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에선 중급 규모 오리지널 오락물들이 강세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관람 풍토 확실하게 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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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표된 올 상반기 넷플릭스 시청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이 시청된 영화 톱10 중 오리지널 영화는 1위 제이미 폭스·캐머런 디아즈 주연의 코믹 액션물 '백 인 액션' 등 8편이고 프랜차이즈물은 6위 '마이펫의 이중생활 2'와 10위 '슈퍼배드 4' 등 애니메이션 2편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기간 미국을 포함한 북미 지역 박스오피스는 넷플릭스와 다른 양상을 보였다. 오리지널보다는 거대 예산이 투입된 인기 프랜차이즈물들이 다수 포진했다.
1위 '마인크래프트 무비'와 5위 '씨너스: 죄인들', 10위 'F1 더 무비'를 제외하면 대부분 프랜차이즈물들이다. 이 중 2위 '릴로 & 스티치'와 '드래곤 길들이기'는 동명의 인기 애니메이션을 실사로 충실히 옮겼다는 점에서, 9위 '썬더볼츠*'도 속편은 아니지만 이미 어느 정도 얼굴이 알려져 있는 마블 스튜디오의 '보급형' 슈퍼 히어로들을 한데 모았다는 점에서 모두 오리지널보다는 프랜차이즈물에 가깝다.
북미 지역에 비해 오리지널을 선호하는 경향이 비교적 강했던 한국 극장가에서도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프랜차이즈물만 골라보는 관객들의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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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코로나19 대유행 첫해였던 2020년만 하더라도 프랜차이즈물로는 '강철비2: 정상회담' 단 한 편만 흥행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이 마저도 프랜차이즈물이라기보다는 배우와 감독, 메시지만 같을 뿐 캐릭터와 내용이 모두 달라진 '속편 아닌 속편'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오리지널이라 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2021년 흥행 톱10에서 5편으로 늘어난 프랜차이즈물은 2022년 7편으로 다시 증가했고, 2023년부터 조금 줄긴 했으나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 비해서는 여전히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플랫폼 별로 선호하는 영화가 뚜렷하게 구분되고 있는 배경에는 주 소비층인 20~30대 관객들의 팍팍해진 형편이 크게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복합상영관의 평균 관람 요금이 1만4000원에 이르는 요즘, 두 명의 극장 나들이 한 번에 적어도 5만원 이상 지출해야 하는 현실에서 익숙한 재미가 어느 정도 보장된 프랜차이즈물만이 관객들의 선택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울 소재 대학에서 패션산업학을 전공중인 권 모씨는 "극장에서 관람해야 할 영화와 OTT로 봐도 될 영화로 나누는 게 몇 년전부터는 일상화됐다"며 "얇아진 지갑과 비싸진 관람료 탓에 재미가 검증되지 않은 영화를 극장에서 보기에는 다소 부담스럽다. 친구들을 보더라도 웬만한 영화는 OTT로 넘어올 때까지 기다렸다 봐야지란 생각이 다들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특히 외화의 경우, 프랜차이즈물과 저예산 예술 영화 등 말고는 국내 극장가에서 볼 만한 작품이 없다는 불만이 영화팬들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오리지널 작품으로 중급 규모의 오락물은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극장에서 공개해봤자 적자를 면치 못하는 사례가 워낙 허다해, 중소 수입사들이 처음부터 OTT 공개만 염두에 두고 외화를 사오는데서 비롯된 현상으로 풀이된다.
영화 투자와 제작, 수입을 모두 거친 한 중견 영화인은 "'백 인 액션'만 해도 예전 같았으면 극장에서 못해도 100만명 안팎으로 불러모았을 작품"이라며"그런데 처음부터 넷플릭스 방영용으로 기획되고 제작됐을 만큼 그 정도 사이즈의 오리지널 영화는 이제 극장에서 대접받지 못한다"고 귀띔했다. 이어 "프랜차이즈물인 '범죄도시' 2~4편이 내리 1000만 관객을 동원하고, 박찬욱 감독이 제작하고 강동원이 주연했지만 오리지널 사극인 '전,란'이 지난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걸 보면 우리나라도 조금씩 비슷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 같다. 제작 편수와 관객수 감소로 고생하고 있는 우리 극장가가 활기를 되찾으려면 '범죄도시' 같은 프랜차이즈물의 등장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