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AC, 글로벌 통상 환경 개선 중책
끄엉 주석 연설 요청… 민간외교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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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이 '2025 APEC ABAC' 의장 자리를 맡은 후 내부 임직원들에게 털어놓은 이야기다. 조현상 부회장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외교부로부터 ABAC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조직이 방대하고 의장으로서 나라별 합의점을 도출하기가 쉽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HS효성 출범 초기 안정화 작업에도 바쁜 와중의 일이다. 결국 주변의 권유와 그동안 추구했던 민간 외교관으로서의 역할을 생각한 끝에 맡게 됐다고 전했다.
ABAC은 APEC에 참석하는 각 국 정부와 정상들에게 회원국 기업인들의 정책적 건의와 의견을 전달하는 유일한 창구다. 예컨대 의장을 맡은 조현상 부회장은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과 중국, 일본과 캐나다, 호주, 멕시코, 러시아, 베트남 등 전세계 GDP 60%에 달하는 시장 경제 리더들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조율하는 최종 '조정자'로서의 중책을 수행해야 한다. 그렇게 정리 된 ABAC 참석 기업인들의 니즈는 세계 정상들에게 전달 돼 글로벌 경제와 무역의 새 흐름을 만드는 바람이자 모멘텀으로 작용 할 전망이다.
16일 HS효성에 따르면 조 부회장은 15일(현지시간) 르엉 끄엉 베트남 국가주석을 만나 오는 10월 열리는 APEC CEO 서밋에 끄엉 주석이 기조 연설자로 참석해 줄 것을 요청하며 APEC 공식 초청장을 전달했다.
끄엉 주석은 "기조 연설자 초청에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면서 "한-베 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 부회장과 HS효성이 투자와 고용 면에서 베트남 경제에 큰 기여를 했다"고 감사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부회장은 15~18일 베트남 하이퐁에서 열리는 2025 ABAC 3차 회의 주재차 베트남으로 향했다. 회의에서는 글로벌 통상 이슈를 비롯한 주요 안건에 대해 논의한다. 19일부터는 하노이에서 베트남 정부 인사들, 비즈니스 리더들, 각국 대사들을 만나 APEC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조 부회장이 ABAC 의장을 맡은 건 HS효성 출범 후 약 2달 만에 이뤄졌다. 직원들과 소통하며 결속을 다지고, 조직을 최적화 하기에도 바쁜 시점의 일이다. 배경은 효성그룹 선대 조홍제 회장이 산업입국의 철학으로 기업을 일구고, 부친 조석래 명예회장이 전경련 회장을 맡으면서 미국과 FTA를 맺도록 이끈 내력도 영향을 미쳤다.
조 부회장도 이러한 철학을 이어받은 셈이다. 현재 조 부회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업산업자문위원회(BIAC) 이사와 한국·베트남 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어 재계 3세 경영인들 중에서도 글로벌 감각과 네트워크가 풍부한 경영인으로 평가 받는다.
그렇게 ABAC 의장으로서 조 부회장은 2~3개월에 한 번씩 열리는 APEC 준비위원회에 참석하고, 연 4회의 ABAC 회의와 ABAC위원-APEC정상과의 대화 등 주요 행사를 주관한다. ABAC 회의의 주요 주제 및 어젠다를 설정하고 회의를 주재하는 것이다.
APEC 회원국은 2021년 기준 세계 GDP의 약 62%, 세계 무역의 48%를 차지한다. APEC 지역의 총 상품 교역량은 1989년 대비 2021년 9배 이상 증가하면서 전 세계 다른 국가를 앞질렀으며, 3분의 2 이상이 회원국 간 발생할 정도로 기업들에는 매력적인 지역이다.
ABAC는 APEC 활동 과정에서 민간기업 부문의 의견을 각국 정상들에게 직접 전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1996년 APEC 회의 시 설립된 자문기구다. ABAC 위원들은 회의를 통해 작성한 건의문을 각국 정상들에게 전달하고, 역내 비즈니스 환경개선과 회원국 간 정책 공조를 통한 교역 활성화 방안을 모색한다는 임무를 지녔다. ABAC 한국위원은 외교부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며, 조 부회장은 지난해 8월 26일 ABAC 한국 위원으로 선임된 바 있다.
조 부회장은 10월 예정된 ABAC 4차 회의에서 최종 확정된 건의문을 10월 2025 경주 APEC 회의의 'ABAC 위원-APEC 정상 간 대화' 세션에서 ABAC의장 자격으로 미국, 중국을 비롯한 APEC 21개국 정상들에게 직접 전달할 예정이다. 건의문에는 APEC 21개 회원국 기업들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교역 환경 개선을 위해 논의한 정책 제언이 담긴다. 지금은 글로벌 통상무역환경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어 기업들의 의견엔 각국 정부를 향한 중요 메시지들이 상당수 담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