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노년층 대상 일상생활 공백 채워
역사·체육·미술 등 맞춤형 교과과정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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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추적추적 내린 지난 7일 오후. 진명자(75·금천구) 씨는 쌀쌀한 날씨에도 한 손엔 우산을 들고 뒤로는 책과 학습파일, 필기구로 가득 찬 가방을 메고 옛 한울중학교였던 서울시민대학 모두의 캠퍼스에 들어섰다.
세찬 비에 옷은 다 젖었지만 학교에 들어서자 가장 친한 친구이자 부반장인 제갈무상(76·금천구) 씨를 보자 환하게 반기며 수업 전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지난주 숙제였던 '수업 내용 잊어버리지 않고 오기'를 수행하기 위해 옆자리에 앉은 다른 친구에게 조선 초기의 역사를 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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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짜리 수업은 역사와 체육으로 나눠 진행됐다. 어르신들은 자신이 가져온 노트 위에 수업 내용을 필기하며 집중력을 발휘했다. 강사는 잠깐 나른해지는 수업 중간중간 재미 요소를 반영하기 위해 드라마와 영화를 접목해 설명하기도 했다.
2시간의 수업을 마치고 쉬는 시간이 되자 어르신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일어나 기지개를 켜고 이야기를 나눴다. 진 씨도 역시 물을 마시기 위해 자리에서 나섰다. 진 씨는 "지난해 동네 친구가 이 수업을 다닌다는 이야기를 듣고 올해 처음 강의를 듣게 됐다"며 "아직 감을 못 잡겠지만 학교에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설레는 기분으로 다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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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학년 교실은 어르신들이 학교 오는 즐거움을 한층 더하기 위해 일반 교육과정과 최대한 비슷하도록 운영하고 있다. 여느 학교와 마찬가지로 학기 초에 반장과 부반장 선거를 열며 가까운 근교로 소풍도 간다. 학급 담당자는 "처음 수업 커리큘럼을 전달할 때 소풍도 예정됐다고 하니 귀찮아하셨다"면서도 "이제는 소풍날만을 기다리시고, 수업날만을 기다리신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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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선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 기획조정본부장 "코로나 이후 부모님들 세대에 일상생활 공백이 나타났다. 이분들을 위해 하루 일과를 어떻게 되찾아줘야 할까 하는 고민에서 기획하게 됐다"며 "어르신들에게 사회적 활력을 불어넣고 고립감을 해소시키고, 관계 형성을 돕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