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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K-배터리, 감세법안에도 ‘안도’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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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라 기자

승인 : 2025. 07. 09. 18:06

美현지 생산기지 확보
"감세법안, 경쟁사 진입 억제"
공급망·가격 경쟁력 제고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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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 켄터키주 배터리 생산시설 준공 현장./SK온
"다른 기업들의 미국 내 설비 생산 계획은 줄줄이 좌초되고 있습니다. 한국 배터리 3사도 늦었다면 현지 진출을 못 했을거에요."

최근 만난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가 업계를 둘러싼 일련의 상황을 두고 내놓은 반응입니다. 미국에서 전기차 보조금 조기 폐지안이 포함된 '감세법안'의 공식 효력과 함께 배터리 기업들에 보내는 우려의 시선이 커진 상황에서, 당사자들은 걱정만 하는 게 아니라는 분위기가 감지됐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3사가 늦지 않게 미국 현지 생산 기반을 마련한 덕입니다.

배터리 생산시설 준공은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이 드는 초대형 프로젝트입니다. 기업들은 계산기를 두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전기차 보조금이 폐지되면 배터리 수요 성장세도 기울텐데, 남은 파이를 두고 현지에 이미 터를 잡은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첨단제조생산새액공제(AMPC) 혜택이 2033년까지 유효하지만, 지금 당장 삽을 떠도 설비 준공에만 약 3년이 걸리니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이 짧습니다. 일본계 중국 배터리기업인 엔비전 AESC가 미국 배터리 공장의 건설을 중단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최근 배터리 기업 앰프리어스 테크놀로지스의 콜로라도 설비 준공 프로젝트도 교착상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죠.

반면 국내 배터리 3사는 현지에 이미 터를 잡은 기업의 대표주자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시간과 오하이오, 테네시 주에서 생산기지를 운영하고 있고, SK온은 조지아주 공장을 운영하는 데 더해 올해 하반기 켄터키주 공장 가동을 앞두고 있습니다. 삼성SDI도 인디애나 주에서 연산 33GWh 규모 생산기지를 갖췄습니다. 이 중 일부는 GM, 스탤란티스, 포드 등 완성차 기업들과 합작사로, 고객사 확보 효과까지 챙겼습니다.

감세법안으로 인해 어부리지로 얻는 이익도 있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감세법안의 영향으로 경쟁사의 신규 진입이 억제되는 면이 있다"라면서 "현재 미국 내에서 배터리를 생산해 완성차 업체에 공급할 수 있는 기업들은 우리 배터리 3사와 일본의 파나소닉 정도"라고 조심스럽게 설명했습니다. 이 시기만 잘 보내면, 캐즘 이후 증가할 배터리 수요를 수월하게 차지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런 과실을 제대로 따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합니다. 배터리 기업들은 미국 정부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중국산 광물 비중을 줄이고, 전기차 보조금 폐지에 대응해 저가형 제품 개발에 돌입할 전망입니다. 미국의 전기차 기업과 소비자들이 혹할 만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죠.

업계 관계자들은 "이 시기를 경쟁력 강화의 발판으로 삼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입을 모읍니다. 우리 기업들은 이 위기를 밟고 올라설 수 있을까요. 웅크린 뒤 더 멀리 뛸 모습을 기대합니다.
김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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