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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李 공식화한 개헌론, 엄격한 여론 수렴 선행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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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7. 18. 00:01

/연합
이재명 대통령이 제헌절인 17일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국민중심 개헌'의 대장정에 힘 있게 나서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헌법 개정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에도 5·18 광주 민주화운동 정신의 헌법 명문화, 대통령 거부권 제한, 감사원의 국회소속 이관 등의 개헌을 공약하긴 했다.

그러나 대통령으로서 국회가 개헌에 앞장서 주기를 '촉구'한 것은 무게가 상당히 다르다. 대통령 임기가 시작된 지 한달여 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 개헌을 공식화한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서 절대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고 국정 지지도가 높은 데서 비롯된 자신감이 '조기 개헌 추진' 결정을 이끌어냈을 수 있다.

실제 이 대통령의 개헌 추진 의지는 매우 강하다고 한다. 이와 관련 국정기획위원회는 이르면 내년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개헌 국민투표를 진행하는 방안을 포함한 개헌 의제를 대통령실에 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개헌을 발 빠르게 진행하기 위한 절차도 마련해 국민투표법 개정과 국회에 개헌특별위원회 구성을 요청하는 안도 포함했다. 여권이 생각보다 빨리 개헌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개헌 내용에는 감사원의 소속을 국회로 이관하는 것 등 상대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적은 것도 있다. 하지만 5·18 광주 민주화운동 정신의 헌법 포함만 해도 민주주의가 사회적 규범이 됐는데, 굳이 헌법을 고쳐 명기할 필요가 있느냐는 반론이 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권력구조 개편이다. 이 대통령의 제헌절 메시지에서는 빠졌지만 지난 5월 대통령 후보 공약에는 '대통령 4년 연임제'가 들어가 있다. 이 대통령과 여권은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연임제로 바꾸는 데 암묵적으로 의견을 모았을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 4년 연임제가 이미 비대화된 대통령 권력을 더욱 강화시키고 정당체제의 양극화도 악화시킬 것이라는 반론이 만만찮다. 대통령 권력 집중을 줄이려면 의원내각제를 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있다. 우리의 대통령제의 문제는 5년 단임제 등 제도가 아니라 대통령의 정치력 부족 때문이라는 지적도 무시하기 어렵다.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의 주기 일치 문제도 학계와 정치권에서 이견이 있다.

무엇보다 야당이 동의하지 않는 권력구조 개편은 극심한 정치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 개헌을 추진한다면 시민사회 및 학계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 야당의 동의는 필수다. 여기에는 국민 여론의 엄격한 수렴이 선행돼야 한다. 이 대통령의 개헌 추진은 지켜봐야 한다. 그렇지만 방점이 헌법 개정의 폭을 넓히고 빠른 결과를 얻겠다는 데 우선적으로 찍혀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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