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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기다린 간호법 결국 ‘졸속’…핵심 규정은 미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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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환 기자

승인 : 2025. 06. 22. 16:16

PA 업무범위·책임소재 '공백’
의협·간협 교육 갈등 방치
"통과에만 몰두" 전문가 비판
'사직 전공의들 돌아올까'<YONHAP NO-5286>
서울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연합
20년간 계류되던 간호법 법안이 통과됐지만, 정작 현장에서 필요한 핵심 규정들은 대부분 공백 상태로 남겨져 '선 시행, 후 보완' 방식의 졸속 입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 간호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안이 확정돼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법안 통과 당시 22대 국회는 "20년간 미뤄온 숙원을 해결했다"며 성과를 강조했지만, 시행규칙안에는 간호조무사 보수교육 의무화(연간 8시간), 협회 설립 절차 등 행정적 사안만 담겨 있어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정작 핵심인 진료지원(PA) 간호사 관련 세부 규정은 거의 포함되지 않았다. 복지부는 전국 PA를 약 1만7000명, 대한간호협회는 4만명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지만, 이들의 구체적 업무 범위나 자격 기준, 교육 체계 등은 모두 미정 상태다.

간호조무사 업무 기준도 불분명하다. 수액 투여, 상처 소독, 혈압 측정 등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없어 의료기관마다 다른 기준을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응급상황에서 간호조무사가 어떤 의료행위까지 가능한지도 불분명해 환자 안전에 직결된 문제가 될 수 있다.

의료사고 시 책임 소재도 모호하다. 간호조무사나 PA가 의사 지시에 따라 의료행위를 하다가 사고 발생 시 개인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지, 지시한 의사나 의료기관도 연대책임을 지는지 명확하지 않다. 현재 대부분의 간호사들이 개인 배상보험에만 의존하고 있어 큰 사고 시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형 종합병원과 소규모 의원의 적용 기준, 단계적 시범 운영 여부 등 현실적 운영 계획도 없는 상태다. 교육 체계는 더욱 형식적이다. 연간 8시간 보수교육 의무만 규정했을 뿐 구체적 커리큘럼이나 교육 질 관리 방안, 실무 역량 평가 방법은 모두 불분명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PA 교육 주체를 둘러싼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협회 간 갈등을 정부가 방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의협은 "의사 지시 하에 업무를 수행하는 만큼 의료진이 교육을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간협은 "간호 전문성에 기반한 교육이 중요하다"며 맞서고 있다. 이에 복지부는 "다양한 주체를 교육기관으로 지정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하며 "순차적으로 시행규칙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의료정책 전문가는 "법적 틀만 급하게 만들어놓고 실제 작동을 위한 세부 설계는 나중에 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라며 "정치권이 법안 통과 성과에만 몰두한 결과 현장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간호법의 핵심은 PA 업무 표준화인데 이를 위한 구체적 가이드라인 없이 법만 시행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며 "최소한 6개월간 한시적 가이드라인이라도 먼저 제시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김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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