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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업계에선 사상 초유의 '유심 대란'이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가입자들 사이에선 다른 통신사로 갈아타려는 움직임도 감지됩니다. 해킹 사고 일주일 뒤인 26일에는 SKT 가입자 1600여명이 경쟁사로 번호 이동을 했습니다. 사태수습까지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당분간 경쟁사들의 반사 수혜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피도 눈물도 없는 경쟁시장에서 '남의 불행이 곧 나의 행복'인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이치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요 며칠 SKT 경쟁사들은 가입자 유치를 위한 마케팅을 부쩍 강화하는 분위기입니다. 일부 통신사 대리점에선 대놓고 SKT를 저격하는 이른바 '바이럴 마케팅'도 펼치고 있습니다. A통신사 직영점과 대리점에선 'SKT 해킹'이라는 문구를 강조한 홍보물을 부착하는가 하면, 온라인에서도 'SKT 고객 정보 유출, 우리 가족의 소중한 개인정보 ○○로 지켜주세요!'라는 식의 홍보물을 내걸었습니다.
그런데 이같은 '바이럴 마케팅'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습니다. SKT의 '불행'을 이용하는 경쟁사들도 과거 유사한 사고를 내면서 가입자들에 피해를 끼쳤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죠. '그 나물에 그 밥'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프레너미(frienemy)'라는 신조어가 있습니다. 우리 말로 바꾸면 '애증의 관계'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단어입니다. 협소한 내수 시장에서 경쟁하는 통신3사들이 '프랜드'까지 되기를 바라지는 않습니다. 다만 과도한 바이럴 마케팅이 사회적 불안감을 확산시키고 있다는 점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남의 불행이 언제든 나의 불행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각자의 보안 체계부터 점검하는 게 먼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