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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서해 노을이 사무실이 된다…변산반도 워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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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 이장원 기자

승인 : 2026. 03. 17. 15:01

지질·해변·백제 유산 가득한 서해안 국립공원
예약 클릭 순간 컷, 생태탐방원 가성비 휴식처
고사포 워케이션 센터, 바다 전망 '일할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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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반도 국립공원 적벽강. / 이장원 기자
예약이 하늘의 별 따기인 국립공원 시설이 있다. 널리 알려졌다기엔 숨은 관광지 같으면서도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곳이다. 전북 부안 변산반도국립공원의 생태탐방원은 예약 개시 후 몇 분이면 해당 회차 예약이 마감되기 십상이다. 비결을 한 단어로 말하자면 가성비다. 다만 단순히 저렴해서라기보다는 그만큼 가치가 있다는 평가다. 변산반도는 특히 휴가처럼 일할 수 있는 '워케이션' 트렌드에 적합한 환경을 보유한 여행지로 꼽힌다. 서해 바다 노을과 희귀한 해변 지형에서 천년고찰까지, 마음과 정신을 풍요롭게 하는 변산은 생활의 활력을 되살리는 곳으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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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반도 국립공원 내소사 전나무숲길. / 이장원 기자
변산은 조선시대부터 십승지(十勝地) 중 하나로 전해 내려왔다. 십승지는 몸을 보전할 수 있고 거주 환경이 뛰어난 고장 열 곳을 말한다. 조선 말기에 등장한 정감록(鄭鑑錄)에 근거했다고는 하지만 그 이전부터 재난과 전쟁을 피해 갈 수 있는 이상향으로서 십승지가 전해졌다고 한다. 소위 무릉도원의 현실판으로 선정된 곳 중 하나가 변산이라고 할 수 있다. 변산은 기가 세고 도를 닦기에 좋은 곳이라는 평도 있는데, 환경이 뛰어난 동네에서 도를 닦는 모습이 지금의 워케이션과도 맞닿는 부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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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반도 국립공원 생태탐방원 데크 공간. / 이장원 기자
이곳의 환경을 아우르는 변산반도국립공원은 외변산의 채석강, 적벽강, 고사포 해변과 내변산의 직소폭포, 의상봉, 쇠뿔바위 등 등 산과 바다의 경관을 두루 지닌 자연 명소다. 우리나라 유일의 반도형 국립공원으로, 1988년 19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어느덧 40살을 바라보고 있다. 변산반도 국립공원에서는 뜻하지 않게 '핫'한 여행지를 만난다. 생태탐방원이다. 체류형 특화프로그램과 숙박, 교육과 회의시설 등을 갖춘 생태 복지 시설이다. 생태탐방원은 시원한 바다 전망의 호텔급 숙소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어 예약 경쟁이 치열하다. 2인실, 4인실, 6인실, 8인실로 여행 형태에 따라 선택지도 많은데, 2인실의 경우 주중 가격이 불과 3만3000원으로 책정돼 있다. 방문 예정인 달의 한 달 전 개시일에 국립공원공단 홈페이지에서 예약할 수 있다. 변산반도 생태탐방원은 봄이면 유채꽃이 피는 죽막마을 한바퀴와 지질공원 체험 등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필연적으로 참여해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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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반도 국립공원 고사포 해수욕장. / 이장원 기자
변산반도는 서해만의 특별함을 느끼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기도 하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된 변산반도 일대는 약 1억7000만년 전 쥐라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화강암 기반에 8700만년 전 백악기 화산 활동까지 겹쳐 형성된 격포리층이 유명하다. 채석강, 적벽강 등 화산 활동과 해식 절벽이 어우러진 내외 변산 경관이 대표적이다. 채석강은 물론 적벽강은 사실은 바다이지만 강(江)이라고 불린다. 채석강은 중국 당나라 시인 이백(이태백)이 놀던 채석강과 비슷해서, 적벽강은 중국 송나라 시인 소식(소동파)의 시에 나오는 적벽과 풍경이 흡사해서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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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포 야영장 워케이션 센터. / 이장원 기자
이런 서해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곳 중 빼놓을 수 없는 곳이 고사포 해수욕장이다. 일몰 시 붉은 노을이 장관이다. 다른 서해안 해수욕장에 비해 물이 깨끗하고 모래사장이 넓다는 평이 많다. 고사포 해수욕장의 송림에는 고사포 야영장이 조성돼 있다. 해변을 따라 이어지는 소나무숲에서 솔바람 소리와 함께 바다를 즐기기에 좋은 곳인데 최근 워케이션 성지로도 주목받고 있다. 이곳의 워케이션 센터는 마치 바다 앞 모래사장에 앉아 일을 하는 듯한 눈높이의 전망을 제공한다. 넓은 유리창 앞에 랩탑 컴퓨터를 놓고 일할 자리를 배치해 자못 감동적인 공간을 만들었다. 야영장 이용객이면 이용 가능하다. 워케이션은 아직 다소 생소한 용어로, 한국에서 개인이 실행하기엔 현실적 제약이 붙을 수 있지만 세계적 추세를 볼 때 앞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큰 업무·여행 형태다. 전 세계에서 '워케이션'의 검색량이 지난 5년간 4900% 증가했다는 영국 마케팅 업체 노스나인의 분석도 찾아볼 수 있다. 고사포 야영장은 하우스와 자동차야영지 등의 숙박 형태도 갖추고 있어 부담 없이 일하면서 쉬는 날을 계획해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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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암사 대웅보전과 뒤로 보이는 우금산. / 이장원 기자
빼어난 자연을 자랑하는 변산반도 국립공원에는 개암사, 내소사, 우금암 등 천년이 넘는 이야기를 간직한 역사문화자원도 많다. 삼국시대 백제가 있던 이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사료가 적은 탓에 더 큰 호기심을 유발하는 백제 이야기를 따라가며 여행의 깊이를 더해 보는 것도 좋다. 부안군 상서면에는 백제의 묘련대사가 창건한 것으로 알려진 고찰 개암사가 있다. 이 묘련대사의 제자인 도침은 나당 연합군에 의해 백제가 멸망한 뒤 복신과 함께 왕자인 풍을 왕으로 추대하고 백제부흥운동을 이끌었다. 일각에서는 과거 개암사 불상 속 유물이 도난되는 과정에서 발견된 종이에 도침이 묘련대사의 제자라는 말이 적혀 있었다고 하는데, 부안 현지 해설사 등에 따르면 이 도난에 관련된 이야기는 공식적으로 인정되는 사실은 아닌 듯 하다. 하지만 도침으로 시작된 백제의 뒷이야기는 사찰 뒤편 우금암으로 이어진다. 우금암은 백제의 항전지인 주류성이 있던 곳으로 추정되고 있다. 보물로 지정된 개암사 대웅보전 뒤로 보이는 우금산과 우금암의 경치도 볼 만한데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면 당시의 상황을 어렴풋이 상상하게 만드는 복신굴이 있다. 복신굴은 복신이 항전하며 기거했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최후 항전기를 맞아 굉장히 열악한 조건에서 싸웠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비록 백제를 다시 세우진 못했지만 자신의 이름을 딴 굴이 남아 있으니 역사에 발자취를 확실히 남긴 셈이다. 통일신라 때 와서는 원효대사도 이곳의 굴에서 수행했다고 한다. 그 옛날에도 터가 특별한 곳으로 인식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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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금암. / 이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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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소사 대웅보전. / 이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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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포 해수욕장. / 국립공원공단 제공
이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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