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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부터 ROC e스포츠 '카시갓' 황윤진 코치, '오박사' 오세진. /이윤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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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TFT의(전략적 팀 전투, 이하 롤체) 자존심 '오박사'가 세계 정벌에 나선다.
11일 중국 청두에서 라이엇 게임즈의 TFT(전략적 팀 전투, 이하 롤체)의 글로벌 최상위 대회 '전략가의 왕관'이 진행된다. 전 세계 40명의 선수들이 모여 치르는 이번 대회를 통해 세트 14 사이버 시티의 최강자가 판가름 된다.
이번 대회에 한국 선수로는 단 한 명이 참가한다. 바로 ROC e스포츠의 '오박사' 오세진이다.
홀로 남은 한국인이지만 평소 뛰어난 실력을 자랑하는 만큼 팬들의 기대도 크다. 지난 10일 대회를 앞두고 청두에서 오박사와 코치를 맡고 있는 '카시갓' 황윤진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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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뛰어난 폼을 보여주고 있는 오박사. /전략적팀전투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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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박사는 이번 대회 유일한 한국 선수다. 전략가의 왕관에 앞서 진행된 황금 뒤집개에서 한국 선수들이 모두 탈락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부담도 책임감도 크다.
"월즈에 진출해서 기쁘긴 하지만 한국 선수들이 더 올라와서 다 같이 힘내길 바랬는데 혼자 와서 좀 부담되죠. 그래도 한국인이 잘 하는 모습을 팬들이 기대하실 것 같아서 그 기대를 충족하고 싶어요."
오박사의 첫 번째 목표는 3일차 파이널 라운드 진출이다. 40명의 선수 중 8등 안에 들어야 하는 치열한 경쟁이지만 오박사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목표는 항상 우승이고, 우승을 위해서는 파이널 라운드에 진출해야죠. 실수만 안 하고 제 플레이만 잘 하면 결승 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오박사의 옆에는 카시갓 코치가 함께한다. 카시갓 코치는 세트가 시작될 때마다 랭킹 1위를 밥 먹듯이 찍는 최상위권 유저로, 롤체 유저들에게는 익숙한 이름이다.
오박사가 이전 소속팀을 떠나 ROC e스포츠에 합류했을 때 평소 실력이 좋고 같이 실력을 키우고 싶다고 생각한 인물이 카시갓이었고, 서로 뜻이 맞아 한솥밥을 먹게 됐다.
카시갓은 오박사에 대해 "축구 선수로 치면 육각형이 꽉 찬, 저점이 굉장히 높은 선수지만 과감한 판단이나 고점을 보는 부분이 부족하다고 판단해서 많이 도와주고 있죠"라고 말했다.
이어 "매 경기가 끝나고 녹화 파일을 돌려보며 부족한 부분을 잡고 실수가 안 나오도록 멘탈적인 부분도 잡는 중이에요"라고 덧붙였다.
코칭을 받는 오박사는 "최상위권 선수들과 같이 게임을 하면 뒤에서 보는 사람이 보통 정답에 가까운 생각을 많이 한다. 객관적이고 정확한 분석으로 디테일한 부분을 잘 잡아줘서 굉장히 많이 도움이 되서 고맙죠"라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다만 "다 좋은데 너무 T다. 공감이 필요할 때 안 해줘서 약간 아쉽다"며 웃었다.
◆ 한국 롤체, 이대로 괜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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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비와이1. /Liquid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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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전 세계에서 꼽는 e스포츠 강국이지만 롤체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특히 이번 세트 14 사이버 시티에서는 오박사 한 명만 전략가의 왕관에 진출할 정도로 부진을 면치 못 했다. 기존 롤체 강국 중국이 건재한 와중에 일본과 베트남 지역 선수들의 실력이 빠르게 올라오며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롤체를 잘 하려면 생방송이 굉장히 유용하고, 누가 어떤 방송을 진행하는지에 따라 그 나라 선수들의 성향이 달라진다.
카시갓 코치는 "베트남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 많이 진출했는데 와이비와이1(YBY1) 선수를 비롯해서 창의적이고 메타파악도 빠르고,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선수들이 많아 베트남이 롤체를 잘 하는 것 같다. 한국의 경우는 생방송에서 그런 번뜩임이 잘 안 보이는 것 같아요"라고 분석했다.
반면 일본의 경우 전략가의 왕관 2회 우승자, 전 세계 최고의 롤체 선수로 인정받는 '타이틀(title)'의 영향력이 컸다. 일본 대표로 올라온 '서머타이머(summertimer)'와 '야츠하시(yatsuhahi)'는 제타 디비전에서 타이틀과 한솥밥을 먹으며 코칭을 받았고 그 이후로 실력이 급격히 상승했다.
오박사는 다른 지역 선수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확실히 해외에 잘 하는 선수들이 많죠. 항상 전략가의 왕관을 하고오면 실력이 많이 는다고 생각하는데 그 기회가 부족하거든요. 잘 하는 선수들의 템포 운영이나 덱 디테일 등을 배우다보면 한국 선수들도 좋은 성적이 나올 것 같다 생각해요."
대회를 앞두고 만난 오박사는 긴장하면서도 자신감에 찬 모습을 보여줬다. 이번 대회를 포함해 4번이나 전략가의 왕관에 온 만큼 이번에는 우승하겠다는 각오다.
오박사가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면 한국 선수로는 '팔차선' 정민제에 이어 두 번째 우승이다.
오박사는 팬들을 향해 "이번에 유일한 한국인으로 출전하게 됐는데 많은 응원과 관심 부탁드린다. 열심히 잘 해보겠습니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