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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기자의 문화路] 발레로 빚은 비극적 사랑 ‘카멜리아 레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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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5. 05. 08. 13:41

국립발레단, 7~11일 예술의전당서 전막 아시아 초연
쇼팽 선율 타고 흐르는 애절한 몸짓, 탄성 자아내
Korean National Ballet_카멜리아 레이디 (24)
국립발레단의 '카멜리아 레이디' 중 한 장면. /국립발레단
뒷걸음치던 두 남녀의 등이 서로 맞닿는다. 사랑에 빠진 이들은 달콤하고도 애절한 감정이 담긴 파드되(2인무)를 춘다. 긴 머리를 늘어뜨린 채 새하얀 튀튀를 입은 마르그리트(조연재 분)와 검은 수트 차림의 아르망(변성원)은 쇼팽의 선율 속에서 사랑에 빠진 순간을 몸짓으로 그려냈다. '현존하는 최고의 안무가'로 불리는 존 노이마이어의 섬세하고도 세련된 안무에 탄성이 나오는 순간이었다.

국립발레단이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아시아 발레단 최초로 '카멜리아 레이디' 전막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카멜리아 레이디'는 거장 안무가 노이마이어가 프랑스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의 소설 '춘희'를 바탕으로 1978년 창작한 작품이다.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이 현역이던 시절, 그를 대표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강 단장은 이 작품을 통해 권위 있는 무용 시상식 '브누아 드 라 당스'에서 1999년 동양인 최초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자신의 안무작을 다른 발레단에 허락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노이마이어는 강 단장과의 두터운 신뢰를 통해 이번 공연을 선보이게 됐다. 그는 86세의 고령에도 직접 한국을 찾아 공연에 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6일 프레스콜 현장에서도 정정한 모습으로 공연을 면밀히 살펴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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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의 '카멜리아 레이디' 중 한 장면. /국립발레단
작품은 파리를 배경으로 코르티잔(상류층 남성과 계약을 맺고 부유한 생활을 보장받는 대가로 쾌락을 제공하는 여성) 마르그리트와 젊은 귀족 아르망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다. 피아니스트 박종화가 직접 연주하는 쇼팽의 낭만적인 선율이 절절하게 울려 퍼지며 한없이 슬픈 사랑의 감정을 고조시켰다.

'카멜리아 레이디'는 연극적인 발레를 뜻하는 드라마 발레의 새로운 신화를 쓴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노이마이어는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섬세한 표현력을 통해 인물의 감정을 극대화시킴으로써 관객이 몰입하도록 만들었다. 고전발레 기법에 현대적 해석이 더해진 그의 안무는 한 편의 문학 작품을 무대 위 몸짓으로 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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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의 '카멜리아 레이디' 중 한 장면. /국립발레단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세 차례에 걸쳐 펼쳐지는 파드되이다. 각각의 장면마다 마르그리트의 의상이 변화하는 것도 볼거리다. 독일 출신의 세계적인 무대·의상 디자이너 위르겐 로즈의 손길이 닿은 발레 의상은 화이트, 레드, 블랙, 브라운, 바이올렛 등 다양한 컬러로 변주되며 주인공의 내면을 반영한다. 섬세하고 고전적이면서도 미니멀하게 디자인된 의상은 너무도 아름답다.

과거를 회상하는 플래시백 기법과 극중극 형식을 사용해 작품의 밀도를 높인 점도 눈길을 끈다. 등장인물들 각각의 시점에서 과거를 돌아본 플래시백 기법을 통해 인물의 심리를 더욱 깊이 있게 그려낸다. 또한 마르그리트를 연상시키는 마농을 주인공으로 한 발레 '마농 레스코'가 극 속에 등장해 주인공들의 모습과 겹쳐지도록 했다. 공연은 11일까지 관객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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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의 '카멜리아 레이디' 중 한 장면. /국립발레단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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