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3사 가입자 쟁탈전 '재점화'
"성지 공유·보조금 문의 활발해져"
방통위, 유통망 불법 보조금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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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이날 SKT는 전국 2600여 개 T월드 매장에서 이심 신규 가입을 개시했다. 이는 지난 4월 18일 유심 정보 유출 사고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행정지도로 신규 영업이 전면 중단된 지 약 50일 만이다. 이심은 물리적 유심 삽입 없이 스마트폰에 내장된 칩을 통해 개통하는 방식으로, 실물 재고 부담 없이 비대면 개통이 가능하다. SKT는 이를 고려해 유심 신규 영업에 앞서 이심을 통한 영업을 재개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SKT는 해킹 사태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지난달 초 신규 영업 중단이라는 초유의 행정지도를 받았다. 신규 영업이 아닌 유심 교체 작업에 집중하라는 이유에서다. SKT의 유심 해킹 피해 사태가 인지된 4월 22일부터 5월 31일까지 SKT 이탈자 47만8918명을 기록했다. 당시 SKT는 유심 무상 교체를 시행했지만 재고 부족으로 일부 고객의 교체 수요를 즉시 소화하지 못했다. SKT는 오는 20일 전후로는 물리 유심 기반 가입도 순차적으로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6월 둘째 주와 셋째 주에 각각 190만개, 160만개 유심이 입고될 예정으로 현재 잔여 예약 고객 수(183만명)를 크게 상회하는 물량이다. 현장 대응을 위해 본사와 자회사 인력 3200여 명도 매장에 배치됐다. 생각보다 이른 SKT의 복귀에 KT와 LGU+는 고액 보조금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실제 고가 단말기의 경우 100만원 이상 보조금이 책정되는 사례도 있으며, 하루 사이 20만~30만원씩 변동되는 등 실시간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이른바 '성지'(휴대폰을 직영점보다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곳)들의 경우 갤럭시S25 기준 KT는 105만~109만원, LGU+는 110만~120만원의 번호이동 지원금을 지급한 곳도 있다. 사실상 갤럭시S25 번호이동 고객에게는 기기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으로, 자사 기기변경 고객 대상 지원금보다 2배 높은 수준이다. 통신사 대리점 직원 A씨는 "요즘 온라인 커뮤니티나 쇼핑몰 비공개 댓글 등을 통해서 '성지' 공유와 보조금 문의가 활발해졌다"며 "보조금을 받아 이참에 신규기기로 갈아타는 고객이 늘어 평소보다 바쁘다"고 말했다. 그는 "곧 삼성전자의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Z' 시리즈 신제품도 출시될 예정이어서 보조금을 받고 번호이동하려는 고객이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보조금 경쟁이 단기 실적에만 몰두한 '소비자 역차별 구조'를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장기 이용자보다 번호이동 고객에게 혜택이 집중되는 구조는 통신사 충성 고객의 불만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달 말까지 전국 유통망을 대상으로 불법 보조금 실태 점검에 나설 예정이다. 그러나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시행 이후에도 고액 보조금 경쟁이 반복되는 만큼 제도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에 대해 통신업계 관계자는 "시장 구조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보조금 경쟁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