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가 초저출생·초고령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2024년 기준 합계출산율은 0.75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했고, 65세 이상 노인 비율은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섰다. 명실상부한 초고령 사회다.
영국 인구학자 폴 윌리스는 ‘인구 지진’ 이론을 통해 초저출생과 고령화가 사회에 미치는 충격이 리히터 규모 9.0의 대지진에 버금간다고 분석한다. 그만큼 사회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의미다.
문제는 돌봄이다. 영유아부터 노인까지 돌봄 수요는 폭증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은 여전히 부족하다. 돌봄 공백이 커지고 있다.
장헌일 한국공공정책개발연구원장(출대본 정책위원장)은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금 필요한 것은 ‘돌봄’을 국가적 책임으로 재정립하는 ‘돌봄기본법’ 제정”이라고 강조했다.
장 박사는 이미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아동·노인·장애인 등 대상 집단별로 흩어진 개별 법령을 통합하는 상위법, 이른바 ‘룬삿법안’을 여야에 제안한 바 있다.
이제 그 시급성이 더 커졌다. 정춘생 의원이 발의한 ‘돌봄기본법’과 ‘돌봄청’ 신설안이 국회에 올라가 있는 상황이다. 이 법안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영유아·초등학생·어르신·장애인·간호·간병 등 5대 돌봄을 국가가 책임지는 ‘돌봄기본사회’를 구현하는 것이 핵심이다.
‘돌봄기본법’은 돌봄을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으로 규정한다. 국가와 사회가 공동 책임지는 체계를 수립해 모든 국민이 생애 주기에 걸쳐 적정한 돌봄을 받을 권리를 보장한다.
이를 통해 돌봄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사회적 약자를 포용하는 복지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정춘생 의원의 법안은 돌봄의 보편성·통합성·공공성을 명확히 하고, 그동안 칸막이식으로 운영되던 돌봄 정책을 통합·운영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법안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명시하고 돌봄 정책의 방향과 운영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가정 내 ‘무보수 비공식 돌봄’의 가치를 인정하고, 돌봄 노동자의 권리를 정당하게 보호하는 조항이다. 또한 돌봄 정책을 담당할 전담 부처 ‘돌봄청’을 신설하고, 돌봄 실태조사, 돌봄 기금 설치, 정보 관리 시스템 구축 등 구체적 실행 방안도 담고 있다.
이번 법안과 함께 ‘정부조직법’ 및 ‘국가재정법’ 일부 개정안도 동반 발의됐다. 패키지 입법으로 실효성을 높이려는 시도다.
장 박사는 “돌봄기본법 제정과 돌봄청 신설은 모든 세대가 서로 돌봄의 가치를 공유하며 공존하는 사회로 가는 첫걸음”이라며 “돌봄을 개인의 책임에서 국가와 사회의 책임으로 전환하는 포용 복지국가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와 국회가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법안을 통과시켜 초저출생·초고령사회라는 국가적 위기를 돌파하는 데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