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 존속 대신 비상장사에 흡수되는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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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합병 과정에서 상장 기업의 미래영업 실적을 과다하게 추정해 기업가치가 고평가될 가능성이 커 투자자들의 손실이 우려된다. 실제 올 상반기 소멸합병을 완료한 9개 기업 중 공모가 대비 주가가 상승한 곳은 단 2곳에 불과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코스닥에서 성사된 스팩 합병 상장 9건은 모두 소멸합병 방식으로 진행됐다. 2022년 소멸합병 방식이 허용된 데 따른 결과다.
2023년 존속합병 4건, 소멸합병 14건이었던 스팩 합병 방식은 2024년 존속합병 1건, 소멸합병 16건으로 확대되는 등 매년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다음달 코스피 이전 상장이 추진되는 애드포러스·신영스팩8호 역시 소멸합병 방식으로 진행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IPO 제도 개편으로 주관사의 부담이 커지면서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상장이 불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스팩 상장은 일정이 유연하고 절차가 단순해 기업 입장에서 하나의 선택지로 고려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특히 금융당국이 이달부터 IPO 주관사의 기관투자자 배정 물량 일부에 의무보유 부담을 부과했다는 점은, 스팩 상장의 확대 가능성을 키운 요인 중 하나다.
문제는 합병에 성공했다고 해서 상장 이후 주가 흐름까지 안정적이라고 보기도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이에 스팩 투자자들은 주가 불확실성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올 상반기 소멸합병을 완료한 9개 기업 가운데 공모가 대비 주가가 상승한 곳은 단 2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7개는 상장 이후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일례로 에이아이코리아는 지난 4월 상장 당시 기준가인 1만6690원에서 이날 종가인 8220원으로 약 50.8% 하락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소멸합병 확대를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시각도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스팩이 존속하느냐 소멸하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합병 후 기업이 시장에서 제대로 기능하는지 여부"라며 "결과적으로 상장을 성공시켰다면, 방식의 차이는 본질적인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