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적 비상계엄 따른 위헌 수사·공판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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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 전 법정에서 마지막 진술을 남긴 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고(故)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최후 진술이 다시 법정에 소환됐다.
서울고법 형사7부(이재권 부장판사)는 16일 오전 11시 김 전 부장의 내란목적 살인 등 혐의에 대한 재심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유족이 재심을 청구한 지 5년 만이다.
재판부는 지난해 4월부터 세 차례 심문을 거쳐 심리에 착수했고 올해 2월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검찰이 항고했지만 대법원이 지난 5월 이를 기각하면서 재심은 최종 확정됐다.
김 전 부장은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과 차지철 경호실장을 살해한 혐의로 다음 날 체포돼 한 달 만에 군법회의에 넘겨졌다. 같은 해 12월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2심과 대법원 확정 판결을 거쳐 1980년 5월 24일 사형이 집행됐다.
김 전 부장의 동생 김정숙씨는 청구인 발언에서 "오빠가 막지 않았다면 우리 국민 100만명 이상이 희생됐을 것"이라며 "이번 재심은 대한민국 사법부 최악의 역사를 스스로 바로잡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부장 측 변호인단은 위헌적 10·27 비상계엄에 따른 위헌적 수사·공판 절차라는 점과 민간인 신분으로 군 수사기관·군법 재판 받을 의무가 없다는 점, 내란 목적과 유죄 증거가 없다는 점 등을 항소 이유로 제시했다. 이들은 당시 군사재판의 절차적 정당성에도 의문을 제기하며 원심에서 증거로 채택된 김 전 부장의 진술 조서, 공동 피고인 신문 조서, 공판 조서, 참고인 진술 등은 증거 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 후 김 전 부장 측은 취재진과 만나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를 언급하며 "윤석열 전 대통령이 김재규 장군을 불러낸 역사적 데자뷔처럼 느껴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김 전 부장의 재심 두 번째 공판은 오는 9월 5일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