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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인사이트] 세계 사로잡은 K-콘텐츠, 그런데 IP(지적재산권)는 누구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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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7. 23. 17:55

김소연 교수
김소연 경희대학교 국제학과 마케팅 교수
"자본에는 국경이 없다."

이는 경제학 교과서에서 자주 등장하는 문장이다. 하지만 콘텐츠 산업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이 문장이 언제나 유효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예컨대 다들 오징어게임이 훨씬 히트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한국 회사의 수익으로 돌아간 금액은 그보다는 덜 히트한 변호사 우영우의 경우가 더 크다. 오징어게임 대부분의 수익은 넷플릭스에 귀속되었기 때문이다.

2~3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의 IP(Intellectual Property, 지적재산권)가 넷플릭스에서 투자를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국내 언론은 열광했다. "세계가 우리를 주목했다"는 보도와 함께, 자본 유입의 환상에 매몰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조금 다른 시각이 필요하다. 우리는 '세계적 성공'이라는 환호 속에서, '실질적 수익'과 'IP 주권'이라는 본질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최근 글로벌 OTT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K팝 데몬 헌터스'라는 애니메이션을 보자.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 이야기를 하고 있다. 주요 캐릭터의 정체성과 서사는 물론, 배경까지 철저히 한국적이다. 주인공 데몬이 처음 각성하는 시점은 조선시대라는 디테일까지 더해져 있다.

이 정도면 한국 정부의 PPL(Product Placement, 제품 간접 광고) 수준이다. 하지만 제작사는 소니 픽처스다. 다시 말해, 한국적인 이야기를 가지고 글로벌 시장에서 수익을 올리는 주체는 한국이 아닌 외국 자본이라는 점이다.

아들에게 이 애니메이션에 대해 묻자 "K팝 이야기니 당연히 한국에서 만든 거 아니야?"라고 되묻는다. 그렇다. 일반 소비자, 특히 Z세대와 알파세대는 콘텐츠의 정체성과 제작 주체를 구분하지 않는다. 콘텐츠가 한국적이므로, 그것이 한국에서 생산되고, 수익 또한 한국으로 들어온다고 '믿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실상과 다르다. 여기서 우리는 IP 주권이라는 개념을 다시 떠올릴 필요가 있다. 문화산업은 단순한 '스토리 생산'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자본의 흐름과 수익 배분, 그리고 국가 브랜딩과 협상력까지 포괄하는 복합적 권력 구조다.

오늘날 한국은 분명 문화 강국이다. K팝은 전 세계 공연장을 채우고, 드라마는 넷플릭스 글로벌 순위를 점령하고 있다. 그러나 그 '성공'의 이면에 있는 '소유권'과 '수익권'에 대해서는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가? 지금이야말로 진정한 문화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IP 주권 확보 전략을 고민할 시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 제작 생태계의 구조적 개선이다. 현재 한국의 중소 제작사들은 글로벌 자본과의 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에 서 있다. 독자적 자금 조달 능력이 없기에, IP를 포기하고라도 투자를 받아야 하는 구조다.

따라서 정부와 민간이 함께 '문화 조성 펀드'를 조성하여, IP 소유권을 국내에 남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산업 보호를 넘어서, 장기적인 국가 경쟁력을 위한 투자다. 또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와 협업 플랫폼 마련도 병행되어야 한다.

문화 콘텐츠는 단순한 '흥행 상품'이 아니다. 그것은 경제적 자산이자, 외교적 자원이며, 무엇보다 자기 정체성의 확장이다. K컬처는 어느새 전 세계를 관통하는 이야기가 되었다. 그 이야기를 '누가 소유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 된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김소연 경희대학교 국제학과 마케팅 교수

※김소연 경희대학교 국제학과 교수는…
연세대 경영학, 서울대 통계학 학사. 미국 컬럼비아대 MBA. 보스턴대 경영학 박사학위 취득 후, 현재 경희대학교 국제학과 마케팅 교수로 재직. 글로벌 브랜딩(K-미디어, 엔터테인먼트, 화장품), K-콘텐츠 글로벌 확산 전략, 소셜미디어 커머스, 소비자 심리, 빅데이터 분석 및 인공지능 제작 광고를 주요 연구 분야로 다수의 SSCI 논문 출판 및 강연. '디지털 시대의 광고 크리에이티브'(학지사), 'Strong Brands, Strong Relationships'(Routledge) 등 관련 저서를 집필했으며, Chanel 뉴욕, Zara 스페인, 제약회사 Viatris 등에서 디지털 전략 및 소비자 분석 관련 컨설팅 수행. 현재 카카오 정책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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