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전 대통령이 19일 서울 영등포구 63빌딩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식'에서 현 정부를 겨냥한 듯한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안보, 경제, 외교, 남북관계 등 전반에 걸쳐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의 탁월함을 강조하고 보수정부 집권기에 오히려 안보위협과 경제 수치가 나빠졌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은 인사말 말미에 '조작된 신화'라는 표현을 사용해 최근 감사원이 발표한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집값' 조작 의혹에 대한 불편한 마음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파탄 난 지금의 남북 관계를 생각하면 안타깝고 착잡하기 짝이 없다"며 "평양공동선언 역시 훗날 냉전적 이념보다 평화를 중시하는 정부가 이어달리기를 할 때 더 진전된 남북합의로 꽃피우게 될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의 중요한 교훈은 '평화가 경제'라는 사실"이라며 "김영삼 정부부터 지금의 윤석열 정부까지 역대 정부를 거시적으로 비교해보면, 남북관계가 상대적으로 평화로웠던 시기의 경제성적이 그렇지 않았던 시기보다 항상 좋았다"고 주장했다.
|
지난 집권 시절 경제 성과에 대한 자화자찬도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는 그 밖에도 수출 증가, 무역수지 흑자 규모, 외환보유고, 물가, 주가지수, 외국인 투자액 등 거의 모든 경제지표가 지금보다 좋았다"고 말했다.
국가부채 1000조원 시대를 열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 이전 2년 동안 사상 최대의 재정흑자를 기록한 바 있고, 적자재정은 다른 모든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코로나 기간 동안 국민 안전과 민생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코로나 기간 OECD 국가 중 국가부채율 증가가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해 '위기에 강한 대한민국'의 면모를 과시한 바 있다"고도 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재정적자가 더욱 커졌다는 비판도 나왔다. 문 전 대통령은 "오히려 재정적자는 현 정부에서 더욱 커졌는데, 적자 원인도 경기부진으로 인한 세수감소와 부자감세 때문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북 관계가 평화로운 가운데 주변 국가들과 균형있는 외교를 펼칠 때 코리아 리스크가 줄어들고 수출경제도 활기를 띄기 마련"이라며 "지나치게 진영외교에 치우쳐 외교의 균형을 잃게 되면, 안보와 경제에서 얻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다"고 충고했다.
|
국민의힘은 문 전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 대해 "북한을 대변이라도 하는듯한 여전한 북한몽과 허울 좋은 거짓 평화에 매달린 그들만의 인식은 한치도 변하지 않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평화가 곧 경제'라는 교훈 운운하며 '미래의 목표가 아니라 지금 당장의 현실'이라는 발언에는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라며 "'경제는 보수 정부가 낫다'는 말을 조작된 신화로 치부하는 문 전 대통령, 그래서 통계 조작으로 이루어진 문 정권의 경제는 어떠했는지 국민께서 묻고 계신다"고 일침을 놨다.
한편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이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입원한 녹색병원을 찾아 단식 중단을 권하고 건강을 염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