바 '위선' 개입 의혹은 이날 도 이어졌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해병대 1사단장과 국방부 장관, 대통령실 고위인사가 근무연이 있다. 이게 안보실에 보고되면서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며 "장관이 사인하면 끝인데 갑자기 취소되면서 과실치사 혐의를 빼라라고 한 것은 그 위에 권력이 작동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승민 전 국회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해병대 수사단장이 정말 집단항명 수괴의 죄를 저질렀다면 응당한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라며 "그러나 만약 그게 아니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국방부 장관, 차관, 법무관리관, 해병대사령관 등의 '윗선'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수사단장이 작성한 정당한 조사보고서를 축소, 왜곡, 은폐하기 위하여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것이라면, 벌을 받아야 할 사람들은 따로 있다"고 주장했다.

유 전 의원은 "이제 진실의 시간이다. 국회가 나서야 한다. 헌법 제61조가 국회에게 국정에 대한 감사와 조사의 권한을 부여한 것은 이럴 때 사용하라는 뜻"이라며 국정조사 필요성을 제기했다. 또 "고 채수근 해병의 억울한 죽음에 이어 또 한 명의 해병이 억울한 누명을 쓴다면, 이건 정의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잇따른 국방부의 부인에도 '윗선' 개입 의혹이 사그러 들지 않자 대통령실이 이날 처음 입을 열었지만 "국방부에서 충분히 설명하고 있다"며 전면에 나서지는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여러 주장이 있는 것 같은데 그 주장들이 다 정확하지 않은 면도 굉장히 많이 있는 것 같다"며 "이 부분은 국방부에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국방부에서 충분히 설명하고 있지 않은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질문에도 이 관계자는 "국방부에서 설명하고 있고 앞으로 계속 설명할 것으로 안다"고만 답하며 말을 아꼈다.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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