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 선택권 축소로 부담 가중
규제 취지와 달리 가격 상승 부채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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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국토교통부와 HUG에 따르면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두 가지다. 먼저 보증비율을 기존 100%에서 90%로 축소해 나머지 10%는 은행이 책임지도록 했다. 또한 기존 한도(수도권 3억2000만원, 지방 2억5600만원)에 더해 연소득 대비 이자비용 40% 기준을 신설하고, 두 기준 중 낮은 금액을 대출 한도로 적용한다. 개편된 제도는 19일 신청분부터 적용된다.
이번 개편안은 최근 전세대출 보증이 과도하게 늘어나면서 전셋값과 집값의 연쇄 상승, 가계부채 증가, 갭투자 확산 등 부작용이 지적된 데 따른 것이다. HUG는 보증비율 축소와 소득 기준 도입을 통해 과도한 전세대출을 억제하고 시장 안정을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보증비율 하향이 전세 시장에 미칠 파급효과가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은행들이 전세대출의 10%를 직접 떠안게 되면서 대출 심사를 더욱 까다롭게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세대출 접근성이 떨어지면 전세 수요가 위축되고, 이는 집주인들의 월세 전환을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 부동산 중개업계에서는 "전세대출이 까다로워지면서 월세 전환 문의가 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문제는 전세 공급이 줄어들면서 남은 전세 물건의 가격은 오히려 상승한다는 점이다. KB부동산 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5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6억4281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23만원이나 올랐다. 전세대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전세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는 셈이다.
월세 시장도 마찬가지다. 전세를 포기한 임차인들이 월세로 몰리면서 월세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주택종합 월세통합가격지수는 지난 4월 100.1을 기록하며 올해 초 99.71보다 상승했다. 전세 규제가 오히려 전월세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임차인들은 선택의 여지가 줄어들면서 더 큰 부담을 지게 됐다. 전세는 대출이 어려워져 접근하기 힘들고, 월세는 가격이 오르면서 주거비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전세자금 마련이 어려운 임차인들이 월세로 전환하면서 월세 수요가 늘어나고, 전세 수요는 낮아지고 공급도 감소한다"며 "하지만 여전히 고소득층 수요는 유지되기 때문에 전세값도 함께 오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세대출 규제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며 "주택 공급 확대와 함께 국민들의 가처분소득을 높이는 경제구조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