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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채무 소멸시효 지난 뒤 일부 빚 갚아도 시효이익 포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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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승현 기자

승인 : 2025. 07. 24. 18:36

'시효이익 포기 추정' 기존 판례 58년 만에 변경
전원합의체 中 5인 "법리 자체에 문제 없어"
대법원3
대법원 전경/박성일 기자
채무자가 채권 소멸시효가 완성된 후에 채무를 일부 갚았다 하더라도 시효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해당 판결로 인해 채무자가 시효완성 후 채무를 승인한 경우에는 시효완성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한 기존 판례가 58년 만에 변경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24일 어업에 종사하는 상인 A씨가 B씨를 상대로 낸 배당이의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A씨는 B씨로부터 4차례에 걸쳐 총 2억4000만원을 빌린 뒤 그 중 1·2차 차용금 이자 채무의 소멸시효가 지난 상태에서 B씨에게 이자 1800만원을 갚았다.

이후 A씨 소유 부동산 경매에서 근저당권자인 B씨가 4억6000만원을 배당 받자 A씨는 "배당액이 실제 대여금을 초과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날 대법원은 8인 다수 의견으로 기존 판례를 변경하고 "채무자가 시효완성 후 채무를 승인했다 하더라도 채무자가 시효 이익을 포기하는 의사표시를 했다고 추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8인의 다수의견은 "소멸시효 기간이 지났더라도 채무자가 시효완성 사실을 알았다고 일반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며 "시효완성 사실을 알았는지 여부는 개별 사안에 존재하는 여러 사정을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채무자가 시효완성으로 채무에서 해방되는 이익을 알면서도 그 이익을 포기하고 채무를 부담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시효완성 후 채무승인은 채무자가 시효완성 사실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했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판시했다.

권리나 이익을 포기하는 의사표시는 신중하게 해석해야 하며 기존 법리는 채무자에게 추정을 번복하게 할 부담을 부과해 불리한 지위에 놓인다고도 했다.

다만 노태악·오석준·엄상필·이숙연·마용주 대법관은 추정 법리는 사실상 추정에 불과하므로 반증으로 추정이 번복될 수 있으므로 법리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을 냈다.

이들은 "원심이 법리를 잘못 해석·적용한 것이므로 판례 변경은 필요하지 않다"며 "채무자를 불리한 지위에 놓이게 한다거나 부당한 결과를 야기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손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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