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0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8일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에 마련한 선거 캠프 사무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후보 단일화에 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
국민의힘이 대선후보를 내는 과정에서는 반이재명 빅텐트를 빠르게 칠 것처럼 보였지만, 막상 김문수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선출되면서 한덕수 후보와의 단일화마저 내홍에 빠져들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실망을 넘어 분노하고 이제는 자포자기하고 있다.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불러일으킬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 않는 한, 국민의힘이 대선에서 필패하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에게 대권을 그냥 갖다 바치게 될 것이다.
김문후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벌어질 대한민국의 추락가능성을 강조하면서 종북, 반국가세력을 제외하고는 모두 힘을 합쳐 반이재명 빅텐트를 칠 것을 강조했다. 그런데 김문수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결정되고 난 후 곧장 추진할 것으로 기대되던 한덕수 후보와의 단일화는 국민의힘 지도부와 갈등만 일으킨 채 전혀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당 지도부가 한덕수 후보를 미는 것으로 보이는 행동에 분노했을 수 있겠지만 거꾸로 당 지도부를 비롯한 다수의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김 후보가 단일화 약속을 어기고 지연 전략을 펴서 한 후보를 탈락시키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기대를 걸었던 7일 저녁 김문수·한덕수 후보 첫 공식회동에서도 단일화에 관한 아무런 결론 없이 끝나고 말았다. 오늘 아침 김 후보는 다음 주 수요일에 방송토론을 하고 목요일과 금요일에 여론조사를 해서 단일화하자고 제안했다. 하루빨리 단일화해서 대선운동에 집중해야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왜 다음 주에는 할 수 있고 당장 내일은 할 수 없는 것인지 국민들과 당원들은 의아해하고 있다. 결국 이렇게 토론회를 늦추자는 것도 한덕수 후보가 11일을 데드라인으로 잡았기 때문에 자연사퇴를 노린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오늘 오후 4시 김·한 회동이 다시 있다고 한다. 뻔한 결과가 예상되기 때문에 이미 심드렁해진 국민들은, 자기희생적인 극적인 발표가 나오지 않는 한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아마도 이렇게 별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채 시간을 끌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한덕수 후보를 배제시키고 끝까지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완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당과 당원으로부터 열성적 지지를 받지 못한 채 대선에서 패배한다면 이는 김문수의 불행일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불행이다.
후보단일화 문제는 김문수·한덕수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승리하고 다른 사람은 패배하는 게 아니라 모두 승리하는 방식으로 만들어갈 수 있다. 반이재명 빅텐트를 구성해야 승리할 수 있기 때문에 모두의 열성적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얼마든지 역할을 분담해서 대선을 치를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의힘 후보단일화와 관련해 다음 세 가지를 제안한다.
우선 첫째, 국민의힘 지도부는 강제적인 후보교체를 위해 진행 중인 전당대회를 비롯한 모든 과정을 중단하기 바란다. 이런 과정을 중단함으로써 당 지도부의 '한덕수 추대 시도'를 빌미로 김문수 후보가 단일화를 미루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둘째, 김문수 후보는 다음 주 토론과 여론조사 주장을 접고 한덕수 후보가 사퇴하기 이전에 토론과 여론조사를 끝내도록 결단하기 바란다. 그래야 지연 전략이라는 꼼수로 한 후보를 주저앉혔다는 비판을 받지 않고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하는 약속을 지키는 '꼿꼿 문수'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
셋째, 본지가 7일자 사설 "김문수·한덕수, 역할분담 통한 공동정부로 대선 승리해야"에서 제시했듯이 예를 들어 한덕수 후보가 국방과 외교를 맡고, 김문수 후보가 국방과 외교를 제외한 나머지 분야에서 모든 권한과 책임을 갖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것이다. 여기에서 국방과 외교를 제외한 분야에는 당권도 포함한다. 만약 누가 어떤 역할을 담당할지 합의가 된다면, 그대로 추진하면 된다. 만약 이런 합의에까지 이르지 못한다면 경선을 치르면 된다.
김문수 후보를 마음속으로 존경하는 국민들이 많다. 청렴하고 정직하고 약속을 반드시 지키는 모습을 실천을 통해 보여주었기에 김 후보가 나라를 위해 본인의 목숨까지도 내놓을 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흥하느냐 망하느냐 기로에 서 있다. 정말 애국자라면 당 지도부가 마음에 들지 않게 일방적으로 단일화를 추진한다는 이유로 조속한 단일화에 반대하지 말아야 한다. 이는 너무 지엽적인 생각이다. 나라를 살리는 길이라고 판단되면, 작은 명분이나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말고 조속한 단일화라는 희생적 결단을 내려야한다. 김·한 단일화를 이룬다고 해서 대선에서 승리하는 것이 아니다. 김 후보가 밝혔듯이 종북, 반국가세력을 제외한 모든 민주 세력이 힘을 합할 때 대선에서 승리해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