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착금 늘었지만…1년에 한 번 상담, 고립은 계속
"돈으로 해결 안되는 부분 있어, 눈높이 정책 필요"
|
보호시설에서 자라던 청소년들은 만 18세가 되면 시설에서 나와야만 한다. 이른바 자립준비청년으로 불리는 이들은 일부 지원을 받으면서 사회로 나오지만, 사회적 관계망 부족과 적응력 부족 등으로 심각한 고립을 겪고 있다.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경제적 지원은 늘었지만, 이들이 심리적으로 의지할 공간과 사람이 적어 안전망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자립준비청년 사후관리 대상자 1만980명 가운데 1291명(12%)이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사후관리를 거부하거나 조사가 되지 않은 인원까지 포함하면 총 2063명에 달한다. 정부가 2022년부터 사후관리 매뉴얼을 강화했지만 여전히 자립준비청년 수천 명이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특히 부모 외 보호자 없이 시설에서 생활했던 청년은 위탁가정 출신보다 극단적 선택을 고민한 경험이 많았다. 복지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자살을 고려한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35.1%로 10명 중 3명 이상이었다. 부모 외 보호자와 같이 사는 위탁보호 생활 아동들 대비 1.5~2배 가량 높은 비율이다. 실제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자립청년 2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자립준비청년은 올해 기준 각 지자체마다 자립정착금 1000만~2000만원과 자립수당 월 40만~50만원 등을 지원 받는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매년 경제적 지원을 늘려왔다. 그러나 주로 물질적 지원에만 치우쳐, 심리적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전담관리 공무원과의 상담은 연 1회 수준에 불과하고 대부분 전화나 문자로만 진행된다. 성인이 된 청년이 사후관리를 거부하면 모니터링도 중단된다. 지자체 여건도 열악하다. 사후관리 담당자 한 명이 최대 50명의 자립청년을 맡고 있으며 일부 지역은 전담인력이 퇴사한 후 아직까지 충원되지 않아 고립·은둔청년 관련 사업이 사실상 멈춘 상태인 곳도 있다. 한 지자체 자립지원전담 관계자는 "고립 은둔 위기 청년을 맡을 인력의 전문성 기준은 높은데 복지부에서 지원하는 인건비가 낮아 채용 자체가 어렵다"고 말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 지점이 있다"며 "같은 눈높이를 가진 '자립 선배'와의 네트워크를 통해 막막함을 이야기할 수 자리가 마련돼야 하고, 실질적인 제도 병행도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