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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지 '원더08' 고원재. /이윤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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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을 '젠지의 해'로 만들겠습니다"
지난 14일 '2025 FC 온라인 슈퍼 챔피언스 리그(이하 FSL)' 스프링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다양한 변화를 맞이하며 새로 태어난 FSL은 혜성처럼 등장한 슈퍼스타와 함께 흥행 가도를 이어갔다.
젠지의 '원더08' 고원재가 그 주인공이다. 08년생 대회 최연소 선수인 원더08은 이번 FSL이 낳은 최고의 선수였다. 신인이라 믿기지 않는 침착함과 담대함, 놀라운 피지컬을 활용한 드리블과 탄탄한 기본기까지 갖췄다. 리그를 흔든 '대형신인'이었다.
원더08은 기존 FC온라인 e스포츠를 호령하던 스타 선수들을 모두 누르고 우승을 차지하며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선언했다.
지난 27일 오후 7시, 젠지 사옥에서 원더08을 만나 데뷔 이전부터 시작해 우승까지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대회가 끝난 뒤 열심히 학교 수업을 듣고 있는 원더08은 수업을 마치고 젠지 사옥까지 1시간 넘는 거리를 달려와 인터뷰에 응했다.
FSL 우승을 차지한 뒤 원더08은 학교에서도 유명 인사가 됐다.
"FSL 우승하고 바로 다음 주에 학교를 갔는데, 선생님이나 친구들이 많이 알아봐주고 축하해줘서 쑥스러우면서도 기분이 좋았죠."
원더08은 FSL 우승을 통해 개인 우승 상금만 5천만 원을 받았다. 원더08은 "아직 사고 싶은 게 딱히 없다"며 먹고 싶은 음식들을 먹으며 소소하게 일상을 보내고 있다.
"다음 주쯤에 다 같이 워크숍을 가는데, 팀원 형들이랑 휴가 재밌게 보낼 생각이에요."
◆ FC서울 골수팬에서 프로게이머로...젠지와 원더08의 운명적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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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지와 계약을 맺고 데뷔한 '원더08' 고원재. /FC 온라인 Esports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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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08은 축구를 좋아하던 평범한 초등학생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FC서울을 응원한 골수팬 원더08은 2019년 친구들과 함께 간 PC방에서 처음 FC온라인을 만났다.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남다른 재능으로 티어를 쭉쭉 올렸다. 중학교 1학년 때 최고 티어인 슈퍼 챔피언스를 달성하며 재능이 있다는 걸 느꼈고, 그때부터 프로의 꿈을 키웠다. 부모님도 원더08의 도전을 응원해줬다.
"부모님도 어렸을 때 이것저것 하고 싶은 걸 해보라고 말해주셨죠. 이후 실력이 계속 오르고 상위권에서 경쟁하다 보니 전폭적으로 응원해주셨고, 젠지에 입단했을 때 정말 좋아하셨죠."
원더08은 프로게이머로 데뷔할 수 있는 나이가 되자마자 프로게이머 데뷔 방법을 알아봤고, 그때 트라이아웃이라는 기회가 찾아왔다. 당시 원더08은 트라이아웃에서 좋은 성적을 기록하며 젠지를 포함한 네 팀에게 입단 제안을 받았다.
많은 팀 중 원더08의 선택은 젠지였다.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며 연습 환경, 팀원 등 다양한 요인을 확인했고, 젠지를 선택했다. 이 선택은 젠지와 원더08의 운명을 바꾼 '신의 한 수'였다.
◆ 원더08, FSL에 찾아온 혜성 같은 대형 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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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을 차지한 젠지 '원더08' 고원재. /김휘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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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08은 충격적인 데뷔를 했다. 처음으로 나선 공식 대회 FTB에서 4전 전승을 거두며 팀의 무패 우승을 이끌었다.
이후 FSL이 시작되며 본격적인 검증의 시간을 가졌다. 조별 예선부터 'JM' 김정민, '림광철' 장재근 등 강력한 선수들과 한 조에 묶였지만, 압도적인 드리블을 구사하며 조 1위로 16강에 올랐다.
