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철수 저지·한국군 현대화 군사 원조 위해 민간 외교
진실 알리지 못하고 별세
스틴븐스 전 미국대사가 전하는 한국전쟁 참전용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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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우 취재원에게 빚을 졌다는 부담감이 떠나지 않는다. 지난해 9월 별세한 박동선 회장의 경우, 안타까움을 넘어 죄스러움마저 느낀다.
박 회장은 1970년대 중반 '코리아게이트'의 중심 인물이다. '국제 로비스트'라는 단편적 소개가 보일 뿐 그 인생 궤적에 대한 진지한 조명이 없다. 박 회장과 2011년 6월 인터뷰를 계기로 교류하게 된 덕분에 당시 이런저런 내막을 접할 수 있었다.
1969년 '닉슨 독트린' 이후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막고 국군 현대화를 위해 군사원조를 획득하려는 민간외교에 관여한 것이라고 박 회장은 회고했다. 일반적 의미의 로비 활동과 결이 다르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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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를 묻자, 현역에서 활동 중인 이해 당사자가 있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기자의 심층 인터뷰에는 응할 의향이 있음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2015년 인도 뉴델리 특파원으로 떠나기 직전 박 회장과 저녁을 함께하며 '죽기 전에 미국 등 전 세계 인맥을 소개해 주고 싶다'는 덕담도 들었다.
뉴델리에서 귀국해 1년 정도 지낸 후 중국 베이징(北京) 특파원을 거쳐 미국 워싱턴 D.C.에 부임하는 등 경황없이 지내는 가운데 박 회장과의 약속은 미뤄졌다. 그러다가 부고를 접했다. "몇 년 더 살면서 해야 할 일을 하고 싶다"던 고인의 음성을 떠올리며 큰 슬픔에 잠겼다. 거처가 고인이 만든 '조지타운클럽'까지 채 10분도 걸리지 않는 곳이라 애통함, 아쉬움이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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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평화봉사단원으로 한국과 인연을 맺고 훗날 주한 미국대사까지 지낸 '심은경' 캐슬린 스티븐스 미국 코리아소사이어티 이사장이 14일 워싱턴 D.C. 한 호텔에서 열린 한국전쟁 참전용사 및 주한미군전우회(KDVA) 회원 초청 음악회 때 들려준 이야기 또한 늦게나마 전하고 싶은 감동이다.
스티븐스 이사장에 따르면 수년 전 자전거를 타고 버지니아주 시골 마을을 지나던 중 북위 38도선 표지판을 보고 찾아간 인근 작은 학교에 한국전쟁 참전 동문 기념비가 나직이 서 있었다. 미국 전역에 있는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비 중 하나였다. 이보다 더 감격스러운 사실로 그녀는 다수의 한국 기업이 미국에 진출해 있다는 점, 재미 한인 사회가 성공적인 공동체라는 점을 꼽았다. 또 "애국가를 들으면 항상 울컥하는데, 특히 오늘처럼 현악 연주로 애국가를 들으면 더 그렇다"고 소회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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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박한 말엔 한국인 모두의 심정이 요약돼 있다. 새삼 두 나라의 운명적 인연을 생각하게 만드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