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야구장 쓰레기감량 효과크자 고척돔도 다회용기 도입 야구팬들 "컵홀더에 딱, 안정감↑…들고 먹기도 좋아" 음식물 분리 배출통 턱없이 부족, 과제로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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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 내 분식 매장에서 다회용기에 제공된 떡볶이를 야구팬이 들고 있다. /공건 인턴 기자
아시아투데이 박아람 기자·공건 인턴 기자 = "반납이 살짝 번거로워도 환경을 위한 일이니 감수해야죠."
한화 이글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린 지난 5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 3루 응원단석 앞. 다회용기에 담긴 떡볶이와 맥주를 먹던 최진욱씨(48)는 "잠실에서 다회용기를 처음 사용해 보고 오늘이 두 번째인데 크게 불편한 점은 없다"며 "컵도 컵홀더에 쏙 들어가는 크기라 안정감 있다"고 말했다.
일찌감치 전 좌석이 매진된 이날, 구장 내 매점은 만원 관중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전과 달라진 모습이라면, 관중들 손에 붉은색 다회용기가 들려 있었다는 점이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다회용기를 손에 든 관중들은 자연스럽게 식음료를 받아 각자 자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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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 식음료 매점 앞 전광판에 다회용기 사용 안내 화면이 송출되고 있다. /공건 인턴 기자
서울시는 지난 5월 31일부터 고척돔 내 15개 식음료 매장에 컵과 그릇 등 4종류의 다회용기를 도입했다. 지난해 잠실야구장에서 시행한 다회용기 정책이 한 해 동안 약 17톤의 플라스틱 폐기물 감량 성과를 거두면서, 이를 고척돔까지 확대 적용한 것이다. 반납함은 내야 16개, 외야 8개 등 총 24개가 설치돼 관중들이 좌석을 오가며 손쉽게 반납할 수 있도록 했다.
중앙 테이블석에서 두 자녀와 다회용기에 담긴 국수를 먹던 이정미씨(57)는 "야구장 다회용기는 보기만 하고 고척돔에서 처음 경험해 봤는데, 불편하긴커녕 오히려 쓰레기가 덜 나와서 편리하고 좋은 것 같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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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 설치된 다회용기 반납함. /공건 인턴 기자
관중들뿐 아니라 구장 내 환경미화원들도 다회용기 도입을 반기는 분위기다. 다회용기 반납함을 정리하던 고척돔 환경미화원 정숙자씨(64)는 "다회용기 도입 이후 쓰레기양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특히 음식물이 일반쓰레기와 섞이지 않으니 청소하기가 훨씬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정씨는 "관중들이 점점 환경의식을 갖고 분리배출을 하는 게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기자도 직접 다회용기에 담긴 떡볶이를 주문해 보니 의외의 장점이 느껴졌다. 테이블이 없는 일반 좌석에서는 보통 허벅지 위에 음식을 올려놓거나 용기를 들고 먹게 되는데, 다회용기는 열전도율이 낮아 뜨거운 음식도 부담 없이 들 수 있었다. 특히 손잡이까지 있어 더욱 안정감 있게 식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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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 내 다회용기 반납함에 음식물이 담긴 용기들이 그대로 버려져 있다. /공건 인턴 기자
다만 반납 과정에서 불편함도 있었다. 다회용기를 반납하려면 음식물 쓰레기를 먼저 비워야 하지만, 반납함에 비해 음식물 쓰레기통은 턱없이 부족했다. 일부 관중은 음식물 쓰레기통을 찾지 못해 주변을 서성이다가, 결국 내용물을 비우지 않은 채 용기 그대로 반납함에 넣기도 했다.
일부 매점 직원들도 불편을 토로했다. 구장 내 치킨집에서 근무하는 A씨는 "다회용기는 부피가 커서 겹쳐 놓을 수 없다 보니 창고를 수시로 드나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샌드위치 매장 직원 B씨는 "손님들이 남은 음식을 일회용기에 포장해 달라고 요청할 때가 있어 다소 번거롭게 느껴진다"고 했다.
고척돔을 홈구장으로 사용 중인 키움 히어로즈 관계자는 "올해 다회용기 운영은 시범적 의미가 크다"며 "이번 시즌 종료 후 미비점을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