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B40'용 GDDR7 탑재 청신호
올해부터 대량 양산…HBM 판매 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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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최근 미국 정부로부터 H20의 중국 수출을 위한 라이선스를 획득했다. 미국 정부가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에 따라 지난 4월 H20 수출을 제한한 지 약 3개월 만이다. H20은 엔비디아가 AI반도체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는 중국 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보급형 AI칩이다. 올해 초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H20을 이용한 AI모델 개발에 성공하는 등 양국 간 AI 패권 경쟁이 심화하면서 미국 정부는 H20 수출을 금지했다.
H20 수출길이 열리면서 시장의 시선은 자연스레 삼성전자로 향한다. 엔비디아를 핵심 고객사로 두고 있는 만큼 반사이익을 거둘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H20에 탑재되는 HBM3를 엔비디아에 공급해왔다. 이번 규제 완화로 H20 출하가 본격화될 경우 HBM3 수요도 덩달아 높아진다는 점에서 HBM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박상욱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 정부의 라이선스는 기존 H20 설계에 대한 수출 허가로 해석되는 만큼 HBM 공급처로 삼성전자가 유력하다고 판단한다"며 "이로 인해 삼성전자의 (HBM) 점유율 확대 및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구체적인 H20용 HBM3 매출을 공개하진 않지만, 회사 안팎에선 전체 D램 매출의 1~2% 수준으로 보고 있다. 올해 1분기 삼성전자 D램 매출이 약 12조1500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1200억~2400억원 수준으로 크진 않지만, 반도체 사업 부진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 입장에선 숨통이 트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번 엔비디아의 중국 판로 회복은 삼성전자에 또 다른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 회계연도 기준 엔비디아의 중국 매출 비중은 전체의 13.1%(약 171억 달러)로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이에 따라 하반기에는 중국 수출용 보급형 AI칩 B40을 출시할 계획이다. B40에는 HBM 대신 GDDR7이 탑재되는데, 삼성전자는 이 분야 주도권을 쥐고 있다.
GDDR은 일반 DDR 대비 데이터 전송을 위한 채널이 많고 대역폭도 높아 HBM의 대체재로 거론된다. 삼성전자는 2023년 업계 최초로 GDDR7 개발에 성공하며 한동안 엔비디아에 독점 공급해왔다.
지난해에는 12나노급 24Gb GDDR7을 개발하고, 올해부터 대량 양산을 시작한 상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가 올해 GDDR7 시장에서 70%의 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역시 지난 3월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찾아 'GDDR7 최고!'라는 친필 사인을 남기면서 B40용 GDDR7 독점 공급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 바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GDDR7의 경우 고부가 제품인 HBM에 비해 수익성이 낮긴 하지만, 엔비디아가 꾸준히 중국 수출을 늘리는데다 삼성전자의 대량 공급 가능성도 높아 하반기 DS부문의 유의미한 실적 변화가 예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