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연합 |
그러나 대통령으로서 국회가 개헌에 앞장서 주기를 '촉구'한 것은 무게가 상당히 다르다. 대통령 임기가 시작된 지 한달여 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 개헌을 공식화한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서 절대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고 국정 지지도가 높은 데서 비롯된 자신감이 '조기 개헌 추진' 결정을 이끌어냈을 수 있다.
실제 이 대통령의 개헌 추진 의지는 매우 강하다고 한다. 이와 관련 국정기획위원회는 이르면 내년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개헌 국민투표를 진행하는 방안을 포함한 개헌 의제를 대통령실에 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개헌을 발 빠르게 진행하기 위한 절차도 마련해 국민투표법 개정과 국회에 개헌특별위원회 구성을 요청하는 안도 포함했다. 여권이 생각보다 빨리 개헌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개헌 내용에는 감사원의 소속을 국회로 이관하는 것 등 상대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적은 것도 있다. 하지만 5·18 광주 민주화운동 정신의 헌법 포함만 해도 민주주의가 사회적 규범이 됐는데, 굳이 헌법을 고쳐 명기할 필요가 있느냐는 반론이 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권력구조 개편이다. 이 대통령의 제헌절 메시지에서는 빠졌지만 지난 5월 대통령 후보 공약에는 '대통령 4년 연임제'가 들어가 있다. 이 대통령과 여권은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연임제로 바꾸는 데 암묵적으로 의견을 모았을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 4년 연임제가 이미 비대화된 대통령 권력을 더욱 강화시키고 정당체제의 양극화도 악화시킬 것이라는 반론이 만만찮다. 대통령 권력 집중을 줄이려면 의원내각제를 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있다. 우리의 대통령제의 문제는 5년 단임제 등 제도가 아니라 대통령의 정치력 부족 때문이라는 지적도 무시하기 어렵다.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의 주기 일치 문제도 학계와 정치권에서 이견이 있다.
무엇보다 야당이 동의하지 않는 권력구조 개편은 극심한 정치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 개헌을 추진한다면 시민사회 및 학계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 야당의 동의는 필수다. 여기에는 국민 여론의 엄격한 수렴이 선행돼야 한다. 이 대통령의 개헌 추진은 지켜봐야 한다. 그렇지만 방점이 헌법 개정의 폭을 넓히고 빠른 결과를 얻겠다는 데 우선적으로 찍혀서는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