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지 적고 한강고원 인기 메뉴는 안 보여
|
그러나 대다수 시민의 돗자리 위에는 일회용품이 놓여있었다. 노점에서 파는 닭꼬치, 떡볶이, 닭강정 등 일회용 용기에 담긴 채 판매되고 있었고,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서울시는 한강공원 곳곳에 쌓이던 일회용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지난달 8일부터 여의도 한강공원 3곳과 뚝섬 한강공원 2곳에 '배달 다회용기 전용 반납함'을 설치·운영 중이다. 이용 방법은 배달음식 앱에서 '다회용기 옵션'을 선택하고, 식사 후 반납 가방에 부착된 QR코드로 반납을 신청한 뒤 전용 반납함에 넣으면 된다.
환경을 위한 시도지만 이용자가 적은 이유는 제도의 불편함일까, 인식 부족일까. 그 이유를 직접 확인해 보기로 했다.
|
기자가 직접 배달앱 '쿠팡이츠'에서 '다회용기'를 검색하자 약 50개의 음식점이 검색됐다. '배달의민족'은 44곳, '요기요'는 18곳, '땡겨요'는 12곳이었다. 숫자만 보면 선택지가 많아 보였지만, 실상은 달랐다.
한강공원의 인기 메뉴로 꼽히는 치킨, 떡볶이, 피자는 단 한 곳도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 찜닭, 김치찜, 동태탕 등 무겁고 배달이 까다로운 음식만 검색됐다. 또 실제 다회용기 배달이 가능한 곳은 11곳에 불과했다.
그중 자장면을 주문했다. 자장면은 스테인리스 다회용기에 담겨 검정 부직포 가방에 포장돼 배달됐다. 겉보기엔 그럴듯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단무지는 일회용 용기에 담겨왔고 젓가락도 일회용으로 제공됐다.
|
현장에서 만난 강모씨(33)는 "한강에서 다회용기를 이용할 수 있는지 오늘 처음 알았다"며 "집에서는 시켜 먹을 것 같은데, 여기서는 반납할 장소를 찾거나 들고 다녀야 할 것 같아 불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강씨는 "다회용기라고 해도 누가 썼는지 몰라 솔직히 찝찝하기도 하다"며 위생에 대한 우려도 덧붙였다.
시에 따르면 사용된 다회용기는 애벌 세척, 불림, 고온 세척, 헹굼, 건조, 살균소독, 전수검사 총 7단계에 걸친 세척 과정을 거쳐 다시 공급된다. 또 유기물 오염도(ATP) 위생 검사를 주기적으로 실시해 통상 검사 기준보다 10배 강화된 20RLU 이하로 관리되고 있다고 시는 설명했다.
반납 절차도 간단하지만은 않았다. 뚜껑을 다시 닫고 재포장한 뒤 QR코드를 스캔해 회원가입과 배달존 검색 과정을 거쳐야만 반납 신청이 가능했다. 이후 배달존(1·2·3) 반납함에 반납을 신청하면 48시간 이내에 기사가 수거해 간다.
김모씨(25)는 "일주일 전 여기서 찜닭을 다회용기로 주문해 봤다"며 "반납 과정이 너무 불편했고, 반납함이 곳곳에 설치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배달 다회용기 서비스는 종로구, 중구 등 서울 20개 자치구에서 운영 중이다. 시는 내년까지 전 자치구로 확대할 방침이다. 한강공원도 마찬가지로, 향후 반포한강공원 등으로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