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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주니어, 데뷔 20주년…시스템이 만든 생존·팬덤이 완성한 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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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혜 기자

승인 : 2025. 07. 09. 14:20

프로젝트 그룹→글로벌 브랜드, 장수 아이돌의 진화 공식
팀·유닛·개인 활동까지 흔들림 없이 확장한 슈퍼주니어 모델
슈퍼주니어
슈퍼주니어 '슈퍼주니어 25' 티저/SM
"7년이면 해체된다"는 말은 한때 가요계의 상식처럼 통했다. 실제로 2000년대 초반 많은 아이돌 그룹이 재계약을 넘기지 못했다. 지금은 다르다. 데뷔 10년을 넘긴 팀도 늘었고 팬덤도 단기 소비보다는 긴 호흡의 지지를 선택하고 있다. 그럼에도 데뷔 20주년을 맞은 그룹은 여전히 드물다. 슈퍼주니어는 그중에서도 예외적인 팀이다. 오랜 활동을 넘어 K-팝 시스템 자체에 변화를 만든 사례로 남았다.

슈퍼주니어는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아 지난 8일 정규 12집 '슈퍼주니어 25'(Super Junior 25)를 발표했다. 타이틀곡 '익스프레스 모드'(Express Mode)에는 지금에 멈추지 않고 계속 달려가겠다는 팀의 의지를 담았다. 앨범 타이틀과 콘셉트는 멤버들이 직접 제안했고 20주년을 기념하는 '슈퍼 어워즈'(SUPER AWARDS)라는 테마 아래 지난 20년간 서로에게 보내는 상을 콘셉트로 삼았다. 자축이나 회고에만 머무르지 않고 앞으로의 시간도 함께하겠다는 다짐이 담겼다.

20주년을 기념한 투어 '슈퍼쇼10'(SUPER SHOW 10)도 8월 서울 KSPO돔 공연을 시작으로 본격화된다. 내년 3월까지 아시아, 유럽, 미주를 아우르는 16개 도시 투어가 예정돼 있다. '슈퍼쇼' 시리즈는 2008년 시작돼 지금까지 총 9차례, 194회에 걸쳐 진행됐고 누적 관객 수는 200만명을 돌파했다. K-팝 역사상 가장 오랜 시간 유지된 공연 브랜드라는 타이틀도 함께 쌓였다.

슈퍼주니어는 2005년 '슈퍼주니어05'라는 이름으로 데뷔했다.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가 처음 선보인 프로젝트 그룹 형태였다. 멤버 교체가 전제된 다인원 시스템이었고, 당시엔 '연습생 정리'라는 차가운 시선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듬해 규현이 정식 합류하며 고정 체제로 전환했고 곧 발표한 '유'(U)로 음악방송 첫 1위를 차지했다. 연말에는 지상파 3사 신인상을 휩쓸며 본격적으로 궤도에 올랐다.

슈퍼주니어
슈퍼주니어 '슈퍼주니어 25' 티저/SM
2009년 발표한 정규 3집 '쏘리, 쏘리'(Sorry, Sorry)는 K-팝 커버댄스 붐을 촉발시켰고 아시아 전역을 넘어 글로벌 시장 확장의 발판이 됐다. 국내를 넘어 아시아 전역에 커버 영상이 확산했고 이후 일본, 중국, 동남아는 물론 유럽과 남미까지 활동 무대를 넓혔다. 프랑스 단독 공연, 사우디아라비아 단독 콘서트, 남미 최대 규모 투어 등 K-팝 그룹 최초 기록도 잇따랐다.

20년을 이어올 수 있었던 배경엔 유연한 운영 방식이 있었다. 군복무나 개별 활동 등으로 완전체 활동이 어려울 때는 유닛 혹은 개인 활동으로 팀의 이름을 유지했다. 이 같은 방식은 이후 엑소의 유닛 전략이나 엔시티의 멤버 확장 구조로 이어졌고 SM 다인원 시스템의 기반이 됐다. 멤버별 솔로 커리어 역시 팀의 외연을 넓히는 역할을 했다. 음악뿐 아니라 예능, 드라마, 뮤지컬, MC 등 각자 다른 영역에서 활약하며 '슈퍼주니어'라는 브랜드를 더욱 공고히 했다.

팬클럽 '엘프'(ELF)의 존재도 빼놓을 수 없다. 데뷔 초 10대였던 팬들은 어느덧 3040대가 됐고 지금도 자발적인 프로젝트와 콘텐츠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단순한 소비자를 넘어 함께 브랜드를 만들어온 공동 창작자이자 장기 파트너에 가까운 관계다. 특히 팀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나 멤버별 공백이 생길 때도 팬덤은 중심을 지켰고 그런 지지의 축적이 지금의 20주년으로 이어졌다.

슈퍼주니어는 지금 K-팝에서 가장 오래된 남성 아이돌 그룹 중 하나다. 하지만 단순한 시간의 흐름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프로젝트 그룹에서 시작해 고정 체제로 유닛 시스템과 글로벌 투어, 멤버별 커리어까지 방향을 확장하며 변화와 실험을 수용해왔다. 그 안에서도 '슈퍼주니어'라는 팀의 정체성은 흔들리지 않았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슈퍼주니어는 시스템, 전략, 팬덤이 동시에 맞물려 유지된 구조 안에서 진화한 팀"이라며 "아이돌이 어떻게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지를 가장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이다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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