단순 성적이 아닌 플레이 그 자체로도 원더08은 큰 주목을 받았다. 화려한 드리블로 그림 같은 골을 몇 차례나 만들며 수많은 팬의 감탄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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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원더08의 화려한 드리블. /SO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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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08의 골 장면은 각종 커뮤니티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다. 원더08은 대회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골로 32강 1차전 JM과의 맞대결 2세트에서 보여준 드리블을 활용한 골을 꼽았다.
"그 골은 다시 봐도 스스로도 어떻게 했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다시 하라고 해도 못 할 것 같아요."
이후 맞이한 토너먼트는 쉽지 않았다. 모든 경기가 풀 세트 접전이었고, 탈락 직전까지 몰린 경우도 많았다.
원더08은 가장 어려웠던 경기로 16강 '코르소' 배재성과의 맞대결을 꼽으며 "FC 프로 마스터즈가 끝나고 바로 경기를 진행해야 해서 적응 문제가 있었고, 코르소의 플레이 스타일이 까다롭고 준비도 엄청 잘 해왔다고 생각이 들어 쉽지 않았죠"라고 돌아봤다.
이후로도 8강에서 '호석' 최호석, 4강에서 '샤이프' 김승환, 결승전에서 '오펠' 강준호를 만나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초반에는 경기력이 다소 흔들리다가 후반으로 갈수록 압도적인 공격력을 보여줬다.
"초반에는 연습 때처럼 과감하게 못하는데, 후반 갈수록 긴장이 풀리고 과감하게 경기하게 되는 것 같아요. 결승이 되어서야 긴장을 덜고 제 플레이를 과감하게 할 수 있었고, 그래서 결승전 경기력이 가장 만족스러웠죠."
◆ "올해를 젠지의 해로 만들겠다는 약속 지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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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지 '원더08' 고원재. /이윤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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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08은 데뷔 후 참가한 모든 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제 원더08은 FSL 우승자라는 타이틀과 함께 다른 선수들의 1순위 견제 대상이 됐다. 원더08에게는 그런 견제를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상대 선수가 분석을 해오겠지만 저도 그에 맞춰서 대처할 거니까, 경기 안에서 당황하지 않고 빠르게 대처하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정상을 지키기 위한 과제로는 '멘탈'을 꼽았다. 항상 차분해 보이던 원더08도 속으로는 잡념과 치열한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항상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죠. 골을 넣거나 먹혔을 때, 중요한 상황에 차분함을 유지하는 방법을 더 기르고 싶어요."
11차 넥스트 필드 업데이트도 큰 변수다. 수비 개선, 크로스 너프, 퍼스트 터치 정확도 개선 등이 적용되며 큰 메타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원더08은 게임 자체가 어려졌다는 평가를 남겼다.
"아직 게임을 많이 해보지 않아 연구가 더 필요하겠지만, 그래도 스스로 메타 변화에 잘 적응하는 편이라 생각해요."
FC온라인은 선수 생명이 긴 종목에 속한다. 08년생 원더08도 긴 커리어에 대한 열망이 있지만, 단순히 선수 생활을 오래 하는 것보다 선수로서 보여줄 수 있는 경쟁력에 더 초점을 두고 있다.
"FC온라인이라는 게임을 좋아하고, 가능하다면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고 싶지만, 지금처럼 우승을 노릴 수 있는 경쟁력이 있을 때까지만, 선수 생활을 하고 싶어요."
원더08은 올해 초 FTB에서 우승을 차지했을 때 "올해를 젠지의 해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 목표의 절반은 이뤄냈다. FSL에서도 상반기처럼 좋은 성적을 낸 뒤, 중국에서 열리는 FC 프로 챔피언스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것이 다음 목표다.
"올해를 젠지의 해로 만들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싶고, 앞으로 더욱 많은 응원 보내주시면 좋은 플레이와 결과로 보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