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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하우스와 축사는 물론, 수천 개의 벌통이 유실되거나 침수되는 등 양봉농가도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꿀벌은 고온다습한 환경에 민감해 폭우 이후의 적절한 관리 여부에 따라 군세 회복과 생존율이 크게 달라진다.
22일 국립농업과학원 양봉과 직원들과 피해가 발생한 충남 서산의 한 양봉농가를 찾았다. 벌통이 떠내려가고 양봉장과 기자재 창고가 침수되는 등 신속한 복구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직원들은 국립농업과학원장을 중심으로 토사 제거, 창고 정리, 병해충 방제와 함께 꿀벌 피해 최소화를 위한 현장 기술지원을 진행했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여름철마다 반복되는 폭우와 극단적인 기상이변은 농업 현장의 일상이 되었다. 이런 재해 속에서 '사양관리'는 양봉농가의 생존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대책이다.
자연재해는 피할 수 없지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비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꿀벌은 주변 환경 변화에 민감한 만큼, 폭우 이후의 사양관리 여부에 따라 회복 속도와 생존율도 달라진다. 꿀벌의 건강을 지키고 군세를 유지하기 위해 양봉농가가 반드시 실천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
우선 벌통과 양봉장을 전반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침수되었거나 습한 곳에 놓아둔 벌통부터 통풍이 잘되는 고지대로 옮겨야 한다.
벌통 바닥에는 받침대를 활용해 지면과 공간을 만들면 물빠짐이 원활하고, 습기도 차단할 수 있다. 또한 비닐 덮개는 내부 습기를 가둬 곰팡이와 병해충이 번식할 수 있으므로 뚜껑의 환기구를 열어 통기성을 확보한다.
먹이 관리도 중요하다. 폭우가 계속되면 꿀벌의 외부 활동이 줄고 꿀과 화분이 부족해 군세가 약화한다. 비가 그치면 곧바로 화분떡과 당액, 깨끗한 물을 공급해 에너지 손실은 줄이고 면역력을 높여야 한다.
병해충 예방은 더욱 철저해야 한다.
고온다습한 환경은 꿀벌응애, 노제마병, 백묵병 등 질병 유발로 이어지기 쉽다. 폐사한 벌통이나 침수된 벌통은 즉시 제거하고, 살아 있는 봉군은 새 벌통으로 옮겨 약제 처리를 한다. 여왕벌의 산란 상태를 점검해 군세가 약한 봉군은 인접한 강군과 병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폭우 이후 꿀벌 사양관리는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벌통의 위치와 환기 상태를 철저히 점검해 습기를 조절하고, 둘째 충분한 영양 공급으로 활동력을 회복시키며, 셋째 철저한 위생·방역과 지속적인 봉군 상태 점검을 통한 병해충 확산 방지다.
2023년 기준 전국 양봉농가는 약 2만7000가구로, 벌꿀 등 양봉 산물 생산액은 8355억 원에 달한다.
꿀벌은 단지 꿀을 생산하는 곤충이 아니라 농작물의 수분을 돕고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존재다. 이번 폭우 피해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체계적인 사양관리로 꿀벌을 지켜냄으로써 생태계와 국민 건강까지 함께 지켜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