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지관, 그리고 마음공부' 주제로 발표
“석가모니 당시와 다르게 지관 수행 발전 계승 돼”
윤종갑 교수 "대행선 주인공 관법, 붓다 지관 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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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음선원 산하 대행선연구원은 14일 '불교의 지관(止觀), 그리고 마음공부'란 주제로 제9회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을 대신해 참석한 조계종 문화부장 혜공스님, 한마음선원 이사장 혜수스님·안양본원 주지 혜솔스님, 대행선연구원장 혜선스님을 비롯한 스님들과 원광대 일본어교육학과 교수 원영상(익선) 교무, 서울불교대학원대 불교학과 정준영 교수 등 발표자들과 신도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한국과 중국, 일본의 지관론과 대행 선사의 지관 수행의 면면을 조명하는 연구논문들이 발표됐다. △원영상 교무의 '일본불교의 지관 수행 전개와 활용' △정준영 교수의 '사마타와 위빠사나 수행의 현대적 활용 재고' △박보람 충북대 철학과 교수의 '중국 화엄불교의 지관론과 그 의의'△김방룡 충남대 철학과 교수의 '한국불교의 지관 수행과 그 활용' △윤종갑 동아대 철학생명의료윤리학과 교수의 '대행선의 지관 수행과 마음공부' 등이다.
논평자로는 김호귀 동국대 불교학술원 HK교수, 이필원 동국대 WISE캠퍼스 교수, 김천학 동국대 불교학술원 교수, 오용석 원광대 마음인문학연구소 연구교수, 최원섭 대행선연구원 연구원이 참여했다.
혜공스님이 대독한 축사에서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우리 종단은 전통 수행법인 간화선을 바탕으로 선명상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하고 있다. 이는 오늘 학술대회 주제와도 깊은 맥을 같이하고 있다"며 "최근 종단이 선명상 프로그램을 학교 교육 현장에 접목하기 위한 교육과정 개발 세미나를 개최한 것처럼, 마음공부 역시 개인의 수행에 머무르지 않고 교육 시스템을 통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어야 할 시대적 과제"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내 삶의 주인공은 바로 나 자신'임을 일깨워주신 대행선사의 가르침이 더욱 깊이 조명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불교가 나아가야 할 바른 방향이 모색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사장 혜수스님은 "이번 학술대회에 핵심이 지관이다. 은사이신 대행선사께서는 '여러 이름 중 주인공을 쓴다. 주인공은 선가(禪家)에서 쓰는 말이다. 일체 경계를 몰락 놓으려면 나의 근본이 주인공에게 있다는 믿음 있어야 한다'라고 말하셨다"며 대행스님의 관법을 소개했다. 혜수스님은 이어 "오늘 학술대회가 불교 수행의 본질을 되새기고 마음공부의 실천적 방향을 정립하는 데 의미 있는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관 수행, 역사와 문화, 목적에 따라 다양하게 전개
이날 학술대회는 불교의 핵심인 지관 수행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전개됐는지 파악하고 지관론의 핵심을 조명하는 자리였다. 최근 마음챙김 등 불교 지관 수행을 개량한 현대적 명상법과 치유명상이 유행하면서 한국·일본 등 불교문화권에 역수입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발제자 중에서는 목적지향적으로 만들어진 명상법과 전통 지관 수행은 구별해서 접근할 것을 당부했다.
첫 번째 발제자인 원영상 교무는 일본에서 최근 부는 남방불교 전통(테라바다) 수행 열풍을 언급하면서 "일본 천태종의 지관이 축적해 온 수행의 전통이 깔려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진단했다. 초기 불교의 지관 수행이 중국화 과정을 거쳐 일본에서 실제 수행되면서 새롭게 현대화된 테라바다 수행법을 쉽게 받아들였다는 게 원 교무의 분석이다. 원 교무는 "(최근 남방불교 유행은) 교의(敎義)와 실천의 일치를 요구하는 대중의 요구가 반영된 것"이라며 이러한 유행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준영 교수는 초기불교부터 청정도론 성립, 현대 상좌부 불교를 거쳐 현대 명상에 오기까지 위빠사나와 사마타 수행이 변천하는 과정을 짚으면서 "문화와 역사, 목적에 따라 지관 수행이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현대 명상과 심리치료에서의 적용은 불교 수행과 본질적으로 다른 방향을 추구한다. 따라서 사마타와 위빠사나라는 불교 수행과 심리치료 명상을 동일시하거나 대응 관계로 만드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명상의 목적과 수행 체계를 명확히 구분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청정도론에서는 사마타를 먼저 닦고 위빠사나를 수행하라고 한다. 하지만 요즘은 미얀마 양곤의 택시 기사가 결정해 준다. 기사가 사마타 센터로 먼저 데려다주면 사마타를 먼저 수행하는 거고 위빠사나센터로 먼저 데려가면 위빠사나부터 한다"고 농담하며 고정관념을 버리고 판단하길 당부했다.
박보람 교수는 중국 화엄조사 법장·지엄스님의 지관론을 살펴보고 "법장은 지관을 삼매 안에 포섭하려고 했다"며 "법장이 밝히는 해인삼매는 석가여래의 삼매로서 지금 여기에 나타나는 행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법장은 불성은 누구나 있는데 수행을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으로 여래장과 차별화되는 화엄론의 지관을 만들려고 했던 것 같다"며 "수행은 부처가 되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불교의 지관 수행 전통과 대행선(大行禪) 주인공(主人空) 관법
한국불교의 지관 수행 전통을 살펴보면서 대행선의 주인공 관법이 어디에 위치하는가를 논의하는 발표도 있었다.
동아대 철학생명의료윤리학과 윤종갑 교수는 대행스님의 주인공 관법을 "일체 현상을 비분별적으로 관찰함으로써 무상·고·무아를 자각하게 하는 전통적인 위빠사나 수행의 현대적 전형"이라고 평가했다.
윤 교수는 "대행스님의 수행법은 또한 '한마음-주인공-오공(五共)이라는 점진적 구조를 가지며, 수행이 개인의 자각에 머무르지 않고 자비심과 공동체적 실천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되도록 설계돼 있다"며 "대행선의 주인공 관법은 지관이라는 불교의 본질을 살리면서도, 현대사회가 요청하는 명상의 실용성과 윤리성을 모두 포괄하는 수행법"이라고 주장했다.
김방룡 교수는 지관 수행은 남방불교의 '사마타-위빠사나 수행'과 천태지의의 '지관법' 등으로 이해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한국불교의 지관론을 살피기 위해서는 보조국사 지눌스님의 '정혜쌍수(定慧雙修)'를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보조국사 수심결 등을 보면 정혜와 지관을 구분하지 않았던 것 같다"며 "한국 불교의 지관론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한국불교 지관 전통에 대행선 관법이 어디쯤 위치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한국불교 지관론에 관한 연구가 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모든 발표가 있은 후에는 발표자와 논평자, 좌장의 종합토론이 이어졌다. 오프라인 참석자부터 온라인 참석자까지 참여해 다양한 질의응답이 오갔다.
학술대회를 마무리하면서 대행선연구원장 혜선스님은 "오늘 이 자리를 함께 해주신 내외빈과 사부대중 여러분, 보람되고 좋은 시간 되시길 바란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어 "앞으로도 더욱더 빛나는 대행선연구원이 되도록 수행정진하면서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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