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전통’ 스포츠카가 ‘혁신’ HEV 만나면…포르쉐 911 GTS

지난 19일 인제스피디움 시승
직선·곡선 구간 가속력 인상적
제로백 3.1초 불과…911 첫 HEV

포르쉐 911 GTS./포르쉐코리아

"부르릉…우웅…부르릉…우웅"

팝콘을 튀기는 듯한 우렁찬 배기음 소리가 인제스피디움이 떠나갈 듯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640m 남짓의 직선 구간에 진입하자, 있는 힘껏 가속 페달을 밟았다.

순식간에 속도계의 바늘은 100㎞/h를 가리켰다. 이윽고 120㎞/h, 150㎞/h, 170㎞/h을 지나 어느새 200㎞/h에 근접했다. 211㎞/h까지 속도를 끌어냈다. 도심 속에서 이 속도를 내지 못한다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로 전환하자 서스펜션은 더 단단하게 조여졌고, 오히려 속도감과 노면 반응이 한층 더 날카롭게 살아났다. 사람들이 스포츠카의 운전 재미와 스릴을 이야기할 때 왜 이 차를 빼놓지 않는지 알 것 같았다. 명실상부 포르쉐의 상징과도 같은 포르쉐 911 GTS를 말이다.

포르쉐 911 GTS./포르쉐코리아

최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역시 최근 미국의 오토모티브 뉴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차종으로 포르쉐 911을 가장 먼저 꼽기도 했다. 그만큼 911은 브랜드 정체성을 대표하는 모델이며, 수많은 양산차 디자인에 영감을 준 존재다.

그런 포르쉐 911이 역사상 처음으로 초경량 고성능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장착하고 돌아왔다. 3.6ℓ 배기량과 T-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은 제로백 3초, 최고속도 312㎞/h를 자랑한다.

새로 탑재된 일렉트릭 터보차저는 즉각적인 부스트를 제공해 주행 반응성을 끌어올린다는 게 포르쉐코리아의 설명이다.

T-하이브리드 드라이브의 심장인 3.6ℓ 박서 엔진은 더욱 컴팩트해졌다. 전력 지원 없이 485 마력과 58.1 kg·m 의 토크를 발휘한다. 총 시스템 출력은 기존 모델 대비 61마력 증가한 541마력, 62.2 kg·m 토크를 발휘한다.

포르쉐 911 GTS./김정규 기자

특히 전동화 시스템을 장착했지만, 스포츠카의 핵심인 차량 무게 인상은 최소화됐다. 하이브리드 차량은 배터리 등 무게로 통상 차량 무게가 무겁지만, 이를 거의 허용하지 않으며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것이다. 이전 모델 대비 50㎏ 증가에 그치며 공차 중량은 1600㎏ 미만을 유지했다.

이석재 포르쉐코리아 이사는 "무거워질 때 스포츠카로서의 즐거움이 반감되는 만큼 전동화로 늘어나는 무게에 대한 챌린지가 있었다"며 "무게 증가 요소는 최대한 억제하면서 일부는 줄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인세스피디움을 주행 중인 포르쉐 911 GTS./김정규 기자

인세스피디움을 주행 중인 포르쉐 911 GTS./김정규 기자

매력은 코너를 돌 때도 이어졌다. 날카롭게 찌르면서 도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차량의 조향 반응성은 즉각적이었다. 총 길이 3.9㎞의 인제스피디움에는 총 19개의 곡선 구간이 있는데, 911GTS는 어떻게 운전을 해도 차량이 다 받아주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포르쉐 911 GTS./포르쉐코리아

외관은 여전히 911만의 정체성을 간직했다. 매끈하게 떨어지는 루프 라인과 넓은 리어 펜더는 클래식한 DNA를 이어가면서도 하이브리드의 미래적 감각을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전면부에는 세련된 LED 라이트가 자리해 강렬하면서도 세련된 인상을 준다.

포르쉐 911 GTS 실내./김정규 기자

포르쉐 911 GTS 실내 2열./김정규 기자

실내는 운전자를 위한 공간으로 완벽하게 다듬어졌다. 911 최초로 완전히 디지털화된 계기판이 장착됐고, 12.6인치의 커브드 디스플레이는 광범위한 개인화 기능을 제공한다. 고급 가죽 시트에선 특유의 고급스러움이 한껏 묻어나왔다. 또 계기판과 스티어링 휠은 직관적으로 배치돼 고속 주행 중에도 시선 분산이 최소화됐다.

하이브리드 시스템까지 얹었지만, 911의 매력은 그대로 갖은 911GTS. 전동화가 만들어낸 즉각적 반응성과 기존의 스포츠카의 날카로운 감각이 더해지며 새로운 '괴물'이 태어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