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 "내실 없고 신뢰도 바닥" '혼용률 허위 기재' 사태 길어지자 무신사, 다운·캐시미어 전수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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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전재 혼용률 오기재로 전액 환불하기로 한 '해칭룸' 패딩점퍼./해칭룸
국내 의류 브랜드 '해칭룸'이 오리털 충전재를 90%이상 쓴 패딩점퍼를 거위털 '구스다운' 으로 판매했다가 혼용률 오기재 사실이 확인돼, 전액 환불 보상하기로 했다.
올해 초 시작된 일부 국내 의류 브랜드의 '패딩 혼용률 허위 기재' 사태 여파가 길어지면서, 국내 중저가 의류, 이른바 '도메스틱(Domestic)' 브랜드의 신뢰도 추락으로 이어질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해칭룸 측은 지난 22일 공식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고 "라벨에 기재된 혼용률과 실제 쓰인 충전재가 다른 상이한 것을 확인했다"며 시험성적서 결과를 공개했다. 제품 라벨에 구스다운 90%, 구스페더 10%로 표기된 것과 달리, 시험성적서에는 오리 91.8%, 거위 6.2%로 적혀 있다. 이 점퍼의 판매가는 45만원에 달했다.
그러면서 "협력업체에서 생산한 것으로, 신뢰하고 생산 판매했다"며 "완제품에 대한 품질검사를 소홀히 했다. 문제가 발생한 제품을 구매한 모든 고객에 100% 환불을 진행하고 소정의 피해보상금을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번 일로 불편을 겪게 되신 고객님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마무리했다. 제품 수거는 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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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칭룸 홈페이지./해칭룸
이와 같은 이슈는 패션플랫폼 '무신사'에서 지난해 12월 부터 올해 3월까지 약 100일간 다운·캐시미어 상품을 전수검사하며 드러났다. 무신사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판매 중인 7968개 상품을 조사한 결과 8.5%가 혼용률 오기재 등 정책 위반에 해당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상품은 영구적으로 판매를 중지하고, 브랜드 측에는 5~35일간 전 상품을 판매 중지하도록 강경하게 대응했다. 무신사는 홈페이지에 '해칭룸' 을 포함해 제재 조치한 브랜드와 제품 목록을 공개했다.
이번에 전액 환불 보상이 결정된 해칭룸의 패딩점퍼를 24일 무신사 홈페이지에서 검색해보니, '운영정책 위반에 따라 모든 상품이 5일간 판매 중단됩니다'라고 팝업 창이 뜨고, 해칭룸 브랜드 페이지를 클릭하면 '페이지를 찾을 수 없습니다'라고 나왔다.
'해칭룸'은 2021년 론칭한 의류브랜드로, 서울 서촌, 성수동, 잠실에 매장이 있고 전년 대비 매출이 2배 오르는 등 급성장했다. 트렌디한 감성과 디자인을 강점으로 팬덤도 탄탄하다. 그러나 이번 패딩점퍼 사태를 계기로 '해칭룸'을 비롯한 인기 '도메스틱' 브랜드를 향한 소비자들의 실망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온라인 패션 커뮤니티에도 이와 같은 반응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한 누리꾼은 "사과문은 잘 썼을지언정 다시는 안산다"며 "혼용률 오기재가 아니라 아예 다른 소재를 쓴건데, 40만원이 넘는 옷을 검수도 제대로 안하고 판매한 게 괘씸하다. 당연한 보상을 받는데도 마음이 떠날 것"이라고 꼬집었다. "잘 나가는 도메스틱 브랜드가 이 정도라면, 국산 브랜드를 못 믿겠다", "보세 옷과 다를게 없다. 외적으로 성장세만 높았지 내실이 없다. 소비자로서 신뢰도가 바닥"등의 댓글도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