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사우디 생산법인 착공
중동 공략에도 차질 가능성
수요 위축 판매량에도 영향
|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중동에서 전년 대비 2% 증가한 약 22만7000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이 414만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중동지역 판매 비중은 약 5% 수준이다.
비중 자체는 크지 않지만, 인구 증가 및 도시화, 고소득 국가 중심 수요 확대 가능성을 고려하면 중동지역은 신흥시장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로 중동의 자동차 시장 규모는 연간 약 250만대로, 상당한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현대차가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에 중동 생산 거점인 '현대차 사우디아라비아 생산법인(HMMME)' CKD 공장을 착공한 것 역시 이 같은 배경이었다.
하지만 중동 정세가 급격히 불안정해지면서, 현대차그룹의 공략 속도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이란 핵시설 폭격에 이란이 보복을 경고하고, 중동 전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소비심리 위축과 현지 비즈니스 불확실성이 단기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스라엘에서는 현대차와 기아의 일부 쇼룸이 현지 정부 지침에 따라 폐쇄되기도 했다. 아직 사우디 등 주요 시장에서는 직접적인 운영 차질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질 경우 소비자들의 차량 구매 결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더불어 국제 유가 급등 시나리오도 국내 완성차 업계에 큰 부담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국제 유가는 급등하게 되고, 이는 국내외 원자재 가격 상승, 운송비 인상, 부품 수급 불안정 등으로 연결돼 자동차 생산원가와 소비자 판매가격까지 직접적인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유가 상승이 전기차·하이브리드 등 친환경 차량에 대한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오히려 고유가·고물가 국면이 전체적인 소비 여력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 정세 불안은 현지 판매는 물론 부품 조달, 물류 등에서 전방위적인 충격이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정세 변화에 따라 철저히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리스크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