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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이노텍은 모바일용 고부가 반도체 기판에 적용되는 '코퍼 포스트(구리 기둥)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 양산 제품에 적용하는 데 성공했다고 25일 밝혔다. 앞서 LG이노텟은 스마트폰 슬림화 추세를 겨냥해 2021년부터 차세대 모바일용 반도체 기판 기술인 코퍼 포스트를 개발해왔다.
이 기술은 반도체 기판과 메인보드 연결 시 구리 기둥을 활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 방식 대비 더 많은 회로를 반도체 기판에 배치할 수 있으며, 반도체 패키지의 열 방출에도 효과적이다. 모바일 제품의 슬림화 및 고사양화에 최적화한 기술로 평가받는다.
LG이노텍은 "코퍼 포스트 기술 확보로 글로벌 RF-SiP 기판 1위 입지를 한층 더 확고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기판은 반도체 칩, 전력 증폭기, 필터 등 전자부품을 메인보드와 연결하는 제품이다. 납땜용 구슬인 솔더볼을 통해 메인보드와 연결돼 전기신호를 주고받는다. 솔더볼을 촘촘히 배열할수록 더 많은 회로를 연결할 수 있으며, 이는 스마트폰 성능 향상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
기존에는 반도체 기판에 솔더볼을 직접 부착해 메인보드와 연결했다. 안정적인 접합을 위해 솔더볼 크기도 커야 했고, 구 모양 구조로 인해 넓은 공간을 차지했다. 간격이 좁을 경우 납땜 과정에서 녹은 솔더볼이 서로 달라붙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 방식으로는 솔더볼 간격을 줄여 회로 집적도를 높이는 것에 한계가 있었다.
LG이노텍은 이를 해결하기 반도체 기판에 솔더볼을 직접 연결하는 대신, 코퍼 포스트 기술로 구리 기둥을 먼저 세우고 그 위에 솔더볼을 작게 얹었다. 구리로 기둥을 세우는 것은 업계에서 고난도 기술로 알려져 있다. LG이노텍은 디지털 트윈 기반의 3D 시뮬레이션 기술을 적극 활용해 개발 속도와 완성도를 동시에 끌어올렸다.
이 기술로 LG이노텍은 솔더볼 간격을 기존 대비 약 20% 가까이 줄이는 데 성공했다. 기둥 구조를 통해 솔더볼의 면적과 크기를 최소화했으며, 녹는점이 높은 구리를 사용해 고온 공정에서도 기둥 형태가 안정적으로 유지돼 더욱 촘촘한 배열 설계가 가능해졌다.
이 기술은 복잡하고 방대한 전기신호를 효율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AI 연산 등 스마트폰의 고사양 기능에도 최적화됐다. 같은 크기의 반도체 기판이라면 기존 대비 더 많은 솔더볼을 배치하고, 기판 회로 수를 늘릴 수 있다. 회로 밀도를 높인 고성능 반도체 기판 설계가 가능한 이유다.
스마트폰 발열도 개선할 수 있다. 구리는 납 대비 열전도율이 7배 이상 높아 반도체 패키지에서 발생하는 열을 보다 빠르게 외부로 방출한다. 열에 의한 칩 성능 저하나 신호 손실 등 문제를 최소화해 모바일 기기의 성능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문혁수 LG이노텍 대표는 "코퍼 포스트 기술은 단순한 부품 공급 목적이 아닌 고객의 성공을 지원하기 위한 깊은 고민에서 나온 것"이라며 "혁신 제품으로 기판 업계의 패러다임을 바꾸며 차별적 고객가치를 지속 창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