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보유 미신고 외환 현금 378조7600억원 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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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금융기구는 아르헨티나가 올해 중남미에서 빠른 성장 가도를 달릴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지만 강력한 긴축 정책 탓에 체감 경기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분위기다.
루이스 카푸토 아르헨티나 경제부 장관은 5일(현지시간) 한 유튜브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개인이 금융권 밖에서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외환 자산이 최소한 2000억 달러(약 279조4800억원) 이상이라고 한다"며 "(경기 부양을 위해) 미신고 외환 자산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신고 현금자산으로 가전제품, 자동차, 부동산 등 무엇을 사도 좋다"며 "세무 당국은 자금 출처에 대해 그 어떤 설명도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나시온 등 현지 언론은 이를 두고 '매트리스 밑 달러'로 불리는 미신고 현금자산을 풀도록 유도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라며 국립통계서비스연구소(INDEC) 보고서를 인용해 아르헨티나 국민이 보유하고 있는 달러 현금을 지난해 4분기 기준 2712억 달러(약 378조7600억원)로 추정했다.
아르헨티나에선 개인이 가정이나 대여금고 등에 비밀리 보관 중인 외환 현금을 '매트리스 밑 달러'라고 부른다. 과거 달러를 안전하고 은밀하게 보관하기 위해 매트리스 밑에 깔아둔 사람이 많았다는 데서 유래한 표현이다.
법정화폐인 페소화에 대한 불신이 큰 아르헨티나에선 달러를 사실상 유일한 저축 수단으로 여긴다. 여윳돈이 생기면 그때그때 달러로 환전하는 게 가장 흔한 저축 방식이다. 여기에 은행권에 대한 불신, 세무조사 가능성에 대한 불안까지 겹쳐 환전한 달러 현금은 개인이 직접 보관하는 게 보통이다.
아르헨티나 정부가 개인이 보관 중인 달러를 풀도록 하겠다고 나선 건 긴축이 경제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카푸토 장관은 인터뷰에서 "일자리를 늘리고 급여를 높이기 위해선 경제가 성장해야 하고, 경제가 성장하려면 소비와 투자가 활발히 돼야 하는데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내지 않아 시중에 유동성이 부족하다"며 "(국민이 갖고 있는) 달러를 풀면 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긴축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아르헨티나는 돈을 찍어내 행정부의 재정 적자를 메워주던 중앙은행의 발권을 중지시켰다.
카푸토 장관은 이날 인터뷰에서 "(중앙은행의 발권 중지로) 페소화 통화량을 엄격하게 관리한다는 원칙엔 절대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긴축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거듭 확인했다.
그러면서 자금 출처에 대해선 불문에 부치겠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그는 "지금까진 혹시라도 세무조사를 받을까, 세무서의 감시 대상이 될까 두려워 모아둔 달러를 쓰지 못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보관만 하고 쓰지 못하는 돈이라면 아무 소용도 없는 것"이라며 "누구라도 이런 걱정 없이 저축한 달러를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신고 현금자산의 출처를 문제 삼지 않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국회법이 아닌 대통령령 등을 근거로 보장할 전망이다. 과거 아르헨티나는 국회법으로 미신고 현금성 자산의 신고를 유도했지만 일정 금액 이상에 대해선 세금을 부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