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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위기 속에서 현 정부는 '민생 중심의 규제 혁신'과 '지역 균형발전'을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건축 정책 역시 방향에 발맞춰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이제는 낡은 틀을 벗고 유연하고 창의적인 도시 재구성이 가능한 제도적 토대를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그 출발점은 '주거지역 국토계획 재편'이다. 아파트 중심의 주거공급 체계는 시장의 불균형과 가격 불안을 되풀이했고 경직된 주거지역 구분은 소규모 건축의 진입을 가로막았다.
특히 협소지나 저층 주거지에서는 중첩된 규제로 인해 설계조차 어려운 상황이 반복되고 지방 중소도시는 인구 감소 속에서도 도시 기능을 재편할 수 없는 구조적인 한계에 직면해 있다.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 주거지역 제도를 주거지역(전용·1종)과 준주거지역(2·3종·준주거)으로 통합하고 자치단체가 용적률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동시에 생활밀착형 복합 개발을 제도적으로 허용을 해야 하며 일조권, 주차장 등 인허가 기준의 유연한 적용을 통해 건축의 현실성과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
두 번째는 '도시주택부' 신설이다. 지금의 국토교통부는 교통, 물류, 항공, 철도 등 광범위한 기능이 혼재돼 있어 온전히 도시와 주거에 집중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다.
반면 도시주택부는 도시정책, 주거복지, 공공건축을 전담하는 것은 물론 도시공간을 체계적으로 재편하고 지역 소멸에 대응하는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실행할 수 있다. 싱가포르, 프랑스, 독일 등의 사례처럼 도시를 전담하는 별도의 부처가 필요하다는 요구는 이미 세계적인 흐름이기도 하다.
세 번째는 '소규모 건축물에 대한 안전관리 강화'다. 현재 건축신고 대상 건축물은 감리가 생략돼 안전사고가 빈번하다. 약식감리 제도를 도입하고 감리의무 구간을 명확하게 설정한다면 최소한의 비용으로도 구조 안전성과 시공 품질을 확보할 수 있다. 공사 이력의 전산 등록을 통해 향후 분쟁과 민원에 대한 대응도 가능해진다.
마지막으로 이제는 'K-건축'이라는 이름으로 대한민국의 도시를 세계에 알려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음악, 드라마, 음식에서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건축은 여전히 정책의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다.
'K-건축 기본법' 제정과 함께 창의 건축 실험지구 지정, 국제공모 체계 정비, 건축 인재 양성 등이 병행된다면 건축은 국가 브랜드의 새로운 축이 될 수 있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방문 이유로 '건축'을 포함시키는 날도 머지않았다.
이번 제안은 규제를 혁신하고 제도를 재편함으로써 국민 삶의 공간을 바꾸는 명확한 실행 전략이다. 도시가 건강하게 숨을 쉬려면 건축이 살아야 하고 건축이 살아나야 지역이 살아난다.
이제 건축은 더 이상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 '기회의 영역'으로 인식돼야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 이제는 그 새로운 시각 위에 다시 설계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