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한국옵티칼 여성노동자 고공농성 1년째…구미시는 '여성친화도시' 3회 연속 선정
|
구미시는 2030 여성이 떠나는 도시다. 지난 5년간 구미시에서 이주한 인구 중 대다수는 여성이다. 심지어 지난해에 유출된 인구 736명 중 625명(84%)이 20~30대 여성일 정도다.
이렇다보니 구미시 노동자의 여성 비율은 37.2%에 그친다. 구미시 역시 지역의 문제와 여성들이 떠나는 이유를 알고 있다. 시는 지역 산업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크고 지역 내 대학 역시 이공계열 위주인 점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이에 떠나는 청년 여성들을 붙잡고 결국에는 혼인·출산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포럼 운영을 결정한 것이다. 시는 '인구 재구조화 연구용역'을 추진하며 2030 여성들의 정책 참여를 유도하고, 정책 수립 역시 수요자 중심으로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포부와 함께 구미가 내건 포럼의 이름은 '지혜야, 구미에 살래?'로, 슬로건은 '100명의 지혜가 지혜를 모아'다. 2030 여성에게 가장 많은 이름인 '지혜'와 상황을 깊게 이해하는 '지혜(智慧)'라는 단어를 중의적으로 활용해 '위트 있게' 표현했다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런 포럼 이름과 더불어 구미시의 정책이 실효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실제로 해당 포럼의 이름을 접한 2030대 여성들은 "한 연령대를 특정 인명으로 싸잡아 부르는 것부터가 부정적이다", "친근감보다는 꼭 아랫사람을 대하는 것 같아 거부감이 든다", "여성스러운 특정 이름으로 여성을 조롱하는 사회 풍조도 읽지 못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또 2013년 여성친화도시 선정, 여성친화분야 우수지자체 선정 등을 자랑하던 구미시는 두 명의 여성노동자가 1년이 넘도록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도시다. 화재로 인해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해버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의 박정혜 수석부지회장과 소현숙 조직2부장은 구미공장 옥상에서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여성이 떠나게 만드는 근본적인 문제들은 고용형태와 여성에게 가혹한 노동조건, 성별간 임금 차이, 젠더갈등과 성차별 등이다. 모두 지자체의 힘만으로는 극복하기 힘들며, 단기간에 해결하기는 더더욱 어려운 문제들이다.
이런 문제를 헤쳐나가기 위해 구미시가 어떤 변화를 꾀하고, 어떤 정책을 펼치며 여성들을 붙잡기 위해 노력할지라도 실제로 여성이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여성들은 계속해서 떠나갈 것이다. 지자체 홍보에 유리한 성과만을 내세워 여성친화도시로 연속 선정되더라도, 여성진화정책으로 수상하더라도 정작 도시에 남은 여성이 없다면 모두 허울뿐인 여성친화도시가 된다.
구미시를 벗어난 청년들에게 구미시는 박정희의 고향, 보수 극우세 지역, 구시대적인 분위기의 중소기업들로 가득한 산업도시일 뿐이다. 어느 하나 현대의 2030 여성들과 친근한 이미지는 찾아보기 힘든 마당에 탄생한 포럼 슬로건, '100명의 지혜가 지혜를 모아'가 과연 얼마나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