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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월 2만2000명 찾는 러너스테이션…“시설 활용 편중은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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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숙 기자 | 공건 인턴 기자

승인 : 2025. 06. 17. 14:36

탈의실·보관함 집중 이용, 준비운동 공간은 저조
전문가 "이용 패턴 분석해 맞춤형 개선 필요"
서울시 "러닝인구 증가 등 지속적인 모니터링"
러너스테이션
여의나루역 러너스테이션/공건 인턴 기자
서울시가 26억 5000만원을 투입해 조성한 여의나루역 러너스테이션이 월 2만 2000명의 러너들에게 사랑받고 있지만, 시설별 이용도에는 편차가 나타나 보다 효율적인 운영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지하철 역사 혁신 프로젝트 '펀 스테이션'의 첫 결과물로 여의나루역에 러너스테이션을 개관했다. 기존에 사용하지 않던 역무원실 공간을 러너들을 위한 전용 시설로 탈바꿈시킨 혁신적인 시도였다. 개관 이후 꾸준한 호응을 얻어 지난 4월 기준 월 2만 2000명, 하루 평균 730명이 이 공간을 찾고 있다.

다만, 개관 1년이 지난 지금 실제 이용 패턴을 살펴보면 특정 시설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지난 13일 오후 5시부터 7시 사이 러닝을 위해 공간을 방문한 시민 30여 명을 관찰한 결과, 대부분의 이용자들이 탈의실과 물품보관함을 주로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준비운동을 위한 '러너스테이션' 내부 공간은 단 2명만 이용했다.

이용자들은 현재 제공되는 기본 시설에 만족감을 표했다. 개관 초기부터 이용해온 김경배씨(34)는 "옷 갈아입고 바로 뛰러 가는 패턴이다 보니 탈의실과 보관함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정재유씨(34)도 "준비운동은 한강공원에서 하는 게 더 시원하고 넓어서 좋다"며 야외 공간을 선호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여의도 직장인 허지원씨(30)도 "퇴근 후 간편하게 러닝복으로 갈아입을 수 있어 만족한다"고 평가했다.

공간은 크게 '러너스 베이스캠프'와 '러너스테이션'으로 구성돼 있다. 러너스 베이스캠프에는 물품보관함과 탈의실, 파우더룸이 마련돼 있어 많은 러너들이 활용하고 있다. 반면 달리기 전 준비운동을 위해 조성된 러너스테이션에는 러닝 정보 키오스크와 준비운동 용품, 러닝화 관리용 슈드레서 등이 갖춰져 있지만 상대적으로 이용도가 낮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편중된 이용도를 지적하며 이용자들의 실제 패턴을 분석해 더욱 효율적인 시설 운영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강근식 강남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정책 확장 전 타깃에 대해 명확히 분석하지 않으면 탁상행정으로 끝날 수 있다"며 "그 장소가 운동을 많이 하는 사람이 모이는 곳인지, 그들이 정말 역사에 들러 시설을 사용할지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지속가능한 정책을 위해 민영화가 방법이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역이라는 입지 자체는 좋으나 시설까지 시민을 만족시킬 수준으로 갖추기 어렵다면 민영화를 통해 공공의 비효율을 개선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한국보다 먼저 러닝 문화가 자리잡은 일본 도쿄의 '런스테이션'이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 런스테이션은 여의나루역 공간과 비슷하게 러너들을 위해 탈의실과 샤워실 등을 제공하는 공간이다. 한국과 가장 큰 차이점은 운영 주체가 민간이라는 것이다. 이곳은 스포츠 브랜드 매장과 연결돼 러닝화를 비롯한 각종 러닝 용품의 대여와 체험까지 가능하다. 유료임에도 러너들의 실질적인 필요를 충족시켜 내국인뿐만 아니라 해외 러너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러닝 인구'의 증가, 시민 건강을 위해 지난해 12월 뚝섬역에 '핏 스테이션', 지난 9일 먹골역에 '스마트무브 스테이션'을 추가 개관했다. 시청역과 문정역, 신당역에도 운동 테마 펀 스테이션 설치가 예정돼 있으며, 러너들을 위해서는 5억원의 예산으로 지하철 10개소에 '런베이스'를 조성할 계획이다.

나아가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적극 반영해 시설을 개선해 나가다는 방침이다. 러너스테이션 관계자는 "현재 시설은 수요 조사를 바탕으로 구성했지만, 실제 이용 패턴을 보며 지속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라며 "지난해 이용률이 낮았던 시설을 정리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신설해 이용자 수가 늘고 있어 꾸준히 모니터를 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박지숙 기자
공건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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