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김윤진·트와이스까지 한국 콘텐츠의 힘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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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공개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로 전 세계 시청자의 반응을 끌어낸 매기 강 감독은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K-팝 퇴마 액션'이라는 독창적인 장르와 한국 문화의 디테일을 녹여낸 이 작품은 넷플릭스를 통해 세계적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강 감독은 한국에서 태어나 다섯 살 무렵 가족과 함께 캐나다 토론토로 이주했다. "여름마다 한국에 와서 사촌들과 어울리고, 한국 TV와 음악을 접하며 자랐어요. 아버지의 영향으로 구로사와·왕가위·채플린 같은 감독들의 영화를 보며 자연스럽게 스토리텔링과 영화에 흥미를 가지게 됐죠."
쉐리던 컬리지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그는 졸업 후 드림웍스를 시작으로 블루스카이·워너 애니메이션 등 주요 스튜디오에서 10년 넘게 스토리보드 아티스트로 활동했다. 워너에서 슈퍼바이저로 일하며 "이젠 내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기획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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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무속의례)을 모티프로 한 뮤지컬 형식도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굿은 음악과 춤으로 요괴를 물리치는 퍼포먼스예요. 콘서트와 닮아 있고 여성 무당이라는 점도 걸그룹과 자연스럽게 이어졌죠. 어쩌면 한국 최초의 퍼포먼스 문화일지도 몰라요."
음악은 무엇보다 진정한 K-팝 사운드여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제작됐다. 그는 "캐릭터들이 감정을 노래하는 전통적인 뮤지컬 대신 K-팝 아이돌처럼 직접 곡을 만들고 무대에서 퍼포먼스하는 방식이 더 어울린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더블랙레이블의 테디, '위키드'의 이안 아이젠드래스 등과 협업했고 방탄소년단·트와이스 등과 작업한 제작진도 참여했다.
트와이스와의 협업도 큰 시너지를 만들어냈다. "'테이크다운'(Takedown)은 트와이스가 직접 고른 곡이에요. 영화도 재미있게 봐주시고 홍보에도 함께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캐릭터 디자인은 특정 그룹을 참고하기보다는 다양한 K-팝 그룹의 이미지를 종합해 만들어졌다. 아이돌 그룹마다 막내나 리더 등 전형적인 포지션이 있는데, 그런 요소들을 조합해서 시청자들에게 친숙하게 느껴질 수 있도록 구성했다.
주인공 '진우' 역은 안효섭, 악역 '귀마'의 영어 더빙은 이병헌이 맡았다. 아덴 조·대니얼 대 김 등 한국계 미국인 배우들도 목소리 출연에 함께했다. "이병헌 배우님이 참여해 주신 건 정말 큰 영광이었어요. 작품 콘셉트를 듣고 바로 긍정적으로 반응해 주셨죠. 김윤진 배우도 전통 요소가 있다는 점을 특히 반가워하셨어요. 그리고 안효섭 배우는 드라마 '사내맞선'에서 영어 연기를 보고 바로 '진우'가 떠올랐죠."
강 감독은 영어로 제작된 작품이 한국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자부심을 드러냈다. "저는 한국인이지만 북미에서 자랐기 때문에 양쪽 문화를 모두 이해하고 있어요. 영어로 만든 한국 이야기가 글로벌 무대에서 통한다는 건, 한국 문화의 힘을 보여주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결국 이 영화는 각자의 결핍과 두려움을 가진 두 사람이 서로를 통해 성장하는 이야기예요. 그런 마음을 가진 모두가 이 작품을 통해 조금은 위로받을 수 있었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