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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가도 괜찮아”...딩컴, 서두르지 않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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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 게임담당 기자

승인 : 2025. 04. 28. 19:10

급할 것 없는 여행 ‘천천히 그리고 오랫동안’
‘딩컴(Dinkum)’은 요즘 게임 시장에서 보기 드문 느긋한 게임이다. 어디로 가야 할지, 뭘 해야 할지 아무도 강요하지 않는다. 그냥 섬 한가운데 텐트 하나 세워두고 알아서 살아가라고 등 떠밀 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 방임에 가까운 자유가 꽤 괜찮다. 아니, 꽤나 좋다.

지난 4월 23일 스팀에 정식 출시된 딩컴은 오픈 월드 생존 제작 시뮬레이션 장르다. 이름만 보면 딱딱하게 들리지만, 막상 게임을 시작해보면 따뜻한 감성이 가득한 ‘힐링’에 가깝다. 

◆ 섬에 던져진 플레이어, 살아남는 방법은 오직 '자기 방식'뿐
게임은 캐릭터 커스터마이징부터 시작된다. 헤어스타일과 피부색, 의상을 고르고 나면, 삭막한 도시를 떠나 한적한 섬으로 이동한다. 

길잡이 역할을 맡은 ‘플레치 할머니’가 부두에서 플레이어를 맞이하고, 여기서부터 모든 선택은 본인의 몫이다.
베이스캠프를 어디에 설치할지, 무얼 준비할지, 누구를 마을에 정착시킬지까지 강제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초반엔 아무런 명확한 목표가 없기 때문에 당황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막막함을 견디고 나면 딩컴의 진짜 매력이 보인다.

초반엔 체력이 너무 약해서 돌 하나 부수는 것도 느리며, 먹을 것도 열약한 수준이라 생존 게임이라지만 ‘이래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사냥, 채광, 벌목 등 자격증을 하나씩 해금하고, 농사와 낚시를 병행하면서 서서히 리듬을 찾게 된다.

◆ 힐링이 전부가 아니다, 의외로 고강도 생존의 맛
딩컴은 보기보다 꽤 생존 게임답다. 섬 곳곳에는 악어, 들개 같은 위험한 동물들이 돌아다니고, 이들을 피해가거나 사냥해야 한다. 고급 장비를 마련하기 전에는 낡은 장비 하나 들고 우물쭈물 싸우거나, 아니면 도망치는 게 일상이다.

먹거리 수급도 까다롭다. 요리하지 않은 열매나 생고기만으로는 기력이 쉽게 바닥난다. 기력이 떨어지면 광질도, 벌목도, 낚시도 제대로 못 한다. 일단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을 때까지 버텨야 한다. 

더 재미있는 건, 섬의 생태계 자체가 살아 있다는 점이다. 강가에서 악어가 물고기를 사냥하고, 들개 무리가 새를 쫓아다닌다. 
딩컴은 베이스캠프만 잘 세웠다고 끝나진 않는다. 본격적인 재미는 마을을 키우는 데 있다. 방문객들이 하나둘 섬을 찾아오고, 이들에게 상점 부지를 마련해주고, 새 주민을 받아들이면서 작은 공동체가 만들어진다.

잡화점을 시작으로 다양한 시설들이 하나씩 세워지면서 섬은 점점 활기를 띤다. 하지만 이 과정이 절대 쉽지는 않다. 건물 하나 옮기는데도 딩크(게임 머니)가 왕창 들어가고, 하루 종일 나무를 베고 광물을 캐야 겨우 목표를 이룰 수 있다.

결국 딩컴은 느긋한 겉모습과 달리 ‘노가다’가 꽤 많은 게임이다. 단순 노동을 견디지 못하면 중도 포기할 가능성도 있다. 
딩컴은 다른 이용자의 섬에 방문해 최대 6명이 협동 플레이를 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를 지원한다. 각자 역할을 나누면 더욱 빠르게 성장할 수 있겠지만, 강요하지 않는 자유야말로 딩컴이 원하는 정체성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딩컴은 분명 아쉬운 부분도 있다.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뭘 해야 하지?’ 싶은 막막함이 크다. 무한한 자유를 주지만 그 자유가 때로는 플레이어를 길 잃게 만들기도 하기 때문.

그럼에도 딩컴은 의미 있는 게임이다. 빠르게 소비되고 잊혀지는 게임들 사이에서 ‘천천히 그리고 오랫동안’ 플레이어 곁에 머무르려는 진심이 느껴진다. 승부도 없고 경쟁도 없는 세계에서 매일 조금씩 나만의 섬을 가꾸는 재미. 딩컴은 이 특별한 가치를 솔직하게 전달하는 게임이다.
김동욱 게임담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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